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우리 가족이 화목한 일일 연속극 속 가족들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기적이고 쌀쌀맞은 아버지, 잔소리 많고 감정 기복 심한 어머니, 경박하고 뺀질대는 오라버니는 드라마뿐 아니라 어떤 동화책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된 진리는 겉으로 근사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실제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아마 그 홈드라마 속에 사는 가족들도 카메라가 멈추었을 땐, 환멸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흘겨본 게 분명했다.-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