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막내 동생, 이제 스물 일곱살이다. 군대에 갔다와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거제의 조선소에서 현장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데 지난 일주일 여름 휴가를 받아서 집에 와 있었다.
녀석도 휴가기간이라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지 밤늦게 들어오고, 나도 학교 보충 수업을 한다는 핑계로 전화 통화만 하다가, 지난 금요일 저녁에 집에 들렀다. 부모님은 늦은 저녁을 들고 계셨고, 녀석은 아직 안 들어왔었다.
부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녀석이 왔는데, 아주 보기가 딱할만큼 얼굴이 핼쑥했다. 아주 더워서 그렇게 됐다나? 이제 그 조선소에서 일한 지 8개월쯤 지나, 조선소에서 일하며 보내는 여름은 처음이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닌가 보다.
원래는 그리 큰 덩치는 아니어도 딱 적당한 몸매였었다. 키는 176cm 정도에다 64kg 정도. 그런데 최근에 54kg까지 살이 빠졌다고 한다. 도저히 매끼 밥을 먹지 않고는 힘들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식사도 꼬박꼬박 하는데 조선소 안 도크의 더위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아침에 입은 작업복은 저녁에 퇴근할 때 옷에서 물을 짜 낼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쏙 빠졌다고 한다.
눈도 퀭한데다, 눈꺼풀이 쑥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팔목도 예전보다 아주 얇아졌고, 늘 힘을 쓰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정맥줄은 가만히 있어도 불쑥 솟아나 있다. 동생은 몸이 일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모든 근육과 지방을 빼버렸고, 최소한의 근육만 남겼다고 한다. 동생은 전기공학을 배웠기 때문에, 배 안의 케이블을 까는 일을 하는데, 몸이 가벼워져서 무거운 케이블을 당기면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이 지나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느냐고 물으니까, 일하는 동안은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동생이 일하는 회사는 OO조선소의 중소 하청업체인데, 약 100명 정도의 사원이 있다고 한다. 주 5일제 타령은 아직 먼나라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내가 아마 1년이 지나면 법으로 주 5일제 근무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동생은 실제로 해봐야 안다고 말한다. 자기 회사와 주변의 회사, 그리고 원청회사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돈을 조금 더 주고 일을 시키게 할 지 아니면 그냥 놀 수 있을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고된 일을 하는데도 동생의 월급은 턱없이 적다. 한달을 꼬박 일해야 100만원 정도 떨어질까? 노동 강도가 아주 센데 비해서, 돈은 진짜 적은 것 같다. 이 돈으로는 결혼을 해서 한 집안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경력이 없어서 이렇다는데, 내가 보기엔 경력이 쌓여도 월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돈도 적고 힘은 들어서 같이 들어온 사람 중에 이미 그만둔 이도 여럿이란다. 그러나 회사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한다. 일할 사람은 아직도 널렸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늘 동생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고 한다. 동생도 아직은 별다른 흔들림이 없다. 지난 8개월 동안, 몸에 배지 않은 어려운 일과 매일 타 먹는 음식과 회사의 지저분한 기숙사에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단조로운 생활을 잘 버텨내고 있다.
오늘 동생이 돌아가는 날이다. 내일부터 다시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조선소가 위험한 작업장이라 나는 늘 조심해서 일하라고 당부한다. 이럴 때 건성으로 듣고 넘기는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기야 동생은 숫하게 많이 들어온 이야기일테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내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