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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십 칠년 전 어긋난 사랑의 퍼즐 맞추기가 시작된다.
열 여덟살 때 줄리아는 토마스를 너무나 사랑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지게 되고 토마스가 취재로 간 전쟁지에서 죽은 줄로 알고 17년동안 마음 아파하며 지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아담을 만나 이제야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결혼이 미뤄지게 된다.
사실 줄리아는 아버지 안토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버지의 바쁜 사업 일정과 토마스와 헤어지게 하는 아버지의 독선적인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되고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된다. 반면, 아버지는 딸의 무덤덤한 청첩장을 받고 딸에게 진정한 사랑을 찾아줄 멋진 계획을 세운다. 어마어마한 깜짝 놀랄 계획을 세운다.
죽은 후 사이보그가 되고, 딸을 다시 찾아가, 딸과 과거의 진실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딸의 신혼 여행 예정지인 몬트리올에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와의 사랑이야기를 하게 되고 전하지 못한 토마스의 편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둘은 다시 뉴욕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줄리아는 너무나 늦게 17년전에 토마스가 보낸 편지를 보게 된다. 그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시 토마스를 찾아 베를린으로 간다.
여러가지 우여곡절끝에 토마스를 만나게 되고, 진실을 알게되고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파했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토마스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돌아온 줄리아는 아담에게 사실을 이야기 하는데, 아담은 온갖 의심과 자격지심으로 줄리아를 떠난다. 그리고 줄리아를 찾아온 토마스와 다시 결합하게 된다.
이 정도면 영화스토리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어찌나 조마조마하고 궁금한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주말동안 식구들 밥만 차려주고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영화 <러브 어페어>가 기억난다. 사랑영화하면 그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났는데 사연도 많고 고통도 많고, 오해도 많았는데 그런 사건들이 사랑을 견고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의 토마스와 줄리아도 정말 사연이 많다. 서독동독의 통일 장면도 들어가고, 이념이나 사상 문제, 그리고 아버지가 사이보그라는 설정, 억만장자라는 설정도 재미가 있다.겨우 열 여덟살이었지만 그때 정말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17년이 지나 35살에 다시 만나 더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한다는 것도 신비롭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사랑과 남녀간의 사랑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무한한 사랑, 토마스와 줄리아의 변치 않는 사랑이 감동을 준다.
아버지의 고백은 눈물 겹다.
난 정말 나쁜 아빠이고, 인생이라는 것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바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네 인생을 바꾸려 했던 이기주의자이고, 다른 아빠들처럼 말로는 너를 위해서라며 결국 나 자신을 위해 괜히 너에게 못된 짓을 헀다
딸의 고백도 그렇다.
나의 이기적인 모든 것을 잊고, 진정한 어른의 눈으로 아버지를 보게 되었어. 아빠에게 단점이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아빠에게 단점이 많다는 이유로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딸과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가 사랑스럽다. 놀리고 빈정대고 서툴고 어색하지만 사랑이 묻어난다. 혈육의 정은 늘 그렇다.
추억은 현실보다 늘 아름다운 법이지.기억이라는 것은 말이다. 정말 알쏭달쏭한 예술가와도 같아. 인생의 모습을 달라지게 하거든. 예쁜 모습, 감동적인 순간만을 남기기 위해서 초라한 모습은 당장 지워버리지.
아버지와의 추억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눈물이 펑펑 나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편지와 대사들이 오래오래 가슴이 남는다. 줄리아가 사랑을 찾아서 행복하고, 아버지의 계획이 성공해서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