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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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이라고 해서 처음엔 영화 <우아한 세계>를 생각했다. 

송강호가 나오는 깡패영화였는데 내용이 조금 쓸쓸하고 우울했다. 3류 깡패 인생을 살아가는 송강호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영화였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싸우지도 못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변두리 삶을 영위해가는 내용이었다. 꾸미지 않은 결투장면이나 비참한 가정 상황이 나타나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지는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화였다. 

'우아하다'는 말은 조금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어인데 문학적으로는 늘 반어적으로 쓰이는 듯하다. '점잖고 기품이 있어 아름답다'라는 뜻인데, 영화에서 또 이 소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천지라는 중학교 1학년 생이 집에서 실에 목을 매고 죽었다. 

그 엄마와 언니, 그리고 친구들이 그 천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들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아빠 없이 혼자 마트에서 두부매장 점원을 하며 씩씩하게 생활을 꾸려 나간다. 언니는 털털한 성격으로 모든 것에 대충대충이지만 섬세하지 못해서 늘 빈틈이 있다. 그나마 천지와 가장 친했다는 화연은 중국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늘 외톨이였고 대화 나눌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괴롭히는 것에 집착했다. 아버지에게 맞거나 혼나는 것이 무서워 안 보이게 비열하게 행동을 했는데 그것이 천지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미란이는 천지가 화연이에게 당하는 것이 안타까워 도와 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빠와 천지 엄마와의 관계를 알고는 천지가 미워서 오히려 천지를 더욱 괴롭히게 되었다. 

각자의 삶에 허덕이던 인물들은 제 삶의 무게에 괴로워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건성건성 무성의하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천지가 그 동네에 이사온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때까지 3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일들이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화연이와 천지의 관계에 대해 문제시 했지만 누구하나 나서서 해결하지 못했다. 부모끼리 만나서 부탁도 하고 혼도 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대로 그들의 관계는 악화가 되었다. 화연이의 방법은 점점더 치밀해졌고 천지는 더이상 참아낼 수 없었다. 엄마나 언니에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너무 바빴다.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하려했고 뜨게질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르고 작은 실뭉치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메모를 남기고 조용히 일을 치른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안타깝다. 그 죽는 순간에서 조차 천지는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와 언니가 집으로 돌아와 천지를 끌어 안고 살리는 장면을 상상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도 언니도, 화연이도 천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엄마도, 언니 만지도, 친구 화연이도 자신있게 "천지가 죽은 건,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할 수 없다. 모두의 책임이니까. 3년동안 천지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않은 친구들이나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그리고 조롱하는 눈빛을 보냈던 모든 사람들이 모두 책임이다. 아무도 천지에게 힘든 것을 묻지 않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살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기사보도를 본 적이 있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은 행방불명 상태에서 자살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고 한다. 학업스트레스, 친구관계, 부모의 불화 등등의 이유들로 말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인가? 감옥과 같은 구속을 하고 억압을 하는 곳이다.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공부만 시키고 밥만 먹이는 보육자일 뿐이다.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 다만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경쟁자일뿐이다.  

어느 것 하나 위안이 되는 곳이 없으니 구석으로 몰린 어린 양들이 추락의 길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그들에게 학교나 가정, 친구가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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