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밝고 명랑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 예측했는데 아니었다. 조금은 무겁고 슬픈 내용이 나온다. 제목을 보고 나에게 가장 예쁜 때는 언제였을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예뻤을 때는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연애했을 때, 결혼식 날,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정도로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만, 승규, 만영, 태용, 승희, 정신, 해금이, 경애, 수경은 광주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들은 '아홉 송이 수선화'라는 모임을 만들고 서로 친분을 도모한다.

이렇게 만난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겪게 되는 스무살 무렵의 시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가 된다.

수선화의 꽃말을 찾아보니 ‘고결’, ‘자만’이다.

신화에 의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한 나르시소스가 샘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결국 사랑을 쫒아 샘 안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주변에 핀 꽃이 수선화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그 9명의 청춘들은 수선화처럼 각자 아름답게 자신의 생을 꾸려나간다.

그런데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 때문에 무고한 시민이었던 친구 경애를 잃게 되고 모든 친구들이 힘들어 한다. 그러다가 경애의 죽음을 목격한 수경이가 제일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며 다른 친구들도 민주주의나 노동문제에 대해 눈을 떠간다.

중심 내용이 옛날에 봤던 드라마 <모래시계>와 영화 <화려한 휴가>를 연상하게 한다.

<모래 시계>는 최민수와 고현정, 박상원이 나왔던 드라마로 해방과 6.25이후의 격동기까지를 다룬 대작이었다. 고현정의 청순함과 연기력으로 꽤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휴가>는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이준기 등이 출현하여 1980년 광주 5.18 항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엄군과 시민과의 대치 상황과 언론의 침묵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운동이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도 해금이의 언니 영금이, 정신이, 승규가 민주화 운동, 인권운동을 하게 되고 투옥되는 상황이 나온다.

평온하던 개인의 일상이 사회적인 사건으로 일순간에 절망으로 휘몰아치는 것을 소설을 통해 보게 된다. 역사적 현실이 한 개인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절실히 알 수 있다.

중심 서술자는 해금이고 나머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가장 격정적이었던 시기를 가장 아름답다고 기억하는 것은 그 시기가 가장 활동적이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이겨냈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한 광고가 생각난다. 내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유, 우리 집이 가장 따뜻했던 이유, 군대 때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 힘든 야근에도 새벽 별빛이 밝았던 이유, 신혼 단칸방 시절 이야기가 즐거운 이유...... 모든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라는 광고말이다. 군대 시절, 월세방의 신혼집,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통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스무살의 시절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가장 힘들지만 지나온 시절이고 가장 격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취업도, 결혼도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1980년대 상황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고통은 많다.

그 고통을 고통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즐기면서 이겨냈으면 좋겠다. 어느 나이든 고통이 없으랴! 많은 가능성이 있는 시기가 많은 사건이 있고 고통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 고통을 인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햇빛만 계속 된다면 사막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건조한 바람만 날리는 사막이 된다. 비가 우리의 고통을 말한다. 비가 있어 옥토를 만드는 것이다.

인내하라. 그래야 멋진 인생이 나타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