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티티새 > 우리말 사랑, 지금부터 시작!!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1
성제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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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몇일동안 꽤나 조심스러웠다. 다른 책을 읽을 때는 물론이고 글을 쓸 때는 더더욱 그랬다. '우리말 편지'와 연애를 하는 동안 내내 나는 처음 사랑을 경험해보는 소녀처럼 조심스러웠고 어쩌면 선생님께 검사를 받는 아이의 마음과도 같이 두근거리며 글을 읽고 글을 쓴다. 모르고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알면서도 실수하는 것은 다른 이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일이라고 돌아가신 할아버님께서는 자주 말씀하셨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우리말과 그동안 내가 잘못 사용한 말들을 정정해서 머리 속에 집어넣어도 입과 손은 계속해서 실수를 한다. 그것이 속상해 친구에게 투덜대자 책 한번 보고 다 알면 대한민국에 바른말 고운말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냐며 핀잔을 주며 웃는다.

 

작가는 우리말과 연애를 한 시간은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마음만 앞서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 내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컸다. 사랑을 처음 할 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소화하려해서 마음이 탈이 나고마는 것처럼 우리말도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손과 입에 탈이 나는 것이다. 잘못된 표현을 입에 달고 그것이 맞다고 살아온지 25년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에 와서 바른 우리말을 쓰는 데는 어느정도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도 필요하다.

 

#한글, 얼마나 알고 계세요?

<여러분, 인류가 만든 문자 중 만든 사람과 만든 날, 그리고 만든 동기와 원리가 밝혀지는 유일한 글자가 뭔지 아세요? 바로 한글입니다.

'훈민정음'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고, 한글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문맹퇴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데, 그 사랑의 이름이 바로 '세종대왕상'이랍니다.>

 

[대지]를 쓴 펄벌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고 하고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전세계가 극찬하는 한글을 아무런 어려움없이 쓰고 있는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한국어시험에서 50점을 맞는 한국인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 시험에서 나는 30점을 맞기도 힘들거란 생각을 하며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뒷덜미가 뜨거워진다.

 

우리가 쓰는 한글 글자 수는 모두 11,172자라고 한다. 한글은 우리가 말로 하는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말을 뒤집으면 우리가 쓰는 말이 엉터리일 경우 우리의 한글도 엉터리가 되는 것이다. 선조가 물려준 고마운 문화유산인 한글이 없었다면 일제강점기때 우리나라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며 이미 뿌리를 잊고 사는 민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한글의 소중함을 알고 제대로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딩동! 오늘도 한통,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책을 쓴 성제훈이란 분은 글쟁이로 불리기 보다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리긴 원하는 소박한 사람이다. 스스로 굴퉁이라고 말할만큼 지식 나부랭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가 아는 만큼,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우리말을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싶어서 거의 날마다 전자우편으로 '우리말 펴지-우리말 123'을 보낸다고 한다. 그가 보낸 메일이 모아져 두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는 책을 사계절로 1권에는 봄과 여름, 2권에는 가을과 겨울을 나눠 우리말을 알려주고 있다.

 

농업공학연구소에서 일한다는 그의 책에는 흙냄새와 비냄새가 함께 난다. 그걸 시골의 냄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동안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서도 좋았지만 시골을 만난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더욱 좋았다. 국어학자도 한글학자도 아니기에 그의 글에서는 편하게 웃어넘길 이야기와 함께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지식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재놓은 앎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만남"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대신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하고픈 것은 우리말을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우리말과 사랑에 빠져제대로 우리말을 가꾸는 이들이 많아질거란 생각에서 그는 오늘도 수천명에게 우리말 편지를 보낸다. 딩동! 오늘도 한통,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얼마나 설레는 편지인가!

 

연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그건 마음 속에 그 상대를 품는 것이다. 그 상대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말과 연애를 할려면 우리말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지만 우리말을 쓰다보면 맞는 표현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정작 찾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은 목을 빼고 기다린다. 자신을 알아주고 제대로 써주기를. 그래서 우리말이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자신과 사랑에 빠지자고. 그 고백에 이미 내 마음은 홀딱 넘어가버렸다.

 

이제 여러분 앞으로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냅니다. 딩동!

 

#살짝 엿보는 우리말

책 속에 담긴 수 많은 우리말 이야기 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5개도 넘지 않았다. 이러니 나는 우리말에게 연애편지를 꼭 받을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우리말을 몇개만 짚어보자. 잘못된 우리말 속에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 참 많다. 그 말들만 바로 잡아도 우리말 사랑 70%는 달성한 셈이지 않을까!  그와 함께 숨겨진 우리말을 사용한다면 우리말이 나를 꽉 껴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온 일본말은 일본으로 보내자.

다대기->다지기, 야채(일본어투 낱말)->나물, 푸성귀, 야생화(일본어투 낱말)->들꽃

일가견(어떤 문제에 대하여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일본어에서 온 말)->한가락

촌지(일본어투 한자말)->작은 정성(작은 선물) 뗑깡(일본말)-생떼, 억지, 투정

 

-아름다운 우리말 자주 사용해주세요.

누룽지->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

눌은밥->솥 바닥에 눌러붙은 밥에 물을 부어 불려서 긁은 밥

바램(바람의 잘못된 표현)->바람

안갚음(순 우리말)-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

오구탕->"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

거시기->"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이름씨.

비거스렁이->"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항상 궁금했던 표현, 이제야 제대로 알다.

1.'사랑할께요'와 '사랑할게요' 어느 것이 맞을까?

->답은 '사랑할게요'이다. '게'와 '께'를 구별하는 원칙은 의문형만 된소리로 적고 종결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 것이다. 즉, 살아할까요? 사랑할게요!이다.

2.'저예요' '저에요' 어느 것이 맞을까?

->'에요'와 '예요'를 구분하는 법은 앞에 받침이 없으면 '예요'를, 받침이 있으며 '이에요'를 쓰면 된다. 즉, 저예요, 사랑이에요, 책이에요, 전화예요.

 

 

#우리말사랑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우리말 공부를 할때면 나역시도 절절매지만 아이들은 우리말을 배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지루해한다. 십대들, 이십대들까지 인터넷 용어와 신조어 사용을 당연시 하고 모 TV프로그램에서 어른과 아이들의 언어격차는 같은 나라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라고 느끼지 못할만큼 극심하다. 웃고 넘기기에는 우리말이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 아이가 손가락 하나로 무너지는 뚝을 막았듯이 우리 한사람의 힘이 모여 무너져 내리는 우리말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해야 할 우리말, 지금이 사랑에 빠질 때다.

 

서평을 쓰면서도 내내 가슴을 졸인다. 혹시나 잘못된 표현이 있을까 걱정이다. 사랑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무척이나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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