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학교에서 수련회를 다녀왔다. 이제 7년차 교직 생활, 그 중에 세 번째 수련회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수련회는 지금까지 중, 최악이었다. 어쩌면 내 시각의 폭이 커진-기대가 커진-탓도 있고, 몸도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닌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수련회는 정말 심심했다. 왜냐하면 나랑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설 수련시설은 원래 '청소년지도사'라는 분들이 학교의 위탁을 받아 일정한 기간 동안 정해진 수련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교사들은 학생 인솔 과정에만 참여한다. 물론 주위의 눈총을 감수하고 아이들의 수련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수련 활동은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수련활동의 내용의 문제이다. 아직도 군대식 활동이 주요 내용이었고, 보여주기식 활동은 입소하는 과정에서부터 아이들을 바짝 얼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하는 인사는 "효자(녀)가 되겠습니다."]게다가 교사들과 수련원 담당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수련활동의 강도(?)를 세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수련 시설도 문제였다. 방은 너무 커서 한 방에 15명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시설도 그렇게 깨끗한 편도 아니었다. 한 끼에 사천원이나 한다는 식사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첫날 점심을 학생들과 같이 먹은 선생님들은 이후 여러가지 다른 일정이 생겨서-고의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과 같이 먹지 않게 되었다.) 특히, 둘째날 밤에 진행된 캠프파이어는 강당 시설이 없는지 운동장에 가설 무대만 만들어 놓고 진행되었으며, 조명도 잘못 설치해서 앉은 사람들은 무대에 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관점에서 진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참여했던 나는 캠프파이어의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설 수련 활동 자체는 교사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대개 소일하면서 2박 3일을 보내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약간 아팠던 탓에 그냥 따로 떨어진 방에 앉아 책을 뒤적이다가 저녁에 점호(?)라는 걸 할 때 잠시 가서 아이들 얼굴 보고 온 게 다였다.
이번 3일 동안에 나는 참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바뀌지 않는 관점의 문제가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교육에 대해 누구나 다 말하는, 또는 생각하는 필부필부의 의견과는 다른, 아니면 그 분들의 의견과 같더라도 적어도 교사라면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은 매일 아이들을 만나면서, 매일 교육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전혀 교육에 문외한인 사람들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보편적 사고, 눈높이 시각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내 아이만 잘되면 학교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학부모의 사고와 교육의 문제를 고민해야하는 교사의 관점은 달라야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앞에 쓴 내용이 조금은 이해가 될까 싶은데...
아무튼 나는 이번 수련 활동 기간에 다른 선생님과 내 이런 속앓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가 없어서 무지 심심했다. 지난 학교에서는 아무리 척박해도 그래도 한 두명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게 큰 문제다.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아이들과 수련회 평가서를 한 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는 평가가 환류되지 않는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그래서 학교에서는 내년이 없다. 내년에 하자는 말은 앞으로 절대로 안 하겠다는 말과 거의 같다. 학교에 있어보면 이걸 뼈저리게 체감하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서 나름대로 평가서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는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