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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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써온 반성문을 많이 본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지각하지 않겠습니다.친구와 싸우지 않을게요. 숙제 꼭 해올게요." 

어쩌면 이 책은 작가의 아주 긴 반성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최홍이 선생님에게 낸 노트 한 권 분량의 반성문처럼 이것 저것 자신의 심정과 상황을 설명하는 아주 긴 반성문이다. 400쪽에 육박하는 내용이다.  

1979년부터 80년대 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한 요약이 들어있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 큰 오빠에 대한 안쓰러움, 셋째 오빠에 대한 얄미움,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외사촌에 대한 애잔함,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일했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시대에 저항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담겨있는 반성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하고 싶은 말들을 하고 있다. 또 현재의 독자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다양한 견해들도 소설에 수록되어 있다. 마치 작품 품평회라고 듣는 듯 다채롭다.  

1장에서는 고향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상경, 직업훈련소이약, 2장에서는 학교 이야기, 공장이야기, 3장에서는 점점 이야기가 확장되어 사회이야기까지 폭넓게 나온다. 4장에서는 희재언니의 마지막 상황 그리고 현재의 작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서술자 '나'는 구로 1공단 동남전기주식회사를 다니며 신길 영등포여고의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야간에 공부를 했다.  그리고 구로 3공단 주택가 가리봉동의 방이 37개 있는 집에서 생활을 한다. 

회사에서 노동현장의 어려움을 몸소 경험하고 노동운동을 구경하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문제 의식을 갖기보다는 옆에서 그냥 구경만한다.노조에 가입했다가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말에 탈퇴서를 다시 쓰고 만다. 그리고는 사람들에 대해 배반감, 수치심을 얻게 된다. 

   
  시골에선 자연이 상처였지만, 도시에선 사람이 상처였다는 게 내가 만난 도시의 첫인상이다.(107쪽)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점점 더 심각해지는 노동 현실을 듣게 된다. 

제과회사에 다니던 안향숙은 캔디 포장을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되고 왼손으로 글씨를 쓴다. 가발공장에 다니던 김경숙은 공장의 폐업 소식에 철야농성을 나갔다가 자결을 하고 김삼옥은 고향으로 귀환되었다가 실종이 된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반장 미서는 산업체 학급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을 경멸한다.  

   
 

 이 책(헤겔의 책)을 읽고 있을 떄만 내가 너희들하고 다른 것 같아. 나는 너희들이 싫어.(163쪽)

 
   

 37개의 방이 있는 집에서는 가족이 있었다. 어깨가 무거운 큰오빠와 데모쟁이 셋째오빠, 질투쟁이 외사촌,그리고 가족과 같은 희재언니가 있었다. 큰오빠는 가난하고 힘든 시기에 큰 아들로서의 역할을 하느라 힘겹다. 하지만 셋째오빠는 그런 큰 오빠를 비겁하다고 욕한다. 

   
  그래서 형처럼 비겁하게 도망치며 숨어서 공부나 하란 말요.(247쪽)  
   

외사촌은 언제나 '나'의 곁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산업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그 집안의 장녀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게 된다.   

희재언니는 1층에 살고 있었는데 늘 빨래를 할때 널때 만나게 된다. 미싱사였는데 학교를 다니다가 가족들떄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중 취직을 해 새벽까지 재봉을 돌린다. 그리고는 임신한 몸으로 스스로 방에 갇혀 죽게 된다.

또한 고향 전북 정읍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막내동생, 그리고 창이 있다. 엄마는 영원한 자녀의 후원자였다. 아빠도 비슷하다. 갈비를 구워내고 자녀들의 마음 다독인다. 그리고 창이는 '나'의 첫사랑이었다.창이의 아버지는 유전병이 있다고 격리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창이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간다.

작품 속에는 꿈을 잃지 않는 인물들이 나온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외사촌, 전화교환원이 되고 싶었던 희재언니,판검사가 되고 싶었던 셋째오빠가 있다. 그리고 작가 되고 싶은 주인공 '나'가 있다. '나'에게는 일관된 꿈이 있다.  

   
 

 글쓰기란 나에겐 집이었을까

 
   
   
 

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내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큰 오빠의 가발을 당당하게  빗질하기 위해서,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참아낼 수 있게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소설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177쪽) 

내가 문학을 하려고 했던 건 문학이 뭔가를 변화시켜 주리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좋았어. 문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 금지된 것들을 꿈꿀 수 있었지.(206쪽)

 
   

 '나'는 글쓰기를 통해 안락한 집을 꿈꾼다. 그리고 행복한, 안전한, 정의로운 것을 꿈꾼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비상계엄령, 광주사태를 잇는 사건들, 그리고 서울의 봄이라 불리는 노동운동과 삼청교육대의 순화 교육 등도 지켜 보았지만 현실에서가 아닌 문학으로 꿈꾼다. 작가는 혁명가가 아니라 비판가일뿐이다. 그러면서도 독자들의 날까운로 비평에 가장 많이 아파하는 너무나 연약한 서술자이다. 

현재 작가의 스승이 한 말이 나온다.  

   
 

 작가니까 많이 써야지.하지만 넌 아니다. 니 글쓰기는 니 살파먹기야. 한꺼번에 너무 많이 파내면 네가 아프다.(265쪽)

 
   

이 작품은 정말 작가의 분신과 같은 책이다. 힘든 시기를 살아온 386세대의 책이다. 그리고 꿈이 담긴 책이다.  

한경신 선생님이 보낸 편지처럼 그 학교가 사라지기 전에 한 번은 찾아가 선배로서 이야기 해야했다. 그것은 마치 작가가 이 시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과 같다. 조금은 부끄럽고 정의롭지 못했어도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해야 했던 것이다.  

난 이 이야기를 아주 슬프게 읽었다. 가슴 아프게 읽었다. 

고 3때 했던 드라마 <아들과 딸>이 생각난다. 귀남이와 후남이는 성이 다른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나지만 어머니는 아들만 귀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후남이는 늘 찬밥이었다. 혼자 서울 와서 어찌나 고생을 하는지 많이 보고 울었다. 후남이가 방통대를 나와 선생님이 되고 검사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는지 모른다. 

작가의 이야기도 많은 고통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을 준다. 괜찮다. 모두 그럴 수 있다 이해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시대의 잘못이다. 말하고 싶다.그녀를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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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08-10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발표이다.열심히 했는데 기대가 된다. 좋은 결과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