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작사, 작곡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노래 : 조동진]

 

[노래 : 장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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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2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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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채봉, 샘터사, 2003년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본문 22쪽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길가에 씀바귀 하나가 떨어져 꿈을 키우고 있었다.

봄이 와서 씀바귀가 마악 떡잎을 내밀었을 때였다.

참새가 날아와서 떡잎 둘 중 하나를 쪼아먹어 버렸다.

씀바귀는 떡잎 하나만으로 간신히 속잎들을 펴냈다.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이었다.

이번에는 무심코 소 발굽에 밟히고 말았다.

씀바귀는 흙탕에 처박힌 고개를 드는 데

며칠이 걸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꽃망울이 부풀은 어느 날이었다.

깔깔거리며 장난질 치고 가는 아이들 발에

꽃대궁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씀바귀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대궁을 밀어올렸다.

 

마침내 씀바귀는 빛나는 노오란 꽃을 피웠다.

 

열 배, 스무 배의 꽃씨를 띄워 올리는 씀바귀에게

이웃의 강아지풀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수확을 할 수 있는지요?"

 

씀바귀가 대답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그리하여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거듭거듭 새로 시작하여야 하지."

 

본문 24-25쪽에서

 

* 공부에 지쳐 힘들어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이 시를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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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오늘부터 학교 갈 일이 별로 없으니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만, 학교를 나와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얼굴에 아이스크림 귀신이 붙었는지, 나만 보면 '선생님,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를 연발하는 아이들.

   그래도 나의 대답은 항상 "응, 알았어. 가까운 수퍼는 어디지?" 그러면서 아이들이랑 수퍼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린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은 두 번이나 그랬다. 나는 아이들이랑 군것질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학교 밖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훨씬 더 활기가 넘친다. 정말 고등학생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쩌면 내가 아이스크림을 잘 사 주는 이유가 그런 모습을 오래 보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이들이랑 아이스크림 사 먹는 일은 아주 유쾌하다.

   오늘 만난 녀석들은 대뜸 "선생님, 더워요"라고 하기에, 모른 척하며 "더워? 그럼 이렇게~!"하면서 내 손부채로 막 부쳤다. ㅋㅋ 그랬더니, "이거 말구요,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란다. 내가 "수퍼가 어디 있지?"라니까 말 없이 손으로 수퍼를 가리킨다. 수퍼 쪽으로 가다가 한 녀석이-전에 내가 학교 매점 아주머니랑 닮았다고 했더니, 뾰로통해서 나의 옆구리를 툭툭 찌른 녀석이다- "선생님, OOO OOO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래서 내가 잠깐 어떻게 할까 판단하려고 하는 순간! 그 옆에 있던 녀석이 "야, 그건 솔직히 좀 오버다. 그냥 콘 아이스크림 먹자"라고 했다.(잘 된 일인지, 아닌지???) 녀석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보충수업 끝난 날인데 뭘 하냐고 했더니, 오늘은 공부가 너무 안 돼서 찜질방에 갔다 올 거란다. 귀여운 녀석들... 내가 학교 다닐 땐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ㅋㅋ 잠깐이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교사-학생의 거리감은 없다.

   그렇지만 나도 가끔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자주 사 주면 교육적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교육적 운운하는 것은 좀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그까짓 수퍼 아이스크림이나 매점에서 파는 불량식품들은 그네들의 입맛을 그렇게 당기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게 되겠지. 그래도 '선생'이 사주는 거라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좋아라 하며 먹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먼 훗날 혹 기억할 지도 모른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말이야... 우리 선생님이 사 주신 아이스크림 먹으며 선생님과 동네 한 바퀴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나는 아이들이 그것만 기억해 줘도 아마 행복한 '선생'일지 모른다. 물론 기억해 주지 않아도 지금 현재가 좋았으니 상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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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4-08-1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드네요.. '나도.. 학교 다닐 때, 샘들께 아이스크림 사 달라고 한번이라도 쫄라볼껄...' 항상 샘들은 너무 '높고 먼' 곳에 있어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 이었지요. 그 높은 '교단'에서 내려서야겠어요.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아닌가 봐요 ^^; ") 비록 '카리스마'없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아이스크림 다 먹을 동안의 일상적인 행복..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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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잘 받았습니다.

  좀 늦은 편지지만 -2002년 4월 1일부터 2004년 2월 22일까지의 편지였으니 늦은 셈이지요- 고마운 편지 잘 받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더운 이 한 여름에 편지를 읽게 되어, 편지에서 나오는 청신(淸新)한 기운이 제가 이 무더위를 견디는데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이 편지에서는 나무의 맑은 기운뿐만 아니라, 편지의 끄트머리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시는 나무처럼 넉넉한 말씀도 함께 담아 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보내주신 이 편지로 아주 유식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커다란 석조에다 부레옥잠 키우기 시작했거든요. 저도 부레옥잠이 수질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도 모를 정도의 청맹과니는 아니지만, 부레옥잠의 고향이 열대 아메리카라는 것, 꽃잎이 봉의 눈동자를 닮아 '봉안련(鳳眼蓮)'이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 고향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이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한 해 밖에 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겨울 부레옥잠이 죽으면 축적된 오염물질이 다시 그대로 물로 흘러 들어가 물의 오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답니다.
  이 더운 여름에 보충수업을 지겨워하는 아이들에게 슬쩍 '부레옥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얘들아, 며칠 전에 현관 앞에 못 보던 꽃(원래는 풀이라고 해야하지만)이 있던데, 봤나?' 그러면 아이들도 '부레옥잠' 정도는 압니다. ''부레옥잠'이 어떤 역할을 하는 줄은 다 알지요?'아이들이 모두 '수질정화요'. 여기까지 오면 이제 이 편지에서 읽은 내용을 쭈욱 풀어서 설명하면 제가 어느새 '유식쟁이' 생물 선생님이 돼 있답니다.

  게다가 당신이 보내주신 편지에서 들려 준 다양한 식물들의 생존 전략, 환경 적응 방식 등을 대할 때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식물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 나태하고 게으른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 주변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가 그냥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 경쟁과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임을 마주할 때 느끼는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고 늘 부족한 환경을 탓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짜증이고, 추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가운 날씨를 탓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자연 속의 식물들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자기의 환경 속에서 생존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가는 것, 번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래서 식물의 '생식 기관'인 꽃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꽃잎 한 장 한 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국화꽃은 아닐지라도 저 꽃 한 송이, 나뭇잎 한 장이 피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우는' 정도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하고 계신 곳의 나무들은 이 무더위를 좋아하겠지요? 이 여름을 묵묵히 견디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을 테지요? 저도 언젠가 꼭 한 번은 그 곳 숲의 나무들을 만나러 갈 계획입니다. 만나면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마도 나무들이 나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도 같습니다.

  제가 숲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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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8-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저번 리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상심했었다. 그래서 리뷰 쓰는 게 심드렁했었는데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오늘로 보충수업이 끝났다. 7월 19일부터 8월 17일까지 약 한 달간 3학년 학생들과 함께 보충수업이 끝나는 것이다. 다른 분들은 보충수업이 끝나면 으레 서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회식자리를 마련하지만, 난 사양하고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학교에 남았다.

   일이야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 해 두어야 할 일이다. 우선 은행에 가서 돈을 좀 찾기도 하고 계좌이체를 해 두었다. 다음으로 개학하면 바로 쓸 1학년 읽기자료를 정리하고 있고, 도서실에 들어온 책의 행정적인 문서처리도 했다.

   아직도 남은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버려 둘 생각이다. 일이야 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고, 지금에야 더 하려고 해야 할 수도 없다. 조금 있다 학교를 나서 목욕탕을 거쳐 집으로 갈 생각이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집에서 책을 읽다가 쉽게 잠이 오지 않으면 축구를 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잠들었다가 내일 일어나 떠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보충수업을 끝내고 내일부터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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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8-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로 가시는지요??
고된 일을 끝내고 맞는 달콤한 휴가.. 즐겁기를 바랍니다..

느티나무 2004-08-1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20일은 충남 서산, 예산, 홍성 쪽으로 갈까 합니다.
22-24일은 지리산 종주입니다.

메시지 2004-08-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여행 되길 바랍니다.

느티나무 2004-08-1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고맙습니다. ^^

메시지 2004-08-1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사진도 기대됩니다. 제주도 사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