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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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만이,승규, 만영이,태용이,승희, 정신이, 그리고 나 해금이, 우리 곁에 경애와 수경이가 있었다. 아홉 송이 수선화 중 두 송이가 졌다.그리고 승희가 애를 낳았다. 승의 아이는 새로 핀 꽃송인가-42쪽

수경이는 경애가 죽던 날 경애와 함꼐 있었다. 경애가 어디선가 날아온 유탄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수경이 옷까지 피에 흥건히 젖었다. 그애들은 그날 도청 앞 상무관에서 성당 사람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던 태용이를 만나서 태용이 삼촌이 입원해 있는 기독병원으로 헌혈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70쪽

"환이이 없으며언 안 돼요오."
"왜냐하며언 환이이 없으며언 세상이이 겨얼코오 화안해지지가아 않으니까요오."-186쪽

책을 읽으면 세상 보는 눈이 커져. 그러면 자신감이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자존감도 커지더라-192쪽

정신이 없어. 민중 해방시킬라고 진작 서울 갔지..... 우리 집 식구들은 다들 해방하느라 바빠서 돈들을 안 벌어. 그렇게 난 우리 집 사람들 스뽄서야
(정신이 엄마)-197쪽

우리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될까?
만영이 잽싸게 다시 국의 위치를 바꾸면서 말했다. 승희는 포기하고 새우젓 간을 새로 해서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았다. 맛있었다.
너는 왜 니 맘대로 하려고 그러니? 국도그렇고 같은 집에서 살자는 것도 그렇고. 내 맘은 왜 없어?-203쪽

나 말고 다른 사람 때문에 울 수있는 사람은 아름답지.자신의 슬픔 때문에 우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의 슬픔 때문에 우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질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아름답구나.환이 때문에. 해금이 너 때문에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는지도 몰라. 봐. 네가 울기 전보다 지금 별이 훨씬 더 반짝이잖아.(진혁의 대사)-211쪽

사실이 왜곡되는 세상은 진실도 조작할 수 있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킬 수도 있지.-246쪽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언니 잡아가지 마아.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언니 잡아가지 마아......
그때, 판님이 울음소리가 문득 수경이 울음소리로 들렸다.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경애 살려내라아,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경애 살려내라아....
-250쪽

바보같이 울긴 왜 우냐
얼음이 녹으니깐 그렇죠
지금이 한창 얼음 얼 땐데, 무슨 소리야?
내 마음의얼음이 녹으니깐.
이제 보니 해금이 시인이구나-252쪽

승규의 서러운 외침이 울려퍼지던 그 건물에서 나중에 승규의 후배 박종철이 죽었다. 그러나 승규도,정신이도,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짐작도 못한 채,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가장 예뻤던 때. 스물 살의 겨울이었다.-280쪽

그와 나 사이에 가로 놓인 안타까운 거리만큼.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이환과 보낸 세상물정 모르던 시간들은, 내 가슴에 은하수 흐르던 시절들은 아스라이 멀어졌다.-282쪽

승규 외할아부지 머리에 난 총구녕허구 똑같더라마다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승규 외할아버지 얘기는 정신이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291쪽

우리는 아직 좀 더 흔들려도 좋을 때잖아.
만영은 승희로 인한 가슴앓이를 조금 더 해야 될 모양이었다. 그렇게 가슴앓이도 하면서, 이곳저곳으로 떠돌기도 하면서, 바람 앞에선 들꽃처럼 몸을 잔뜩 움츠리기도 하면서, 그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우리의 청춘은 조금씩 단련되어가리라. 기필코 살아서 경애,수경이, 승규 몫까지 굳세게 살아서 마침내 아름다워지고 말리라-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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