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사계절 1318 문고 56
박채란 지음 / 사계절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해에 탤런트 최진실의 자살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리고 올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자살 

자살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자살동호회가 생기고 자살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로 자살을 실행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작품은 자살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는다. 다만 자살 소통을 일으킬 뿐이다. 

태정이와 선주, 새롬이는 각자 다른 이유로 자살을 도모한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아챈 천사, 안전요원 하빈이가 그들을 목요일마다 사이프러스로 초대한다. 

'사이프러스'는 측백나무를 말한다. 선주의 언니 선민이가 좋아하던 고흐의 그림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이 이 작품의 주된 그림이 될 듯하다. 

고흐는 미치광이 천재 화가로 유명하다. 귀를 자른 자화상과 동성애 그리고 자살 등으로  그의 작품들은 굉장히  유명하다. 

 

 

고흐는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 즉 측백나무를 시리즈로 그린다. 그리고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등장인물 선민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고흐의 그림을 좋아해서 늘 자신의 방 문에  붙여두었다. 


<목요일,사이프러스에서>라는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두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낸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정말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면 어쩌나 하고 읽는 내내 조마조마헀다. 자살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작품속에서는 자살 장면이 없다. 단 한 장면도.... 

다만 여러가지 자살 시도들이 나온다. 

태정이는 아빠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목을 매달 계획을 세웠다. 

새롬이는 대학생 남친과의 이별에 복수를 결심하고 수면제를 복용한 계획을 세운다. 

선주는 엄마의 간섭과 꼭두각시 놀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릴 계획을 세운다. 

선주의 언니 선민은 산에서 떨어져 죽는다.그러나 자살은 아니었다. 정말 사고사였다.(혹시 노무현 대통령도?) 

이 모든 자살 시도가 누군가의 기지로 그리고 새롭게 떠오른 진실로 모두 실패한다.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새로 발견할 수는 있어. (198쪽)

라는 대사가 마음에 박힌다.
 

새로 태어날 수도, 운명을 바꿀 수도 없지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는 있다. 

<지선아,사랑해>의 작가는 실제로 이런 생각을 실천했다. 한 순간의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수십번의 수술을 받으면서 갖게 된 것은 감사함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나기전에는 아픈 사람, 상처 받은 사람을 볼 수 없었는데 사고가 나고는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고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고 오히려 감사한다고 말했다. 

눈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귀가 있다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듣기이다. 

상처가 깃든 진실을 보고 따스히 감싸안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태정과 새롬과 선주는 하빈에게서 새로운 눈을 보았다.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죽지 않을 것이고 살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스스로 충실할 것이다. 

나도 그 옥탑방 앞의 사이프로서 정원으로 가고 싶다. 나무의 날, 목요일마다 꽃이 많은 그곳에서 천사의 날개를 잃은 천사 하빈이와 이쪽 세상과는 다른 저쪽 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의 이 삶을 선택했을 순간을 떠올리며 감사하며 소중하게 이 삶을 살고 싶다. 

의구심, 안도, 반전이 있는 멋진 소설이다. 

박채란 작가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표해본다. 자살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