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윤재철
앞으로 갈 수 없는 길은
기어오르는 것인가
벽이면 담이면 달라붙어
드디어는 넘어서는 것인가
교육원 붉은 벽돌담에 달라붙어
뻗쳐올라간 너를 보면
우리들의 사랑은 노래가 아니라
달라붙는 것임을
달라붙어 소리없이 넘어서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벽은 더 큰 사랑이 되고
더 큰 절망이 되고
절망은 뿌리박고 살며
뿌리박고 넘어서는 일임을 알았다
부정이 긍정이 되고
다시 긍정이 부정이 되는
소리 없는 싸움과 삶의 논리를
너는 뿌리 같은 네 몸으로 엮어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로부터
보이지 않는 작은 뿌리를 심으며
오늘 너는 소문 없이 기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