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합체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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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과 어떤 개그맨이 했던 개그 프로가 생각난다. "키키키 키 컸으면, 내 키는 160" 

시커먼스의 리듬에 맞쳐 160짜리 눈금이 새겨진 옷을 입고 우습게도 키가 크기를 바라는 율동을 했었는데 그 개그 프로가 생각난다. 또 옛날 가요인데 이승환의 "덩크슛"이라는 노래도 생각난다. "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키 작은 사람의 소원들이 나온다.

이 글에서도 키가 너무 작아서 늘 아픔을 겪던 쌍둥이 오합과 오체의 눈물겨운 수련기가 펼쳐진다.  

조회시간에 맨 뒷 줄에 서보기, 교실 맨 뒷자리에 앉기, 바지 사서 밑단  안 줄이기, 밖에서 초등학생으로 오해받지 않기, 농구 선수, 배구선수, 슈퍼모델 같은 것 꿈꾸기,늘 놀리는 친구 밟아주기 등등 키가 크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이 놈의 크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합은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공부로 푼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서 키가 크는 약품을 개발할 거라고 하고 

체는 운동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우연히 계도사를 만나

계룡산에서 여름방학 수련을 시작하는데 엉뚱하고 기가 막힌다. 우리 청소년들이 정말 이렇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까 싶다. 한 달치 양식을 준비해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수련을 한다. 하늘을 향해 쭈욱쭉쭉 뛰어오르고,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천 번씩 팔로 걷고 하는 일들을 스스로 한다. 

이 소설에서 난쟁이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를 시작할 떄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구절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라는 말이 들어간다. 합과 체의 아버지는 난쟁이였고, 예능인이었다. 행사나 축제때마다 공으로 묘기를 부리시는 일을 하셨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전학적으로 키가 크지 않을거라는 말을 듣지만 계도사의 말을 믿고 수련을 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처럼 참고 참고 또 참고 키가 크기를 기원하면 수련을 한다. 그 소원이 키로 나타나지만 키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성장도, 아픔도 함께 포함되었다. 

하늘에는 누가 쏘았는지 모를 빛나는 공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늘에 이어 내일도 쉬지 않고 튀어오르고 있었다.

적어도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진 학생이라면 아주 배꼽잡고 읽을 수 있을 재미난 성장소설이다. 키가 충분히 큰 학생이라도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추지 않게 될 것이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모두 계룡산으로 달려갈지도 모르겠다.우리 아들도 한 일주일만 수련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생각하고 꺠우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여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굳이 계룡산에 가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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