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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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잘 받았습니다.

  좀 늦은 편지지만 -2002년 4월 1일부터 2004년 2월 22일까지의 편지였으니 늦은 셈이지요- 고마운 편지 잘 받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더운 이 한 여름에 편지를 읽게 되어, 편지에서 나오는 청신(淸新)한 기운이 제가 이 무더위를 견디는데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이 편지에서는 나무의 맑은 기운뿐만 아니라, 편지의 끄트머리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시는 나무처럼 넉넉한 말씀도 함께 담아 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보내주신 이 편지로 아주 유식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커다란 석조에다 부레옥잠 키우기 시작했거든요. 저도 부레옥잠이 수질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도 모를 정도의 청맹과니는 아니지만, 부레옥잠의 고향이 열대 아메리카라는 것, 꽃잎이 봉의 눈동자를 닮아 '봉안련(鳳眼蓮)'이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 고향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이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한 해 밖에 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겨울 부레옥잠이 죽으면 축적된 오염물질이 다시 그대로 물로 흘러 들어가 물의 오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답니다.
  이 더운 여름에 보충수업을 지겨워하는 아이들에게 슬쩍 '부레옥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얘들아, 며칠 전에 현관 앞에 못 보던 꽃(원래는 풀이라고 해야하지만)이 있던데, 봤나?' 그러면 아이들도 '부레옥잠' 정도는 압니다. ''부레옥잠'이 어떤 역할을 하는 줄은 다 알지요?'아이들이 모두 '수질정화요'. 여기까지 오면 이제 이 편지에서 읽은 내용을 쭈욱 풀어서 설명하면 제가 어느새 '유식쟁이' 생물 선생님이 돼 있답니다.

  게다가 당신이 보내주신 편지에서 들려 준 다양한 식물들의 생존 전략, 환경 적응 방식 등을 대할 때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식물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 나태하고 게으른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 주변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가 그냥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 경쟁과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임을 마주할 때 느끼는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고 늘 부족한 환경을 탓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짜증이고, 추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가운 날씨를 탓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자연 속의 식물들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자기의 환경 속에서 생존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가는 것, 번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래서 식물의 '생식 기관'인 꽃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꽃잎 한 장 한 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국화꽃은 아닐지라도 저 꽃 한 송이, 나뭇잎 한 장이 피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우는' 정도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하고 계신 곳의 나무들은 이 무더위를 좋아하겠지요? 이 여름을 묵묵히 견디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을 테지요? 저도 언젠가 꼭 한 번은 그 곳 숲의 나무들을 만나러 갈 계획입니다. 만나면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마도 나무들이 나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도 같습니다.

  제가 숲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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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8-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저번 리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상심했었다. 그래서 리뷰 쓰는 게 심드렁했었는데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