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 뿔 창비청소년시선 33
이장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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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년마다 다른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어떤 선생님이 창작한 시집이다. 

청소년과 함께 하면서 청소년의 마음을 갖게 된 시인의 순수함이 있어서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많이 났다. 

삐딱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이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도 마음을 다 잡게 되는 멋진 시집이다.  


이 시집을 읽고 나도 아침마다 학생들에게 좋은 시를 읽어 주거나 시 릴레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격수업이 더 많아지면서 아침조회시간엔 출석체크만 하고 늦잠자는 학생들 깨우는데만 집중하는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멋진 시를 한 편정도 낭독해주는 것도 아침을 맞이하는 멋진 풍경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시 속에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내면서 갖게되는 에피소드들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급식시간에, 점심시간에,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시로 재탄생되었다. 시인의 학생관, 교육관이 시 전편에 들어있다.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흔들고 싶은 대로 고고",라는 시구에서 시인의 철학이 팍팍 느껴졌다. 

살살 쓰다듬는 손에는 털이 되고, 덥석 잡으려는 손에는 가시가 되는 고슴도치처럼 학생들은 늘 사람을 많이 가린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여드름이 많이 난 학생을 코뿔소에 빗대어 표현하고 학생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나 일화가 들어가서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이팔청춘 개냥이"라는 시는 박장대소를 했다. 문답법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어른의 질문에 학생들이 답을 하는 방식이다.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지 말고, 집에 그나마 꼬박꼬박 들어오는 것을 칭찬하라. 커서 뭐가 될 거냐 물으니 클 만큼 컸다고 대답한다. 이럴거면 집을 나가라 화를 내니,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커야 할 것 같단다. 대들지 않고 그래도 아직 조금 더 커야겠다니 귀엽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할 말을 다하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선후배간의 갈등이나 학교폭력 상황도 아주 코믹하게 이야기해서 좋았다. 1학년 학생의 경우 늘 한 두 학년 위의 선배가 제일 무서운데 이를 킹콩과의 만남으로 표현했다. 적절한 표현과 귀여운 그림이 감상의 폭을 넓힌다. 

학교 적응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던 복학생을 '민달팽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떠나고 나서 소중함을 알게 된다. 민달팽이가 집을 그리워하듯 복학생도 학교를 떠나서 가방과 교복을 그리워한다. 

학생들간의 관계를 '묵'에 비유한 것도 아주 감명깊었다. 

"세게 잡으면 두동강 나고, 약하게 잡으면 미끄러지는 우리"

친절하면서도 엄격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묵에 비유했다. 부서지지 않고 잘 관리하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이 시집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시를 감상하고 비슷한 시를 지어본다거나 시화그리기 활동을 한다면 좋겠다.   

비슷한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시를 친근하게 느끼고, 시를 자주 접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중학생이 쓴 것처럼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인간적인 시집이다. 

호랑이는 호랑이답게
그렇지 곰을 잡아먹으면 되겠구나
게다가 곰은 세상모르고 쿨쿨 자고 있더라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게
인간의 조건이었는지느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랑은 안 맞았어
그러니까 나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을 한 거라고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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