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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책들은 제목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다만 일상이 너무 바빠서 다 읽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그래도 큰 맘 먹고 책을 몇 권 골라 빌려왔다.
<나는 죽지 않겠다> 가방을 맨 여학생이 얼굴이 아니 전신이 빨갛게 표현되었고 약간 어색한 자세로 뛰어간다.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이제 새롭게 시작될 하루를 위해 힘차게 뛰어간다.
제목이나 그림이 맘에 들어 이 책을 골랐다. 그리고 창비 청소년문학이고 공선옥이라면 작가 이름정도는 알고 있으니 실망은 않겠다는 생각이 컸다.
내가 아침 자습시간에 교실에 들고 들어가 읽고 있으니 학생들이 "선생님, 죽으려고 하셨어요?"
묻는다. 아니 "죽지 않으려고" 말했다. 확실히 제목이 눈에 띄긴 한다.
이 책은 공선옥의 단편 모음집인데 청소년문학집에 실렸다.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청소년 문학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도 그건 잘 모르겠다고 글 마지막에 실토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나는 죽지 않겠다>와 <울 엄마 딸>이다.
<나는 죽지 않겠다>는 문장 사이트 글틴인가에서 발표했던 작품이다.<문장>은 복권기금에서 운영하는 문학사이트인데 청소년들이 들을 쓰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여러가지 문학관련 플래쉬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자주 들른다. 그리고 매일 문학 집배원이라고 해서 소설가, 시인이 플래쉬 메일을 보내주어서 잘 보고 있다. 좋은 작품은 수업시간에도 활용한다.
문장에서 발표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가장 청소년 소설다웠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야쿠르트 판매를 하면서 살림을 하시는데 살림은 늘 어렵다. 뜨문뜨문 수금한 돈을 생활비로 다 쓰고 월말에는 늘 빚을 져서 마감을 하고 월급타면 다시 다 갚고 매달 쪼들려야 하는 생활이다. 고등학생3학년, 2학년 남매를 키워햐 하는 엄마는 언제나 삭막하다.
그런데 주인공에게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사건이 생긴다. 수험생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돈을 모어 선물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 모은 돈을 반장 대신 주인공이 보관하게 된다.
그 돈이 어찌나 쏠쏠한지 쓰는데 재미가 들린다.매일 얻어만 먹던 친구들에게 과자와 음료수를 사주고, 집에 들어갈때 군고구마를 사고 엄마가 안절부절하는 마감을 하도록 돕고, 오빠가 가져가서 수업료 내고, 오빠와 다정하게 햄버거 사먹고, 그리고 오빠가 엄마와 여동생 선물이라고 장갑을 사고 케잌까지 산다.
그리고는 주인공은 반장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잃어벼렸다고 이야기하는데 반장이 거짓말을 한다고 더럽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힘들어할 때 새벽에 안개낀 강가에 나가 죽음을 생각한다. 그냥 죽어버리면 끝일거라 생각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아침이 밝아온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니 모든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이 아닐까? 언제나 극단적으로 치닿다가 어느순간 모든 것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 같다. 광분하고 울컥하고 울고 반항하고 그러다가 시간을 주면 미안해하는 과정들이다. 그냥 공부도 하기 싫고 부모님도 싫고 일상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늘 화풀이를 한다. 친구를 괴롭히고 선생님께 반항도 해보고, 부모님을 힘들게도 해보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사춘기가 지나면 미안해져서 부끄러워지는 시간들이다.
이 작품에서는 비록 잘못된 방법이지만 정말 돈을 소중하게 사용한다.정말 필요한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엄마의 월급으로 그 돈을 갚고 살림을 다시 쪼들리겠지만 2,3년만 지나면 주인공이나 오빠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생활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또 <울 엄마 딸>은 미혼모 이야기이다. 엄마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 승애를 낳았다. 그리고는 승애를 키우기 위해서 엄마가 무진장 애를 쓴다. 결국 아빠와도 잘 되지 않고 별거를 하는 상황이고 엄마는 늘 승애를 보면 미안하고 안타깝고 속상하다.너무 일찍 낳은 자식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이다. 그래서 늘 술을 마시며 넋두리, 푸념을 하는데 승애를 그것이 가장 싫다.
그래서 반항적인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찾는데 일이 생긴다. 엄마처럼 고2 여름방학때 임신 사실을 알게된다.
그렇게 되니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된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나 임신을 다룬 작품은 많다. <쥐를 잡자>,<이름없는 너에게>도 많이 생각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글은 유쾌하다. 임신 사실을 알고 일단 그 남자친구와 가출을 하고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매우 긍정적이다. 제목을 조금 비평적으로 바꾸면 "그 애미에 그 딸"이지만 두려움 없이 삶고 맞닥뜨려서 산다면 그것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심리도 알 수 있다.
청소년문학의 장점이 그것이다. 실제의 청소년들을 통해 알 수 없었던 심리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2009년 제24회 만해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7월 22일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73년 창비사가 제정한 만해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인 작가의 최근 3년간의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 시상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상금을 2천만원으로 인상하여 작품활동 지원에 더욱 힘을 기울이기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상작 공선옥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 『명랑한 밤길』
심사위원 백낙청(문학평론가) 염무웅(문학평론가) 윤영수(소설가) 도종환(시인)
상금 2,000만원
시상 2009년 11월 25일(수) 오후 6시 30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선정 이유
심사위원회는 만해의 문학정신, 예술적 성취도, 문단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심에 올라온 심사대상(시집 4권, 소설집 4권)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공선옥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창비 2008)와 『명랑한 밤길』(창비 2007)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명랑한 밤길』은 공선옥이 즐겨 다루어온 불우한 환경 속의 인간들 이야기가 한층 성숙된 경지에 도달한 소설집으로 이미 문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나는 죽지 않겠다』는 비슷한 주제를 청소년문학의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가운데 작가의 씩씩한 기상과 섬세한 솜씨가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한 느낌을 주는 문학적 성취입니다. 다른 후보작들 가운데도 수상작이 될 만한 미덕을 지닌 예가 적지 않았지만 공선옥의 두 작품집을 묶어서 제24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쉽게 합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