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의 나이 138억년을 24시간짜리 영화로 축약하여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면 엔딩크레딧이 지나가고 4/100초 후에 최초의 인간이 등장하고, 1시간을 더 기다리면 최초의 동물이 나타난다. 지구와 태양계의 탄생을 보려면 다시 7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여기서 16시간을 더 기다려야 우주가 탄생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버코비치(David Bercovici) 교수는 지구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와이대에서 10년간 재직하다 2001년 예일대로 옮겼다. 그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같은 이름의 교양 강좌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예일대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세미나를 토대로 했다. 이외 “자연 재해”(Natural Disasters)”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를 보면 우주의 탄생, 별의 생성과 소멸, 태양계와 지구, 바다와 대기, 기후, 생명과 인류 등 세상의 기원과 생명의 유래를 다루었다. 각각의 주제는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우주의 탄생에서 인류의 출현까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연대기 순으로 둘러본다.

저자는 방대하기 그지없는 내용을 원서 기준으로 100여 쪽에 압축했다. 텍스트 수준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영역까지 포괄적이다. 특히 독자들이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설을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저자의 전공이 지구물리학이니 만큼 지구와 행성에 관련된 설명이 다른 것보다 세부적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가득 실렸다. 가령 우리 은하계의 질량에 관해 살펴보자. 은하계에는 보통 1천 억 개의 별이 있다. 이 별들의 무게를 다 합치면 은하계의 질량이 될까?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별의 무게는 은하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5%에 불과하다. 암흑에너지가 대다수(70%)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암흑물질(25%)이다. 암흑물질은 이론상으로 정립되어 있을 뿐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때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은하와 같이 큰 규모의 우주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한정된 감각으로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벽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중력의 힘을 느끼지 못하듯이.

외계에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행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행성이 지속적 서식 가능 영역이 되려면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을 충족해야 한다. 즉 임의의 행성이 모항성과 적절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서 긴 세월 동안 생명체를 거느려왔을 가능성이 있는 후보 별이 수십억 개에 달한다. 조건을 아무리 까다롭게 잡아도 최소한 수천 개는 된다고 한다.

여기서 ‘골디락스’는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등장하는 여자아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아이는 곰 가족이 외출한 사이 빈 집에 들어가 가장 적절하게 식은 수프를 먹고, 적절한 크기의 의자에 앉고, 적절한 크기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래서 골디락스는 ‘가장 적절한 조건’을 의미한다. 이렇듯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 동화 등에서 따온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은 우주와 생명의 탄생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은 되짚어볼 수 있고, 잘 몰랐던 개념과 원리는 새롭게 익힐 수 있다. 일독을 적극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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