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덕의 성령충만기 - 이기호라는 소설가의 단편집. 읽는 동안 유쾌했다. 특히 최순덕의 성령충만기는 그 스타일에서 참신한 시도였던 것 같다. 정말로 콘크리트 바닥을 파보면 상상력이라는 감자밭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트푸드의 제국 - 거의 맥도널드를 이용하지 않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지금껏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의 집합체였다. 읽기에도 편했고, 나름대로 좋은 의도가 잘 전달된 책인 듯 하다. 읽고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나 말고도 벌써 리뷰가 39개였다. 내가 더 보태야할까?

거리를 동정하지 마라 - 현대 경제학의 실업 이론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소개처럼 머리 아픈 내용은 아닌 것 같다.(내가 읽고 이해한 수준이니!) 주류 경제학의 실업 이론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지적하는데 다양한 비유와 풍자로 가득하다. 프랑스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고 해야할 듯 하다.

걸리버여행기 -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힌다. 스위프트라는 작가가 당시의 영국의 정치 상황을 풍자한 내용이라는데,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모르니 깊이 있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야후', '라퓨타'라는 단어도 이 책에서 나온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짭짤한 소득이라면 소득.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 - 오늘부터 새로 읽기 시작한 책. 이산의 책이라 믿음이 가서 산 책인데, 대충 훑어보니 재미가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학교에서 수련회를 다녀왔다. 이제 7년차 교직 생활, 그 중에 세 번째 수련회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수련회는 지금까지 중, 최악이었다. 어쩌면 내 시각의 폭이 커진-기대가 커진-탓도 있고, 몸도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닌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수련회는 정말 심심했다. 왜냐하면 나랑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설 수련시설은 원래 '청소년지도사'라는 분들이 학교의 위탁을 받아 일정한 기간 동안 정해진 수련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교사들은 학생 인솔 과정에만 참여한다. 물론 주위의 눈총을 감수하고 아이들의 수련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수련 활동은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수련활동의 내용의 문제이다. 아직도 군대식 활동이 주요 내용이었고, 보여주기식 활동은 입소하는 과정에서부터 아이들을 바짝 얼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하는 인사는 "효자(녀)가 되겠습니다."]게다가 교사들과 수련원 담당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수련활동의 강도(?)를 세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수련 시설도 문제였다. 방은 너무 커서 한 방에 15명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시설도 그렇게 깨끗한 편도 아니었다. 한 끼에 사천원이나 한다는 식사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첫날 점심을 학생들과 같이 먹은 선생님들은 이후 여러가지 다른 일정이 생겨서-고의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과 같이 먹지 않게 되었다.) 특히, 둘째날 밤에 진행된 캠프파이어는 강당 시설이 없는지 운동장에 가설 무대만 만들어 놓고 진행되었으며, 조명도 잘못 설치해서 앉은 사람들은 무대에 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관점에서 진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참여했던 나는 캠프파이어의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설 수련 활동 자체는 교사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대개 소일하면서 2박 3일을 보내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약간 아팠던 탓에 그냥 따로 떨어진 방에 앉아 책을 뒤적이다가 저녁에 점호(?)라는 걸 할 때 잠시 가서 아이들 얼굴 보고 온 게 다였다.

   이번 3일 동안에 나는 참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바뀌지 않는 관점의 문제가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교육에 대해 누구나 다 말하는, 또는 생각하는 필부필부의 의견과는 다른, 아니면 그 분들의 의견과 같더라도 적어도 교사라면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은 매일 아이들을 만나면서, 매일 교육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전혀 교육에 문외한인 사람들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보편적 사고, 눈높이 시각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내 아이만 잘되면 학교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학부모의 사고와 교육의 문제를 고민해야하는 교사의 관점은 달라야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앞에 쓴 내용이 조금은 이해가 될까 싶은데... 

   아무튼 나는 이번 수련 활동 기간에 다른 선생님과 내 이런 속앓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가 없어서 무지 심심했다. 지난 학교에서는 아무리 척박해도 그래도 한 두명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게 큰 문제다.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아이들과 수련회 평가서를 한 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는 평가가 환류되지 않는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그래서 학교에서는 내년이 없다. 내년에 하자는 말은 앞으로 절대로 안 하겠다는 말과 거의 같다. 학교에 있어보면 이걸 뼈저리게 체감하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서 나름대로 평가서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는 있겠다 싶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5-04-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고사 보고 나서 수련회 가는데, [형들이 수련회가서 생고생만 하다 온데요, 차라리 학교 나와서 친구들과 놀고 공부할래요]하는 애들이 나오더라구요. 강제로 보내야할지...수련회의 의미는 그게 아닌데 말이죠.

해콩 2005-04-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예상했던대로 그랬군요. 1학년 아이들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재미없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학운위 준비할 때, 수용비에 신경 쓰느라 2학년 수학여행이나 1학년 수련회를 미쳐 못 살펴봤어요. 겨우 1학년 부장샘께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봤느냐는 질문밖에는.. 하지만 그저 '아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을 바라며 자신들은 살랑살랑 '소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는 '일부' 샘들께 그런 질문은 별 의미가 없었겠군요. 교무실 칠판에 붙여둔 프로그램안내는 그럴듯해 보였는데..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학교에서 이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학년 내에 이런 문제를 공감하는 샘도 없는 것 같다니.. 갑갑해요~

느티나무 2005-04-1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반갑습니다. 참 막막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저도 좀 도와주세요.
해콩님, 애들은 나름대로 즐기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디다. 정말로 답답한 게 평가가 환류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의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모르죠, 다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저만 혼자 속을 끓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같이 앓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제 속을 먼저 내 보이긴 싫은 거 있죠? 제가 꽉 막힌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
샘이 학교에 없다 생각하니 허하네요. 최선생님도 그렇고!!
 

담쟁이

 

-윤재철

 

앞으로 갈 수 없는 길은

기어오르는 것인가

벽이면 담이면 달라붙어

드디어는 넘어서는 것인가

 

교육원 붉은 벽돌담에 달라붙어

뻗쳐올라간 너를 보면

우리들의 사랑은 노래가 아니라

달라붙는 것임을

달라붙어 소리없이 넘어서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벽은 더 큰 사랑이 되고

더 큰 절망이 되고

절망은 뿌리박고 살며

뿌리박고 넘어서는 일임을 알았다

 

부정이 긍정이 되고

다시 긍정이 부정이 되는

소리 없는 싸움과 삶의 논리를

너는 뿌리 같은 네 몸으로 엮어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로부터

보이지 않는 작은 뿌리를 심으며

오늘 너는 소문 없이 기어오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들풀


- 안준철


들풀을 보면 생각난다.

이름으로 불러 준 적 없는 아이들

마음으로 읽고

눈빛으로 알고

따스히 흘러

빗장을 열게 하는 사랑

나눠 준 적 없는 아이들

그런 사랑 받아 본 적 없어

더 가슴 태웠을 것을

더 다가오고 싶었을 것을

들풀을 보니 생각난다.

화사하지 못하여

키에 가리워

먼발치로만 서성이던 아이들

한 번 더 다가섰으면

꽃이 되었을 우리 아이들



   학교 안팎에 활짝 피어난 꽃으로 마음이 흐뭇한 시절입니다. 우리가 학교 밖에 우아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 있는 꽃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꽃들도 우리 반 교실에 핀 꽃들만큼이나 시끄럽고, 깔깔거리고, 까불거릴까요?

 

   이 시를 읽으면서 가끔 이름 없는 들꽃에 눈길을 주면서 이름이 뭘까?를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이름도 잘 모르면서 들꽃의 이름만 알려고 했던 것은 저의 지적 허영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생각이 달리 들기도 합니다. 하찮게 핀 들꽃의 이름을 알려고 애쓰는 사람은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도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이 고프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관심에 어떤 형태로 반응할지라도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답니다. 사랑받고, 주목받은 적이 있는 아이들은 행동부터 달라지구요. 선생님, 이번 한 해를 아이들에게 한 걸음만 더 다가가는 해로 삼아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5-04-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의 첫 편지 잘 받았습니다. 지금 다시 꼼꼼 읽어보니.. 역시나 좋은데요. 이름 모르는 풀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처럼 아이들 이름도 하나하나 외우기 시작해야겠어요~
 


나의 장서인(印)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나무 2005-04-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만드신건가요?

느티나무 2005-04-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들 능력이 됩니까? ㅋㅋ 샀습니다. 근데 도장이 무척 예쁩니다. 잘 계시죠? 저는 새 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많이 해야 하는 일을 맡아서 재미가 없답니다. 으... 여긴 도서실이 5층에 있어서 잘 올라가지지도 않네요. 아, 정말 도서실에 앉아서 행복했던 그 때가 언제였나 싶게 그립답니다. ^^

빨간사과 2005-06-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장이 참 예쁘게 파셨네요.이런 글씨체가 재미도 있고 보기에도 좋지요. 딱딱한 글씨체의 도장은 왠지 정감이 안가잖아요? 그런데 느티나무님의 도장은 보니까 좋아요.그 도장이 찍힌 책을 막 읽고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