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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제목은 왠지 죽음을 앞둔 사람이 쓰는 글 같아 슬픔이 느껴진다.
나는 <새벽 창가에서>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처음에 그 글이 연제한 칼럼의 제목이 <새벽 창가에서>이기 떄문이고
둘째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새벽 창가에서 새 아침을 열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와 그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제목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나는 리뷰 제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은 김종삼 시인의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라는 싯구를 운율감있게 다시 고친 것이다.
이 책에는 정말 기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글이 시간 순서대로 수록된 것이 아니고 작가가 다시 첨삭, 편집한 것이라 체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아름다운 마음을 알기에는 충분하다. 그녀의 제자 사랑, 학교 생활, 창작 활동, 미국에서의 공부 했던 내용, 그리고 투병 생활 그리고 지금의 행복함 이 나타난다.
제자들의 글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고 다시 보고 그것으로 글을 썼던 내용들
텔레비전이나 드라마, 영화를 모두 느꼈던 내용들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느낌들
신체에 대한 느낌들이 두루두루 나타난다.
제일 마음에 드는 장을 고르라면 <침묵과 말>, <나는 아름답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속는 자와 속이는 자>등이다.
<침묵과 말>에서는 말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졌다. 침묵이 좋으냐 말이 좋으냐를 유머있게 서술했다.
<나는 아름답다>는 동안 신드롬과 성형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성형한 탤런트의 얼굴을 뺑코, 뽀족코,소시지 입이라고 이야기해서 얼마나 혼자 웃었나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했다. 항암투병을 견뎌내고 새록새록 자라는 머리털과 보드라운 목살 등이 대견스럽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것은 미추의 차원을 넘는 생명과 관련된 것이라 더욱 신비롭고 신성하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에서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생각과 현재의 축복, 행복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진 장애가 하늘이 준 재앙이 아닌 은혜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글쓴이가 소개한 윤석중의 시도 감동적이었다.
사람눈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사람귀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산너머 못 보기는 마찬가지/강너머 못 듣기는 마찬가지/
마음눈 밝으면 마음 귀 밝으면/어둠은 사라지고 새 세상 열리네/달리자 마음속 자유의 길/오르자 마음속 평화동산/
남 대신 아픔을 견디는 괴로움/남 대신 눈물을 흘리는 외로움/우리가 덜어주자 그 괴로움/우리가 달래 주자 그 외로움/
<속는 자와 속이는 자>는 거짓말에 대한 생각이 나타난다. 재미난 예화와 경험이 들어 있어서 무척 재밌다.
새벽 창가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는 장애를 장애로 생각하지 않고 암투병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늦으면 늦는대로 조금은 비스듬하게 살았으면서도 늘 행복하고 사랑스러웠다.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를 사랑한다.
늦게나마 그녀의 명복을 뒤늦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