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이리스트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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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감축 또 감축 드리옵니다!

▶◀소굼 2005-08-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

느티나무 2005-08-0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물론이거니와 알라딘에서 일등해 보기는 처음인지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축하해 주시니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nrim 2005-08-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푸른나무 2005-08-0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합니다. 모든일에 열심이시니 여기서도 일등을...^^ 저는 뭐든 일등 해본지가 까마득한 옛날입니다. 앞으로 할 날이 있을는지...
잘 지내시죠? 돼지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어야 할텐데 아직은 가족들 뒤치다꺼리 ...문학세미나... 다음주 가족여행이 남아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은 글 쓰느라 앉아있습니다. 도우미 어머니들도 돼지국밥 먹을날은 기다리고 있던데 더위가 살짝 가시고 방학 끝나기전에 시간내주실거죠?

ceylontea 2005-08-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느티나무 2005-08-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림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제가 걷다가 자전가타고 가는 아가씨를 본다면 먼저 손을 흔들겠습니다. 좋은 여행하고 오세요.

느티나무 2005-08-0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나무님이야 등수로 매길 수 없는데 늘 일등하시잖아요? ^^ 늘 잘 계시고, 한편으로 하고 싶은 일에 아주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겠지요. 여전히 바쁘고 아름답게 사시는 듯 합니다. 도우미 어머니들 뵙는 거면 언제든 좋지요. 더위 조심해서 가족 여행 잘 다녀오세요.

느티나무 2005-08-0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고맙습니다. 페이퍼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지현이에 대한 정성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해콩 2005-08-2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서재질하신 결과이지요... 축하축하.. 서재마니아에 등극하신 것!! (저도 샘의 리스트 많이 참고로 해요~ 아시죠? ^^; 글고 어제 빌려주신 책은 정말 쇼킹하던걸요.. [식객]과 함께 읽고 있어요.

느티나무 2005-08-2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그 책~! 식객과 더불어 열혈 매니아들도 많더군요.
 

   내 막내 동생, 이제 스물 일곱살이다. 군대에 갔다와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거제의 조선소에서 현장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데 지난 일주일 여름 휴가를 받아서 집에 와 있었다.

   녀석도 휴가기간이라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지 밤늦게 들어오고, 나도 학교 보충 수업을 한다는 핑계로 전화 통화만 하다가, 지난 금요일 저녁에 집에 들렀다. 부모님은 늦은 저녁을 들고 계셨고, 녀석은 아직 안 들어왔었다.

   부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녀석이 왔는데, 아주 보기가 딱할만큼 얼굴이 핼쑥했다. 아주 더워서 그렇게 됐다나? 이제 그 조선소에서 일한 지 8개월쯤 지나, 조선소에서 일하며 보내는 여름은 처음이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닌가 보다.

   원래는 그리 큰 덩치는 아니어도 딱 적당한 몸매였었다. 키는 176cm 정도에다 64kg 정도. 그런데 최근에 54kg까지 살이 빠졌다고 한다. 도저히 매끼 밥을 먹지 않고는 힘들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식사도 꼬박꼬박 하는데 조선소 안 도크의 더위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아침에 입은 작업복은 저녁에 퇴근할 때 옷에서 물을 짜 낼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쏙 빠졌다고 한다.

   눈도 퀭한데다, 눈꺼풀이 쑥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팔목도 예전보다 아주 얇아졌고, 늘 힘을 쓰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정맥줄은 가만히 있어도 불쑥 솟아나 있다. 동생은 몸이 일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모든 근육과 지방을 빼버렸고, 최소한의 근육만 남겼다고 한다. 동생은 전기공학을 배웠기 때문에, 배 안의 케이블을 까는 일을 하는데, 몸이 가벼워져서 무거운 케이블을 당기면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이 지나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느냐고 물으니까, 일하는 동안은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동생이 일하는 회사는 OO조선소의 중소 하청업체인데, 약 100명 정도의 사원이 있다고 한다. 주 5일제 타령은 아직 먼나라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내가 아마 1년이 지나면 법으로 주 5일제 근무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동생은 실제로 해봐야 안다고 말한다. 자기 회사와 주변의 회사, 그리고 원청회사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돈을 조금 더 주고 일을 시키게 할 지 아니면 그냥 놀 수 있을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고된 일을 하는데도 동생의 월급은 턱없이 적다. 한달을 꼬박 일해야 100만원 정도 떨어질까? 노동 강도가 아주 센데 비해서, 돈은 진짜 적은 것 같다. 이 돈으로는 결혼을 해서 한 집안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경력이 없어서 이렇다는데, 내가 보기엔 경력이 쌓여도 월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돈도 적고 힘은 들어서 같이 들어온 사람 중에 이미 그만둔 이도 여럿이란다. 그러나 회사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한다. 일할 사람은 아직도 널렸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늘 동생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고 한다. 동생도 아직은 별다른 흔들림이 없다. 지난 8개월 동안, 몸에 배지 않은 어려운 일과 매일 타 먹는 음식과 회사의 지저분한 기숙사에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단조로운 생활을 잘 버텨내고 있다.

   오늘 동생이 돌아가는 날이다. 내일부터 다시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조선소가 위험한 작업장이라 나는 늘 조심해서 일하라고 당부한다. 이럴 때 건성으로 듣고 넘기는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기야 동생은 숫하게 많이 들어온 이야기일테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내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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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쓰러워요. 우리 노동자들의 생활이란. 그렇지만 잘 버텨내시는 거 같아요. 동생분, 화이링입니다요!

울보 2005-08-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생분이 대단하시네요,,
정말 현장노동자들의 현실은 너무 심해요,,
이여름에도 그 더운곳에서 에어컨도 없이 팬데굴리는 이들은 매일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월급도 많고, 주5일제고,,이래서 중소기업이 아니라 모두가 대기업으로 취직을 하려고 하는것은 아닌지,,

느티나무 2005-08-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노동자들의 삶이란, 참!! 잘 버텨내야할텐데, 정말 걱정, 또 걱정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어요. 2년 전만 해도 동생들과 참 아웅다웅하며 살았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다 흩어졌어요. 그러니 더 안쓰럽고, 안타까워요.
울보님, 힘든 일을 견디는 건 대견스럽기도 한데, 그냥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더 답답해집니다.
 

   오늘 보충 수업 시간에 다른 반에서 우리반 아이들이랑 해수욕장 가기로 했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왜 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보충수업 받느라 고생한 우리반 녀석들이 불쌍해서 내가 한 턱 쏜다고, 내가 하루 놀아준다고, 희망자가 가기로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때 어떤 학생이 던진 말,

   "샘이 애들이랑 왜 놀아요?"

   나의 대답,

   "글쎄, 놀면 재밌으니까 그러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 약간 충격 먹었다.

 - 나는 왜 애들과 놀려고 하지?

 - 샘은 애들이랑 놀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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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이었다. 여느 날처럼 보충수업을 마치고 폭염 속을 씩씩하게 걸어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의 걸어서 20분 정도 걸려 걸어다닌다.) 그런데 마침 버스 정류장을 지나가려는데, 누구 버스에서 내려 나를 불렀다.

-엥, OO이? 참고로, OO이는 모반 반장으로 우리집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랑은 꽤 친한 녀석이다.

-아니, 왜 마을버스를 타고 와?(학교에서 마을버스 타러 가는 길이 그냥 걸어오는 길보다 더 머니까 내가 이렇게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아~! OO동에서 좀 놀다 오느라구요.

-음, 보충수업 마친 지 30분 밖에 안 되었는데, 우째 OO동까지 가서 놀고, 이래 빨리 오노?

-씩 웃으면서, 3교시 마치고 도망 갔었어요.

-그랬구나! 나가서 어디 갔었는데? 누구랑 놀았어?

-아, 노래방! 오전에 가면 1시간에 얼마야? 요즘 너네는 무슨 노래를 불러? 시간내에 많이 부르려고 1절만 부르고 끊지? ㅋ

ㅎㅎ 정말이지 녀석과 환하게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만 묻고, 녀석도 부끄러움이나 긴장감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의 집 앞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든  생각! 아까 그 녀석이 우리반 반장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도망을 갔다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사유를 들어보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반 녀석들이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반은 학교에 왔다가 보충수업이 듣기 싫으면 도망도 가고 그러던데.(특히 우리반이랑 나란히 붙어있는 남학생반도 그러던데..) 우리반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아이들도 이젠 체념인지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왔다가 그냥 가 버리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담임인 내가 그럴 쉽게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벌을 하거나, 벌금을 물리거나, 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무섭게 하는 편이라는 그런가 보다. 내가 주로 쓰는 말은 보충수업이 싫으면 미리 이야기해서 빠지든지(실제로 이번에 11명이 희망대로 보충수업을 안 했다.), 그렇게 도망갈 것이라면 보충수업을 안 하는 학교로 전학을 가든지...이다. 아이들은 그 말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는 모양이다.

   아무튼 내 생각은 처음부터 어떤 일을 안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하기로 결정했다면 끝까지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게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왔다가 도망가는 것은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행동으로 여기기 때문에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물론 이런 내 관점에 비판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OO을 만난 이후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까 말한 것처럼 우리반 녀석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담임 잘 못 만나서 남들 다 가는 도망도 한 번 못 가보고.. 두 번째는 담임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하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옆 반 선생님은 옆집의 아저씨와 같은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웬만한 잘못이 아니고서는 이웃집 아저씨는 그냥 지나치고 말테지만, 부모는 자식의 작은 잘못이라도 고쳐주고 싶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지는 이치는 분명한 것 같다.

   우리반 녀석들에게 도망을 허락할 수 없는 성격 탓에 그 미안함을 덜고자 애꿎은 아이스크림만 여러번 돌렸다. 그리고 진짜 방학하는 날, 모두 고생했으니 내가 하루 놀아준다고 했다. 반응은? 이건 반어법도 아니고 역시나 썰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해수욕장을 다녀왔고 지금은 비로소 느긋한 마음으로 방학 첫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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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8-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그 말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는 모양이다] 저도 그런 말 하는데, 그래도 도망가는 건 뭘까요. 그래도 그런 말에 부담을 감는 샘님네 반 애들이 착할 애들일거여요.

느티나무 2005-08-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쩔 땐 좀 무섭게 혼내거든요.(학부모님들은 '너희반 선생님 참 선하게 생기셔서 너희들 같이 말 안 듣는 애들 가르치겠나?'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우리반 녀석들이 한결 같이 이렇게 말한답니다. 엄만 우리 샘을 몰라. 우리샘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거든' ㅎㅎ.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반 애들이 착한 것도 사실이구요.

BRINY 2005-08-1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학교에선 잔소리퀸이라는 소리 듣고 살았는데, 남학교에서는 그 잔소리가 안통하네요. 애들 어리광이나 억지나 부리려고 들고...
 

   18일 동안의 의미 없는 보충수업이 끝났다. 물론 나름대로는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해 가고, 수업 시간에도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으나, 내 노력과는 별개로 아이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를 생각해 보면 괜한 자괴감이 든다. 방학 때도 보충수업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상한 나라!-대한민국의 한 교사는 이렇게 무력했다.

   내 수업만 잘 하면 된다는 허위는 이제는 벗어야하는데... 언제나 현실의 논리는 매서워서 무섭다. 부끄러운 이야기고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 땅의 모든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거부해도 보충수업은 계속 되리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나는 교사들이 보충수업이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보충수업을 하면서 자기 희생의 논리를 내세우지 말라.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부끄럽지 않거든, 그 때 다시 한 번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이야기해 달라. 보충수업이 교사의 희생적인 봉사인가? 적지 않은 수입을 챙기면서 생색은 다 내는 모습은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이를 테면 노동자가 내심 원해서 연장 근무를 하고 수당을 받으면서 자기는 희생한다고 여기는 것과 똑같은 게 아닐까?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늘 학교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렇다.)

   보충수업이 끝난 기념으로 아이들과 하루 놀고 싶다는 욕심을 비췄더니 아이들이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유야 많겠지만, 내가 가장 아프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난 학기 동안 아이들과의 관계가 정서적으로 그리 탄탄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학급야영, 금정산 등산-영화 관람, 해수욕장 물놀이, 모두 불참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했더니 여러가지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불참이 제일 많았다. 어쨌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니까 불참하겠다는 녀석들은 빼고, 가장 많이 선택한 해수욕장 물놀이를 가기로 해서 오늘 다녀왔다.

  게다가 등산이 아니면 안 가겠다는 녀석 2명과 학급야영이 아니면 안 하겠다는 반장 녀석을 또 빼고 나니 달랑 8명! 나와 같이 해수욕장을 다녀온 이 녀석들에겐 2학기에 야자 휴가권 3장씩을 주기로 했다. 모처럼 해수욕장에 나온 것이니 또 내가 한 턱 쏘기로 했다.

   우리는 학교 근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사 먹고, 3시 10분 지하철을 타고 드디어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은 파도가 높아서 수영은 못한다는 것! 모두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표정이 역력한데, 일단 파라솔 2개를 빌려서 짐을 정리해 두고 우선 파도가 치는 물가로 나갔다. 안전요원들이 10M 간격으로 지키고 있었지만,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밭을 덮칠 때 물로 뛰어드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것 같았다. 짐을 지킬 사람이 없어서 나는 잠깐 물가에 있다가 파라솔에 앉아 녀석들이 노는 걸 보았다. 참, 참 행복해 보였다, 학교에서와는 달리!

   남들이 다 집에 갈 때까지 우리는 통닭을 시켜 먹고, 남아서 놀다가 6시가 되어서야 서둘러 짐을 챙기고 샤워장으로 가서 샤워를 했다. 소금기는 뺐지만 옷은 덜 마르고, 머리카락도 전부 촉촉한 게 싱그러웠다. 겉은 얄랑궂은 티셔츠에 슬리퍼를 질질 끌었지만, 잠시만 얘기해봐도 어린티가 팍팍나는 녀석들이 너무 귀여웠다.

   지하철 안에서도 녀석들은 적당히 시끄럽다.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가니 시간이 후두닥 달려가는 것 같다. 싱긋이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내릴 때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방학 잘 보내고 개학하는 날 건강하게 만나자는 인사를 했다. 녀석들도 그 사람 많은 지하철 안에서 합창처럼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해 준다. 그럴 때 사람들의  시선이 참 묘한 것을 느낀다. 나도 다른 학생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면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니까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진짜 방학기념식을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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