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광고회사 애드케미에서 일하던 저자 안토니오 G. 마르티네즈는 201031일 와이콤비네이터(YC, 미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에서 자금지원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보게 됐다. YC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YC 자금을 지원받았던 기업만으로도 오늘날 인터넷에 활용되는 인프라 기술의 약 80퍼센트 구현할 수 있을 정도란다. 빙고!

그런데 어쩌나! 마감일은 33, 바로 코 앞이다. 그는 애드케미 최고의 인재 매슈와 아지리스 두 사람을 끌어들여 부랴부랴 사업계획서와 PT 자료를 준비했다. 328, 마지막 날 마지막 인터뷰 자리를 따냈다. 맨 첫 번째 혹은 맨 마지막에 오르라는 격언대로 말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10이 흘렀다. 결과는? 캄온! 세 사람은 YC 본사 근처에 사무실을 차렸다. 회사명은 애드그로크로 정했다.

책은 자금 지원을 신청한 20103월부터 201410월 사이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어리어에서 저자가 벌였던 종횡무진의 활약을 다룬다. 그는 페이스북 캠퍼스 16번 동에 있는 유리방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페이스북의 황제 마크 저커버그가 있는 곳이다.

저자는 버클리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페이스북 제품매니저(PM), 골드먼삭스 퀀트 전략가에 이어 트위터 고문 등을 지냈다.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는 2010년대 한창 치열했던 IT 생존 경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 책 내용은 뻔하다. 이곳 저곳에서 쫓겨나거나 새로 일을 벌이거나, 둘 중 하나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밑바닥 창업에서부터 최고의 IT 기업 생태계까지 생생하게 알 수 있으니까. 게다가 저자의 위트 넘치는 독설과 재치 가득한 필력은 글쓰기에도 영감을 줄 걸?

 

"거의 모든 초기 스타트업의 역사는 내가 겪은 상황과 같은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모두들 법적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전화로 뒷거래를 진행하고, 투자자나 공동 창업자의 등 뒤에 칼을 꽂고, 순진한 직원을 유혹해서 속여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애드케미가 그런 경우였다)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애드그로크에 대해 묘사한 이야기는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절대적인 법칙이다." - 209

 

 저자 안토니오 G. 마르티네즈. 그는 현재 트위터 고문을 맡고 있다.

 

카오스 멍키는 넷플릭스에서 만든 오픈 소스 이름이다. 가령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의 수많은 서버가 비치된 데이터 센터에 카오스 멍키 즉 혼돈에 빠져 미쳐 날뛰는 원숭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닥치는 대로 서버를 부수거나 케이블을 뽑고 난리법석을 떨 것이다.

엔지니어는 이런 '카오스 멍키'를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키고 온라인 서버의 견고성을 테스트한다. 견고성은 각종 문제를 견뎌내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이다. 한편 스타트업 창업자는 IT업계의 카오스 멍키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에어비앤비가 기존의 호텔 체인을, 넷플릭스가 기존의 텔레비전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메기, 카오스 멍키인 셈이다.

저자는 스타트업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성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삶의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 한 가지 일에만 편집증적으로 집중하는 능력이다. 둘째 무한한 양의 똥더미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서 똥더미는 마음을 괴롭히는 의심과 토할 것 같은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간난 신고 같은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 자신이 바로 카오스 멍키같은 존재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애드케미를 뛰쳐나와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금을 모으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한창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때 애드케미가 소송을 걸어왔다. 애드케미와 유사한 사업 아이템을 한다며 지적재산 절도죄로 문제 삼은 것이다. 결론은? 그가 멋지게 한 방 먹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생태계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자못 흥미롭다. 단,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잠깐, 기왕에 스타트업을 차렸으니 대박을 터트려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네즈는 어땠을까? 거의 대박을 터트릴 뻔했다. 결국 트위터에 500만 달러를 받고 회사를 팔아버렸다. 그후 그는 페이스북에 갔다가, 현재 트위터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의 나이 138억년을 24시간짜리 영화로 축약하여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면 엔딩크레딧이 지나가고 4/100초 후에 최초의 인간이 등장하고, 1시간을 더 기다리면 최초의 동물이 나타난다. 지구와 태양계의 탄생을 보려면 다시 7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여기서 16시간을 더 기다려야 우주가 탄생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버코비치(David Bercovici) 교수는 지구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와이대에서 10년간 재직하다 2001년 예일대로 옮겼다. 그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같은 이름의 교양 강좌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예일대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세미나를 토대로 했다. 이외 “자연 재해”(Natural Disasters)”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를 보면 우주의 탄생, 별의 생성과 소멸, 태양계와 지구, 바다와 대기, 기후, 생명과 인류 등 세상의 기원과 생명의 유래를 다루었다. 각각의 주제는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우주의 탄생에서 인류의 출현까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연대기 순으로 둘러본다.

저자는 방대하기 그지없는 내용을 원서 기준으로 100여 쪽에 압축했다. 텍스트 수준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영역까지 포괄적이다. 특히 독자들이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설을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저자의 전공이 지구물리학이니 만큼 지구와 행성에 관련된 설명이 다른 것보다 세부적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가득 실렸다. 가령 우리 은하계의 질량에 관해 살펴보자. 은하계에는 보통 1천 억 개의 별이 있다. 이 별들의 무게를 다 합치면 은하계의 질량이 될까?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별의 무게는 은하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5%에 불과하다. 암흑에너지가 대다수(70%)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암흑물질(25%)이다. 암흑물질은 이론상으로 정립되어 있을 뿐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때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은하와 같이 큰 규모의 우주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한정된 감각으로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벽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중력의 힘을 느끼지 못하듯이.

외계에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행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행성이 지속적 서식 가능 영역이 되려면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을 충족해야 한다. 즉 임의의 행성이 모항성과 적절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서 긴 세월 동안 생명체를 거느려왔을 가능성이 있는 후보 별이 수십억 개에 달한다. 조건을 아무리 까다롭게 잡아도 최소한 수천 개는 된다고 한다.

여기서 ‘골디락스’는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등장하는 여자아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아이는 곰 가족이 외출한 사이 빈 집에 들어가 가장 적절하게 식은 수프를 먹고, 적절한 크기의 의자에 앉고, 적절한 크기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래서 골디락스는 ‘가장 적절한 조건’을 의미한다. 이렇듯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 동화 등에서 따온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은 우주와 생명의 탄생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은 되짚어볼 수 있고, 잘 몰랐던 개념과 원리는 새롭게 익힐 수 있다. 일독을 적극 추천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 모멘텀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자 이종인 선생은 이 시대 최고의 번역가 중 한 분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각적이고 색채로 가득한 연주... 일곱 색깔 이미지 그리고 다섯 감각의 하모니.

 

작가 온다 리쿠는 피아노가 만드는 음악과 소리를 텍스트로, 혹은 이미지로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까. 그 뜨거운 프로페션은 작가를 열병에 들뜨게 했을 것이다. 독감에 걸린 것처럼 앓아 눕기도 하고,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허공으로 훠이훠이 저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호프만이 안겨준 기프트 혹은 설치한 폭탄은 무엇일까? 여기에 미스터리 같은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책을 건너뛰면 안 된다. 작가는 거대한 직소퍼즐의 조각을 딱딱 맞추듯특유의 섬세함과 노련함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건너뛰면 당신만 손해다.

 

나 말이야, 호프만 선생님하고 약속했어.”

무슨 약속?”

음악을 세상에 데리고 나가겠다는 약속.”

 

나는 결국 가자마 진이 본선을 앞두고 오케스트라와 가진 리허설 장면에서 감동어린 눈물을 흘렸다. 아카시와 아야가 서로 부둥켜 안고 크게 울었던 만큼은 아니지만.

 

세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여섯 명. 개중에 마사루, 아야, 가자마가 주인공들이다. 세 사람에게는 피아노를 하게 된 배경이 있고, 각자의 꿈이 깃들어 있다. 이번 콩쿠르를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성장하고 진화한다.

 

이 작품은 비록 짧은 2주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어떤 독자에게는 성장 소설이요, 어떤 독자에게는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여담 하나. 7백 쪽이나 되는 양장본을 손에 들고 읽기 영 불편했다. 독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두 권으로 분철했으면 어땠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곡을 담은 CD도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프로코피예프 2번은 왜 없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앤디 튜이 그림, 정윤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아프리카 작가 치누아 아체베를 시작으로 시몬드 보부아르, 가즈오 이시구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까지 총 52명의 주요 작가들을 A부터 Z까지 소개했다.

 

작가별로 대표작 중심으로 5권 씩 소개한 꼭 읽어야 할 작품은 독자가 더 읽고 싶을 때 좋은 길라잡이가 된다. 또한 작가에 대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또 다른 진실은 작가들의 삶의 이면을 엿보듯 흥미롭다.

 

프리랜서 작가 캐롤라인 타가트가 1000자 범위 내에서 정리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의 모범이다. 게다가 글쓴이의 의견과 명문의 인용까지 다채롭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아티스트 앤디 튜이가 그린 작가들의 초상화다. 특히 초상화의 배경을 눈여겨보야 한다. 가령 올더스 헉슬리 초상화의 배경은 멋진 신세계에 나오듯 알파부터 엡실론까지 계급으로 나눈 아이들을 상징하는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다. 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에는 청새치, 월딩엄 골딩에는 탐욕스런 돼지,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에는 거대한 곤충이 그려져 있다.

    

브라질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1920~1977)

 

나는 특히 20년 동안 브라질 소설이 맴돌고 있던 중력의 중심을 이동시킨 작가로 칭송받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Clarice lispector)에 대한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에서 브라질로 이주한 유대인 작가였다. 망명자 신분이던 그녀는 자신이 느낀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원제 A Hora da Estrela, 별들의 시간)가 변역돼 있다. 클라리시는 화상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1977년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목록을 보면 내게 익숙한 이도 많지만, 잘 몰랐던 작가도 적지 않아 묘한 설렘을 느꼈다. 그간 내게 잊혔거나, 내가 잘 몰랐던 작가들을 다시 만난 반가움은 뭐에 빗댈 수 있을까.

 

프랑스 문예평론가 샤를 단치는 위대한 고전은 위대한 독자 덕분에 불멸로 살아남는다고 했다. 읽혀지지 않는 고전은 사멸한다는 뜻이다. 고전이란 시대에 따라 새롭게 읽히고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위대한 작가들을 새롭게 보게 하고, 위대한 고전들을 되짚어 보게 해준다.

 

요즘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시대에 고전과 문학 작품을 다시 꺼내자.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고, 살아갈 힘을 서로 북돋우자. 그리고 나만의 명작을 다시 가슴에 품어보자.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인생이 두남받을 수 있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