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요즘 세상은 어수선하고,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곡기를 끊고, 또 그 사람들을 위해 겨울 아스팔트 찬바닥에 앉아서 목청껏 외치며 힘을 보태고, 그러는데 또 한해는 어김없이 저물고... 그래서 쓸쓸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쉬운 사람도 많을 것이고, 추운게 끔찍하게 싫은 가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좀 나아질까 하는 희망도 없이 그저 이 추위만 좀 사그라들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내 처지나 상황은 천국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오늘이었기에 짧은 글로 기억해 두려고 한다.

   어제 (12월 30일)우리  학교는 방학을 했고, 오늘은 우리 학교 도서부 학생들이랑 스케이트 타러 가기로 한 날이다. 도서부 활동이다, 학교 축제다, 도서실 운영이다 해서 1년동안 바쁘기만 했는데, 이번에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같이 놀러가는 것이다.

   지하철을 탈 때부터 큰소리로 '선생님, 여기 앉으세요'라는 말로 온 승객들의 주목을 끌더니, 시끌벅적함으로 내릴 때까지 민망했다. 오전에는 벡스코에 가서 스케이트를 좀 탔다. 아이들은 인라인을 타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어릴 때 스케이트를 배운 적이 있는지는 몰라도 대부분 잘 탔다.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 스펀지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나와 같이 간 선생님이 계산했다. 아이들이 다시 가까운 해운대 아쿠아리움 지하로 가자고 했다.(그 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쿠아리움도 아니고, 왜 거기 지하? 그래도 아이들끼리 계획을 잘 세워왔기에 편하고 좋았다. 아이들이 세운 계획은 이랬다. 오전 스케이트와 점심 식사는 도서부라면 필수!! 이후 보드카페와 노래방은 선택사항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조로왔다.) 아무튼 모두 10분 정도 걸어서 아쿠아리움 지하로 갔고, 거기서 잠시 사라진 두 명을 기다리며 '마피아 게임'도 했다.

   조금 후에 돌아온 두 명의 아이들. 손에는 케익을 들려 있었다. 속으로 '어? 오늘 누구 생일이지?'하는 생각을 하며 기억을 되살려 보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 순간,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쿠아리움 지하 휴게소에서 케잌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다음, 이 녀석들이 '결혼 축하합니다'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도 당황스럽고 고마워서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촛불을 끄니, 폭죽도 터트리고 준비해온 선물과 함께 내놓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말문이 막혔던 경우도 드물었지 싶다. 순박하고 아름다운 아이들!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내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준비한 마음의 선물이었다. 자기들끼리 이런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내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순간의 감동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사실, 이벤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까지 했는데...^^;;)

   바닷가로 나갔더니 날은 예상보다 훨씬 추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래 서있기 힘들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바다물에도 발목까지 한 번 빠지고 아무튼 무지 추었다. 아이들이랑 그냥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가까운 가게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씩 먹었다. 아이들은 보드카페를 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무지 피곤했고, 아주 행복했다. 2004년 12월 31일의 하루였다.

* 함께 한 고마운 아이들

2학년 : 강정중, 장영근, 박수용, 류지훈

1학년 : 이정화, 양아름, 박규리, 이현지, 심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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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5-01-0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혼 축하합니다.~~!! ^^

nrim 2005-01-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뒷북이로군요;;)

느티나무 2005-01-0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이라뇨? 아직 결혼식도 많이 남았는데... ㅎㅎ 오늘도 연락 늦게 했다고 여러군데서 구박받았지요. 왜 이렇게 그런 말 하는 게 민망한지...ㅠㅠ 아무튼 고맙습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 호 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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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

 

느티나무

 

  J야.
  날이 많이 춥다. 추워도 잘 지내고 있느냐? 그래도 거의 지난 1년 동안은 매일 만나던 얼굴이었는데,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고 소식도 뜸하다, 그렇지? 

  그래, 요즘 정말로 어떻게 지내? 머리를 마음껏 기르고 싶다더니 그렇게 하고 있니? 지난 여름에는 나에게 그랬었는데...... 네 시간이 많이 생기면 꼭 책을 읽고 싶다고. 네 바람대로 요즘은 좋은 책에 흠뻑 빠져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친구들처럼 네 손으로 돈을 벌기 위해 어느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난생 처음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텔레비전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 아무려면 어떠냐? 살면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도 좀 있어야 할 테니까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아무튼 J가 여전히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대학이 오늘로 정시 모집을 마감하더라. J, 너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느 대학인가에 원서를 넣었을 테지. 원서를 넣고 나서는 네가 지원한 대학 학과의 경쟁률도 살펴보았겠구나.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하겠구나. 하지만 이 안타까운 기다림의 순간도, 네 인생이 걸린 것 같은 절박함도 지나치지만 않다면 너에겐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 나는 학교 밖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그런데, 들른 식당에서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는 네 친구들을 만난단다. 수줍게 인사하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학교에서 만날 때와는 달리 이젠 슬쩍슬쩍 어른 티가 나는 녀석들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 한편으로 안타까움이 동시에 차 오르더군. 그 설명할 수 없는, 모순된 감정에 어쩔 줄 몰라 식당에서 제대로 말도 나눠보지 못하고 나온 경우도 많았다.

   J야.
   올해는 유난히 늦은 추위로 3월에도 눈이 펑펑 내렸을 때 J를 만났었지 싶다. 그 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책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너와 네 친구들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지던지. 그 고요함 밑으로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교실에서 나 역시도 제법 긴장했던 것 같다. 너의 얼굴에서 언뜻 십 수년 전의 내 모습이 보여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는 올해 네 앞에 서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세 가지를 약속했었다. 첫 번째는 친절한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네가 미성숙한 개체가 아니라-그래서 많은 보편적인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한 받는 존재가 아니라- 온전한 한 인간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언제나 너의 작은 권리에, 요구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내 기분에 따라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는 모두 대등한 인격체로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로 인정하겠다는 다짐이다. 따라서 언제든 교사인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 마음을 내어 친절하게 대하도록 애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네가 보기엔 못 느낄 정도로 내 실천이 형편없었는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처음의 내 마음은 그랬다는 걸 이 자리에서 밝혀둔다.

   두 번째는 너희들과 함께 생각하는 수업을 해 보자는 욕심이었다. 입시를 눈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에게는 무모한 욕심이었는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어느 공부라도 관성화(慣性化) 된 사고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나는 공부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껏 네가 해 온 언어 영역의 공부라는 것도 굳은 사고력의 다른 말인, 암기력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어리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굳어버렸을지도 모를 네 사고의 틀에 조금의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내 수업이 어떠했는지 이젠 네 대답이 궁금하기도 하다.

   세 번째는 너의 긴장감을 좀 줄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역시 공부란 쉬운 것은 아닐 터이다. 더구나 아직 왜 공부가 필요한지에 쉽게 공감하지 않는 너와 네 친구들에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부할 때는 늘 긴장 속에서 보내게 된다. 그것도 힘든데, 나까지 너를 지나치게 긴장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내 수업이 편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엉뚱한 짓을 하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것처럼 머릿속에는 온통 딴 생각으로 가득 찬 긴장 상태를 원하지 않았다. 여유와 집중의 교차 속에서 너희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하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을 보니 1년 동안 너의 영혼이 성숙하는데 내가 어떤 도움을 준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닌지, 목표는 제대로 세운 것인지......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은 새삼스럽게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의 흔적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지난 시간들이 아련하다. 그 시간동안 너를 한없이 부러운 눈길, 고마운 눈길로 바라보던 내 모습을 너는 보았는지?

   무엇보다도 내가 부러웠던 건 너의 웃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 웃음, 웃음.
   언제고 어디서고 항상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너를 보면서, 아직은 마음이 순수하고 따뜻하다는 것과 영혼이 건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세상을 알게 되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그 생기발랄한 웃음, 좋은 것을 좋은 것대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마음에서 나오는 그 웃음이 무엇보다도 나는 부러웠더랬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없는 나는 너의 그 웃음에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었고, 너에게 비춰본 나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짓기도 했다.

   가끔씩 나는 너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었다. 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아름다운 존재라고. 그 때마다 너는 피식 웃으며, 저는 선생님이 부러운걸요, 라고 말하곤 했었지. 그냥 해 본 말이 아니라 나는 정말로 네가 부럽다. 한줌도 되지 않는 내가 가진 것이 혹시 너의 부러움을 샀는지 모르겠다만, 네가 가진 가능성에 비하면 사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니, 네가 가진 그 가능성을 하찮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점심시간 어쩌다가 내가 도서실에 앉아 있을 때, 가끔씩이라도 책을 빌리러 오는 너를 볼 때마다, 여러 책을 앞에 두고 반짝거리는 네 눈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너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점심시간엔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친구랑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을 쪼개서 도서실을 찾아온 네가 고마웠다.

   오랜 시간 학교에서 말문을 닫고 살아가는 너이기에 점심시간, 도서실은 좀 시끄러우면 어떠냐 싶어서 네가 친구랑 재미있는 이야기로 깔깔대는 것도 모른 척 지나가곤 했었다. 그런 너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찌나 흐뭇하던지!

   이제 졸업을 앞둔 너에게, 흔하디 흔한 잔소리 같은 당부를 하고 싶다. 이 잔소리 같은 말을 내가 너와의 짧은 인연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너는 ‘리차드 바크(Richard Bach)’가 쓴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을 테지? 우리는 그 책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의 놀라운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우리도 더 멀리 날수 있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고는 했다, 그렇지? 조나단이 겪게 되는 시련과 따돌림마저도 얼마나 멋있어 보이고, 거기에 반해서 조나단을 비웃고 배척하는 다른 무리의 갈매기들은 어찌나 답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지.

   그러나 현실에서 조나단처럼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우리는 어쩌면 조나단처럼은 아니더라도 조나단을 핍박했던 갈매기의 무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되짚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괴롭더라도 우리는 항상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은 오늘 우리가 어디로 서 있고,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별과 같은 존재이지. 비록 마음 속에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결국 그 고통과 시련이 우리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진실로 인간됨의 괴로움을 알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오래도록 자기 마음에 선한 꿈을 품고,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사람, 네가 바로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지닌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배워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아마도 너는 현실에서 가슴으로 느껴볼 기회는 적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제부터는 지금껏 배운 지식들이 네 눈앞에 현실 상황으로 펼쳐질 것이고, 너는 그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네 지식을 검증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껏 네가 배운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네 배움이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부디 세상을 냉철한 이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너의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에 온기가 돌게 했으면 좋겠다. 네가 가진 고운 마음을 나누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사는 것이, 결국은 네가 행복하게 사는 길임을 빨리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정말 작별의 인사를 건네야 할 시간이구나. 씩씩한 기상과 착한 마음을 지닌 J. 그래서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네가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네 앞길의 시련과 고통에 맞서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럼, 지난 1년 간 내 사랑이었던 J.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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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12-2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우리 학교 교지에 졸업하는, 3학년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썼네요 ^^ 글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푸른나무 2004-12-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을 위한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 고뇌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교사의 자세,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느티나무님 같은 분들만 학교에 있다면 인성,지성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형식적으로 던지는 편지투가 아닌 진솔한 마음이 곳곳에 배어나옵니다. 한 해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가까운 서재 주인님들께는 알려야겠죠?

내년 1월 16일에 제가 착한 아가씨와 결혼을 합니다.

직접 오지는 못하시겠지만, 마음으로라도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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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12-28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축하드려요! 새로 한 가정을 꾸리는 건, 언제나 봐도 흐뭇하고 짜릿합니다. 축하 무한승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제 딸의 그림을 받아주세요~ 늘 사랑이 함께하시길!


느티나무 2004-12-2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갈대 2004-12-2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축하드려요.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그런데 저는 느티나무님이 여자인 줄 알았어요..-_-;;)

느티나무 2004-12-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런 분이 갈대님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 얼핏 본 것 같은데, Mr.beauty랑

Ms.strong형의 사람이 보편적이라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조선인 2004-12-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평화로운 준비과정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바랍니다.

kimji 2004-12-2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정말 축하드려요! 아하, 그런 좋은 소식을 숨겨 놓으시느라고 한동안 뜸하신거였군요! ^>^ 1월 16일, 그 날이 님의 남은 평생의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겠군요. 정신없고 바쁜 하루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 날은 조금 덜 추운 겨울날이 되기를 기원할게요- ^>^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정말로요- 마치 제 일처럼 즐겁고 기쁜 마음이 들어요. 마치 오랜 친구의 결혼소식 같은 느낌 말이지요. 아무쪼록 좋은 일들이 가득가득하시라고, 늘 행복하시라는 기원 드립니다^>^

느티나무 2004-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준비과정은 평화로웠답니다.(저만 그리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은 열심히 노력해야겠지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느티나무 2004-12-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mji님. 고맙습니다. 정말 환한 축복의 말씀에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로 자주자주 여기에 사는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soulkitchen 2004-12-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느티나무님, 좋으시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님의 소식을 시작으로 새해엔 좋은 소식, 좋은 일들만 가득했음 좋겠습니다.

푸른나무 2004-12-2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두분은 선남선녀 이십니다. 그리고 너무 잘 어울리는 한쌍의 원앙이시고 예쁘고 행복한 집 꾸미실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느티나무 2004-12-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쏘울키친님 고맙습니다. 새해엔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지요? 힘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느티나무 2004-12-2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나무님 ^^ 과찬이십니다. 오늘 청첩장 드리려고 했는데, 교과서 배부하고 학예전 평가회 들어간다고 점심시간을 꼬박 써버렸네요. 얼굴도 못 뵙고... ^^;;

그루 2005-01-0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넘 늦게 리플을 다는군요; 벌써 작년 글이니.. ^^;

결혼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얼마 지나면 여기서 깨소금 냄시가 솔솔 나는겁니가? ^^ 행복하세요

느티나무 2005-01-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루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토요일에 많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토요일에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함에도-투표함 개표- 거기도 못 가고 다른 일들이 무더기로 일어났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토요일에는 기말고사 마지막날 시험감독이었다. 평소에도 2-3시간 감독이지만, 그날은 특별히 70분짜리 시험감독이 있었다. 나는 시험감독을 맡으면 자리에 앉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슬금슬금 다른 일을 하면 왠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꼿꼿하게 서서 감독을 하고 나서니, 다리가 후들후들... 시험마감 시간이 12시 20분이었다.

  12시 40분까지 자범이를 만나기로 했다. 자범이를 만나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금정산으로 향해서 앞전에 소개한 대로 3시간 정도 산 속에 있다가 내려왔다. 금정산을 내려오니, 겨울 해는 짧아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에 아니 저녁 6시가 다 되었다.

   도서실을 보니 아직 불이 켜져 있다. 도서실은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곧 있을 축제 때문에 시험이 끝난 토요일부터 정신 없이 바쁜 것이다. 아이들이 대견하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학교 앞 붕어빵 가게에서 사 온 붕어빵 두 봉지를 건넸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의 자동차를 빌려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OO백화점으로 향했다. OO백화점에서 누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OO백화점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다. 정문에서 만나 차를 태우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 전에 OOO선생님과 연락이 닿아서 저녁 9시쯤에 만나기로 했다. OO선생님은 사상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사상 근처로 가서 그 선생님과 함께 경성대학교 근처로 갔다. 선생님께서 볼 일이 있으신 곳에 따라간 거였다. 생각보다 일은 쉽게 마무리 되었고, 다시 차를 타고 오는 길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다.(내가 정차해 있는데, 앞차가 뒤로 밀리면서 내가 탄 차를 부딪쳤다.)

   선생님께서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다시 차를 몰아 부산 외곽에 있는 OOO마트로 갔다. 그 마트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농산물이 싸다는 OOO마트에서 배, 사과, 다래를 샀다. 농산물을 사 들고 돌아오다가 집에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 혹시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는지 물었더니 통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마트 근처에 줄서서 기다리는 OOO치킨이 있는데 나도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요일은 동생의 부탁도 있고, 밤도 늦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 치킨집에 갔으나 여전히 줄은 길었다. 20분을 기다려 겨우 닭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20분이었다. 그 깊은 밤시간에 고단한 내 인생을 생각하며 동생이랑 닭을 뜯었다. 닭을 먹고도 잠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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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12-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긴 하루네요. 매일매일 바쁜 느티나무님.... 그런데 긴 글 끝에 피식 웃음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