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직동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 / 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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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는 표지그림이 조금 무서워서 사직동에 무슨 고문을 하는 곳이 있었나 생각했었다. 그래서 박정희나 전두환 시기의 학생운동문제를 다루었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도심재개발로 인해 사라져버린 정다운 옛동네에 대한 이야기였다. 

괜히 주인공의 정다운 집을 그런 고문하는 장소로 생각해서 조금 미안했다.

   
 

사직동 129번지 

봄이면 라일락이 향기로웠고,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주름살처럼 자글자글 벽에 생긴 금은 무성한 담쟁이 잎이 가려 주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져 70년이 넘게 된 그 집에서 살면서 그 마을 사람들과 정답게 살았던 모습을 회상한다. 

경미네 할머니, 나물 할머니,파마 아줌마, 스마일 아저씨,해장국 집 아줌마, 슈퍼 아저씨,재활용 아줌마,아저씨, 주희네 할머니 등등 

좁은 골목에서 만나는 동네 분들은 하나같이 정답고 친절하고 인정이 넘쳤다. 

그런데 그 사직동이 재개발에 들어간다. 도심을 재개발하고 환경을 정화한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반듯한 아파트가 들어온다. 

주인공은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그 사직동으로 이사왔지만 예전의 그 정다움을 찾을 수가 없다. 

마당도 골목도 없는 아파트뿐이다. 그래서 나의 사직동은 이제 없다라고 말한다. 

댐공사로 수몰된 마을 사람들의 아픔, 북한에서 월남한 이산 가족의 아픔, 수해로 마을을 잃은 사람들,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서 더 애틋하고 고통스럽다. 

3월엔가 용산 재개발과 관련되어 강제 철거를 하는 바람에 수십명의 농성 주민이 부상하고 심지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책의 주희네 할머니처럼 세 사람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적은 전세금, 보증금으로 더 이상 이사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보상을 같고자 아니 그냥 이대로 살게 해달라고 철야농성을 벌인다. 하지만 도시의 미관을 헤치고 경제적 눈만 가지고 판단하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돈 없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도시를 보고 도시를 평가하고 문화를 창조했으면 좋겠다. 

사라진 문화와 역사와 풍습에 대해 고민해가면서 읽는 좋은 동화책이다. 상도 많이 받았던데. 어떤 역사책보다도 공부가 더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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