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단편, 그 속에 이렇게 많은 세상을 담을 수 있을까? 

경기침체, 농촌의 경제 문제,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 치매노인 보호문제, 성폭력 등등 하나의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이야기에 나온다. 

시골에서 갑자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아야하는 연이, 도시로 가고 싶었지만 고향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생활은 답답하고 희망은 없어 보인다. 연이의 밤길은 무척 안쓰럽다. 명랑할 수 없다.  울며불며 걷는 슬픈 길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작고 고운 노래를 부르며 명랑하려고 노력하면서 걸어본다. 

연이 자신도, 치매에 걸려 죽은 아버지를 아직도 챙기는 엄마도,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린 두 오빠도,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한국인 사장을 생각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모두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모두 절망속에만 빠져 있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별노래, 사랑노래, 슬픈 노래에 감정을 실어 따라 부르며 아픔을 가볍게 한다. 

조용필, 윤도현과 수와진과 이은미의 노래를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듣는다. 

이건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가사가 정말 좋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피던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픈 날이면 더 슬픈 노래를 들으며 같이 울고 기분이 좋은 날이면 더 신난 노래를 들으며 춤이라도 추어보자. 아마 크게 위안이 될 것이다. 연이가 들었던 연이보다 슬픈 외국인 노동자의 사연을 읽어보자. 

여동생이 한국사람과 결혼했어. 시골이야. 동생이 남편한테 맞았어. 동생 많이 슬퍼. 형이 한국여자랑 결혼했어. 형 여자 도망갔어. 조카 있어.형이랑 조카 많이 슬퍼.부모님 돌아가셨어. 우리나라 방글라데시 가도 나는 아무도 없어. 한국에 다 있어. 난 갈 수 없어.형 다쳤어. 손가락 잘렸어. 조카 살려야 해. 

그래도 이 방글라데시인은 좌절하지 않는다. 정미소 앞에 떨어진 상추와 고추를 보고 술 한잔할 생각에 행복해 한다. 한국 가요를 부르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