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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일라가 너무 힘들게 삶을 살아서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다. 라일라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고 보호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흑인아라서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모욕과 고통이 너무나 안타깝다.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라일라를 지켜주지 못했고 그들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으로 멀리 멀리 도망가버렸다.
얼마나 많은 인물이 나오는지 셀 수도 없다. 인신매매한 사람, 그리고 랄라 할머니, 그리고 그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자밀라 아줌마, 여인숙 공주들, 그리고 라일라를 사랑했던 남자들, 범하려했던 남자, 여자들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와 연주들.... 줄거리를 나열할 것도 없다. 그녀의 삶은 부초와 같은 방랑이었다. 어느 한군데서 정착할 수 없는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미국으로의 도주, 프랑스 그리고 여러 나라들로의 도주 그리고 엄마의 자궁과 같은 아프리카로의 귀환. 이제는 더이상 떠나지 않아도 될 것같은 편안함을 찾았다.
"십오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 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다시 돌아온 것을 감사하며 이제서야 일상적인 삶을 살게 된다.
마치 바리데기처럼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 그들을 살리는 약을 구하고 끝내 무당이된다. 라일라도 부모나 시대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정말 대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록하다니 그리고 여러 나라의 문화와 정말로 많은 인물을 만들고 묘사하는 일들이 정말 대단하다.
<제인에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테스>같은 작품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여자라서 더욱 시대를 격렬하게 살 수 없는 것 같아 가슴아프다.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는 내가 정말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과 여자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 시대에게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