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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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읽으면서 중도포기할 생각이었다. 3년째 편지여행을 하고 있는 지훈이와 맹인견 와조의 이야기 

왜 가출을 해서 여행을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여행을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매일 밤에 모텔에서 지내면서 그날 만난 사람에게 숫자로 이름을 부여하고 그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메일이 아닌 진짜 편지를 보낸다. 우표를 붙여 심장이 뛰게 하고 다음날 아침 찾기 힘든 우체통을 찾아 소중한 마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는 답장을 기다린다. 자신의 옆집에 사는 친구에게 편지가 왔는지를 물어본다. 누군가에게 답장이 오면 여행을 끝낼 작정이었는데 아무도 편지하지 않아서 그 여행이 3년이나 되었다. 

중간중간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도 나온다. 수집벽이 심했던 엄마에게, 성형중독에 걸려버렸던 동생에게, 장난감가게를 차렸던 아빠에게 하지만 그 편지들도 집으로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집의 우체통에는 아무편지도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239는 여고생이었고 청춘과 절망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56은 집이 없는 사람으로 편지를 보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컵라면은 꼭 편의점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32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었고, 99는 껌딱지 예술가였고, 751은 소설을 파는 여자 소설가였고, 109는 사랑을 찾는 기차 이동판매원이었다.나는 0, 와조는 1이었다.  

0은 숫자들이 배반도 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는데, 왜 그들은 편지를 하지 않는 걸까?

아마 끝까지 읽지 않았다면 이 소설의 진가를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이상의 초현실주의도 아니고 사람을 숫자로 지칭하는 소설 정도, 허무하게 여행하는 소설 정도로 평가 절하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진가는 마지막에 나온다. 마지막까지 읽지 않고는 이 소설을 말할 수 없다. 

형의 말처럼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삶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때는 정말 무작정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맘이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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