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샘터사, 2003년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본문 22쪽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길가에 씀바귀 하나가 떨어져 꿈을 키우고 있었다.
봄이 와서 씀바귀가 마악 떡잎을 내밀었을 때였다.
참새가 날아와서 떡잎 둘 중 하나를 쪼아먹어 버렸다.
씀바귀는 떡잎 하나만으로 간신히 속잎들을 펴냈다.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이었다.
이번에는 무심코 소 발굽에 밟히고 말았다.
씀바귀는 흙탕에 처박힌 고개를 드는 데
며칠이 걸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꽃망울이 부풀은 어느 날이었다.
깔깔거리며 장난질 치고 가는 아이들 발에
꽃대궁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씀바귀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대궁을 밀어올렸다.
마침내 씀바귀는 빛나는 노오란 꽃을 피웠다.
열 배, 스무 배의 꽃씨를 띄워 올리는 씀바귀에게
이웃의 강아지풀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수확을 할 수 있는지요?"
씀바귀가 대답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그리하여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거듭거듭 새로 시작하여야 하지."
본문 24-25쪽에서
* 공부에 지쳐 힘들어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이 시를 전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