모여라, 유랑인형극단! 낮은산 너른들 11
김중미 지음, 오정희 그림 / 낮은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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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잘 먹고 잘 사는 것, 남들보다 부자가 되고, 남들보다 유명해지고, 남들보다 행복해지는 것인가? 

김중미 작가를 만나고 나서 나의 생각이, 나의 답이 달라졌다. 뭐든 열심히 노력해서 뭐든 성취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결과가 주어지고 그 결과로서 평가받고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삶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에 학생들과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인천의 작품 배경이 된 것을 탐방하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했다. 수도국산박물관, 화도진 공원,동인천, 지하상가, 송현시장,달동네라 불리는 동네 그리고 작품 속의 주인공들에게 대해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 작품 감상 잘 했지?" 학생들과 평가하며, 그 성과에 대해 흐뭇해 했다. 그리고 문학기행과 연관하여 이번에는 작가를 직접 초청하여 강연을 들었다.  김중미 작가와의 만남을 계획하고 그녀에게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목표없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불끈불끈 힘이 솟으라고 꿈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작가는 정말로 충격적인 말씀만 하셨다. 

낮은데로 임하라. 실천하는 지식인이 되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거꾸로 가는 삶, 유랑인형극단, 가난한 삶에 대해 말씀하셨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작가가 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너무 유명해지고 너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유랑인형극단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꿈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해하지 못했다. 유령인형극단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왠 유령(?), 유랑(?) 인형극단 너무나 생소한 말들이었다. 인형학교는 또 무슨 말인지.꿈이 인형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연을 듣고는 사실 작가의 말은 50%도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10월에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이제서야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의 모순점을 알고 그 모순점을 극복할 만한 대안으로 인형학교를 생각하고 계셨다. 아이들이 하고 싶고, 주체가 되는 학교, 삶이 있는 학교, 공간, 각자의 개성이 인정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남궁사부와 네 가족이 나온다. 

인형극을 이끌어 나가는 선생님이 남궁사부이다. 부모님이 한센씨병에 걸려 격리 수용되었고 남궁사부는 어려서부터 미감아로 지내게 되었다. 이미 아버지는 병이 모두 완쾌되었는데도 평생 격리되었고 그 자식들도 다른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지냈다. 우연히 목수 일을 배우게 되고 인형극을 좋아하게 되어 종합미술의 영역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경수와 상준이는 조금은 특별하다.큰 아버지네서 더부살이 하던 경수는 외할아버지와 살게 된다. 늘 눈칫밥만 먹고 억눌려 살았는데 외할아버지와 살게 되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된다. 상준이는 할아버지와 살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수 외할아버지와 살게 된다. 

민주와 민우는 편모 가정이다. 엄마가 논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남매를 키운다. 

치운이와 영운이는 부모가 모두 있지만 정육점이 망하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겪게된다. 아버지가 시골에서 버섯농장을 하게 되고 그렇게 안정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안나와 미영이네도 조금 특이하다. 안나는 아버지가 네팔 사람이지만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네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엄마는 없고 이모와 산다. 미영이도 친엄마가 아닌 이모와 산다. 안나와 미영이는 이종 사촌이다. 

안나,경수,영운이는 모두 학교에서 왕따다.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늘 힘들어한다. 다문화 가정이라서, 공부를 못해서, 조금 더러워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이런 아이들이 남궁 사부의 미술교실에서 만나게 되고 인형극을 준비하게 되면서 자신의 소질을 찾게 되고 가족과 이웃, 사랑을 배운다.  

단순히 데생이나 수채화같은 것보다 인형극을 하면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도 하고 서로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꾸며 내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인형극이 종합예술이잖아요. 미술, 음악, 연극...... 아이들이 예술감각을 기르고 자심간과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아주 좋거든요. 인형극을 완성하면 공연을 해도 좋구요.

극본을 만들고, 인형을 만들고, 무대를 만들고, 음악을 고르고, 연습을 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인형축제에 참가한다. 

안정이라. 안정이라는 게 뭐 별 건가? 운명처럼 만난 인형극과 아이들이랑 즐겁게 지내는 건 안정이라고 할 수 없나?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사는 거야. 행복이라는 기준도 다 다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좋은 집,성공, 안락한 노후 이런게 아니거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난하고 상처받고 외로운 아이들을 찾아가 함께하는 것은 행복이 아닌가? 

작품을 읽고, 작가를 만나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또 읽고 생각해 본다. 계속 질문을 하게 된다. 너에게 완벽한 인생이란 뭐니? 수억원의 돈을 벌고 큰 집에서 호화롭게 사는 것이니? 아니 난 호화로운 것 좋아하지 않아. 그냥 지금도 행복해.  매일매일 행복하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니? 사람을 만나지만 진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니? 일방적인 요구만 하고 있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니? 하루에 4-5시간의 수업을 하지만 체력소모만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소통을 한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텐데.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나니? 어떤 학생과 대화했던 장면. 도서관에서  학생의 가정사를 들었던 장면. 시간은 짧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나. 남의 말이 아니라 내 말, 너의 말을 할 때. 

나의 일을 즐기고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진실되고 돕고 내 스스로 행복해지자. 수업을 일수처럼 찍지 말고 월급기계가 되지 말고, 사람을 만나자.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자. 내가 그들을 통해 배우고 함께 하자.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좋은 작품이다. 친구들의 아픔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을 따뜻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홈스쿨링에 대해서도 나오고, 행복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완전 심오한 책은 아니다. 만화나 삽화가 아주 깜찍한 완전 소중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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