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선생님
우다가와 유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공부의 신>을 보셨나요? 그 드라마를 보면 수험생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고도 엿볼 수 있다. 사립학교의 풍경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선생님들의 활동과 어려움, 부모들과의 갈등들도 나타난다.

학교, 교육에서의 일들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활동이라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의 인격적 성숙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교육의 철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러나 학교의 실정은 그렇지 않다. 학교가 대학입시와 학력향상에만 매달리다 보니 인성을 강조하고, 생활지도를 중시하는 교사들은 언제나 교육경영이나 행정에서 걸림돌처럼 엇나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늘 주변을 맴돌다가 낙오된다.

 

책을 읽으면서 옛날에 보았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도 생각나고 80년대 후반 전교조 활동을 하시다가 교직을 떠나신 선생님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긍정적인 교사 모델로 삼았던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2008년에 명예퇴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서운했던 기억도 났다. 학생들을 생각하고 학생들을 사랑했던 선생님들은 승진에서 불리하고 늘 나이가 많아지면 이리저리 치이다가 소리없이 그만 두게 되는 순차를 밟게 된다.

 

이 책은 마코토의 4학년 봄방학에서부터 5학년을 끝내고 6학년으로 올라가는 진급시기까지 1년동안의 일이 펼쳐진다. 사토 유스케 선생님을 만나 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하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하게되고 실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축구부 주장 히로유키 선배를 통해 축구에 대해, 열정에 대해 배우게 된다. 중간중간에 요시키와의 우정, 요시노 교코와의 첫사랑 이야기도 나오지만 마코토 성장의 중심은 선생님과의 관계였다.

 

사토 선생님은 마코토이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 강압적으로 머리를 자르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연습도 공부도 자율적으로 하신다. 자율적으로 축구연습을 할 수 있게 하고 모두 참여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토의 교육방침은 다른 선생님들과 많이 갈등을 겪는다. 일년동안의 갈등때문에 사토 선생님은 일년만에 학교를 떠나게 되신다. 좌충우돌 1년동안 일어난 일들이 다른 선생님들의 눈에는 사건사고로만 보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겪어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조금은 조마조마하고 위태위태하더라고 꾹 참고 기다려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멋진 선생님이 나오는 작품은 언제나 큰 감동을 준다.

혹시 나는 야쿠마루 선생님처럼 강한 교육이념을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하게 되고 사토선생님처럼 학생들을 생각하고 자유로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을 이야기하고 옳은 일을 옳다고 말하고 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 해결을 위해 늘 노력하는 열정적인 선생님이 되고 싶다.누가 칭찬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옳은 일이니까

 

사토 선생님의 대사가 귓속에 윙윙거린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나도 선생님을 할 수 밖에 없나보다. 달리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월의바람 2010-07-2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양철북 카페에도 실었는데 오늘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이 글을 양철북 책에 싣고 싶다고....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단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니까 좋다고 하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책도 보내준단다. 나도 마지막 대사가 다시 가슴을 때린다. 교직을 떠나서는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딱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