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앤디 튜이 그림, 정윤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아프리카 작가 치누아 아체베를 시작으로 시몬드 보부아르, 가즈오 이시구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까지 총 52명의 주요 작가들을 A부터 Z까지 소개했다.

 

작가별로 대표작 중심으로 5권 씩 소개한 꼭 읽어야 할 작품은 독자가 더 읽고 싶을 때 좋은 길라잡이가 된다. 또한 작가에 대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또 다른 진실은 작가들의 삶의 이면을 엿보듯 흥미롭다.

 

프리랜서 작가 캐롤라인 타가트가 1000자 범위 내에서 정리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의 모범이다. 게다가 글쓴이의 의견과 명문의 인용까지 다채롭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아티스트 앤디 튜이가 그린 작가들의 초상화다. 특히 초상화의 배경을 눈여겨보야 한다. 가령 올더스 헉슬리 초상화의 배경은 멋진 신세계에 나오듯 알파부터 엡실론까지 계급으로 나눈 아이들을 상징하는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다. 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에는 청새치, 월딩엄 골딩에는 탐욕스런 돼지,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에는 거대한 곤충이 그려져 있다.

    

브라질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1920~1977)

 

나는 특히 20년 동안 브라질 소설이 맴돌고 있던 중력의 중심을 이동시킨 작가로 칭송받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Clarice lispector)에 대한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에서 브라질로 이주한 유대인 작가였다. 망명자 신분이던 그녀는 자신이 느낀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원제 A Hora da Estrela, 별들의 시간)가 변역돼 있다. 클라리시는 화상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1977년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목록을 보면 내게 익숙한 이도 많지만, 잘 몰랐던 작가도 적지 않아 묘한 설렘을 느꼈다. 그간 내게 잊혔거나, 내가 잘 몰랐던 작가들을 다시 만난 반가움은 뭐에 빗댈 수 있을까.

 

프랑스 문예평론가 샤를 단치는 위대한 고전은 위대한 독자 덕분에 불멸로 살아남는다고 했다. 읽혀지지 않는 고전은 사멸한다는 뜻이다. 고전이란 시대에 따라 새롭게 읽히고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위대한 작가들을 새롭게 보게 하고, 위대한 고전들을 되짚어 보게 해준다.

 

요즘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시대에 고전과 문학 작품을 다시 꺼내자.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고, 살아갈 힘을 서로 북돋우자. 그리고 나만의 명작을 다시 가슴에 품어보자.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인생이 두남받을 수 있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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