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비오는 날 창비아동문고 163
이가을 지음 / 창비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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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이름으로 봐서는 정말 어린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41년생이었다. 70에 가까운 나이이다. 

이 작품으로 제 1회 좋은어린이책 공모에서 창작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단다.  

이 책은 12편의 동화로 이루어졌다. 짤막짤막해서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제목과도 같은 <가끔씩 비오는 날>은 못이 서술자이다. 정말 쓸모 없다고 생각하던 못이 자신의 쓰임을 알고 행복하다는 내용인데 읽고 있으면 정말 힘이 난다. 

   
 

나는 행복으로 가슴이 크게 뛰었습니다.  

"가끔씩 비 오는 날 초록이를 여기 걸어 바깥구경도 시키고 비도 맞게 해야겠구나. 이 못이 여기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쓸모있는 못이야."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가끔씩 비 오는 날 쓸모가 있는 못이 되는 나는 아주 행복합니다. 언제나 쓸모 있는 못이 모르는 행복입니다.  

 
   

이 책이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나오는구나. 나는 중학생들에게도 또 읽히는데  3,4년전 읽은 이야기라 모두 신선하게 받아들이던데.... 우리 학교 아이들이 실력이 떨어지나.

또 <벽시계가 있는 방>은 예전에 어떤 광고에서도 나온 이야기이다. 

부도가 나서 56평 아파트에서 19평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19평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가면서 편지를 남긴다. 자신들은 이 집에서 정말 행복했다고  이 집은 정말 사랑스럽다고 그래서 집의 장점을 열거하고 자신들이 키우던 상추를 남기고 처음으로 이사해 달았던 벽시계도 남기고, 그리고 장아찌며 온갖 정을 주고 간다고 그리고 이집에서 새로 오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정말 따뜻한 편지를 준다. 편지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소음공해>를 배울 때 아이들에게 읽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삭막한 도시인의 이기심과 상반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 아이들의 마음도 따뜻해 질 것이다. 그리고 전주인이 쓰는 편지를 아이들이 새로 쓰게 하면 더 좋은 감상이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작품이 어찌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오래오래 읽게 될 것 같다. 

특수반 아이를 가르쳤던 임길택 선생님 이야기, 그리고 '구슬비'를 지으셨던 권오순 선생님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가슴 절절하다. 수녀가 되고 싶었는데 불구라서 되지 못했는데 좋은 일을 하면서 덕을 쌓았단다. 

"나는 수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내 마음 속에 사다리 하나를 만들었어요. 높고 먼 하늘에 이르는 하늘 사다리요. 내가 누군가를 위하여 무언인가 좋은 일을 하면 그 사다라를 한 칸씩 오르게 되고 그러면 언젠가는 그 곳에 오르게 되리라고 믿었지요. 그런데 아직 하늘 나라는 보이지 않고 나느 이렇게 누워 아무 일도 못하고 남에게 폐만 끼치고 있으니..." 

그녀의 아름다운 시를 다시 한 번 읊조려 본다. 

 

   
 

송알송알 싸릿잎에 은구슬/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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