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금정산 산책이 좋았던지, 안해는 며칠 전부터 또 산에 가자고 졸랐다. 마침 이번 주말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주 5일제 토요휴무까지 있었던지라 바쁜 일은 어제 다 끝내놓고, 오늘은 늦은 아침 겸 점심을 챙겨먹고 집 밖을 나섰다.

   사실, 어제는 하루가 무척 바빴다. 금요일은 공부방에 가는 날이라 집에 늦을 수 밖에 없던 탓에 토요일에도 꽤 늦게 일어났다. 서둘러 안해의 외사촌 오빠의 결혼식에 갔었다. 조금은 엄숙했던 예배 형식의 결혼식이 끝나고 처가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니 벌써 7시였다.

   저녁에는 6년 전에 모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던 녀석들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몇 차례 문자메시지가 왔다간 이후에 저녁 10시쯤 술자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집에서 한숨 돌리고, 녀석들이 모여 있다는 술집을 찾아갔다. 스물 셋 짜리 청년들 다섯 명이 오종종 모여있었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래도 '선생'이랍시고, 약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또 잔소리 비슷한 걸 늘어 놓았다. 내가 항상 하는 말-어디서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을 또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황도 물었다. 이젠 제법 제 앞가림을 하거나, 최소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은 있는 거 같다. 이 녀석들과 보낸 시간들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세상의 바깥에서 자란 아이들이었으니까.

   아쉽지만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녀석들은 청춘답게 좀체로 일어설 줄 몰랐다. 나는 12시까지 집 앞의 영화관으로 가야했다. 모처럼 안해랑 심야영화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너는 내 운명' - 재미있게 봤다. 특히, 잔잔한 음악이 귀에 쏙 들어와서 좋았다. 영화나 연기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세 사람(나문희씨까지)의 연기가 참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 2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깊은 밤 거리를 걸어 집에 왔다. 돌아와서는 좁은 서재 방에 등을 지고 앉아 안해는 책을 읽었고, 나는 컴퓨터랑 놀았다. 하루가 참 넉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늦잠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놓고 거실에 앉아 있으니, 피부를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에 반사작용을 일으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보자 마자 바로 결정! - 가자- 금정산으로.

   산성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렸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산에 가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미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도 많아서 동문 근처는 벌써 시장터였다. 안해와 나는 도로를 따라 동문 근처까지 와서 남문 방향으로 길을 잡고 능선으로 올라섰다. 조금만 땀을 흘리면 너럭바위 근처에 닿을 수 있어서 경치 구경하기에 그만인 코스다.

   남문 근처에서 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방향으로 내려왔다. 우뚝한 상계봉이 만들어 놓은 기암들이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중간에 석불사를 구경하고도 1시간 만에 만덕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산에 다녀온 덕분에 하루가 알차다는 느낌이었다.

  


가을 하늘 밑-부드러운 능선1


 


가을 하늘 밑-부드러운 능선2


 


까마득한 금정산 정상-고당봉

 


너럭바위에서 본 부산시내

 


산 속의 도시-산성마을

 


남문에서 수박샘으로 가는 길

 


금정산성의 성곽-상계봉 가는 길

 


금정산 상계봉

 


아파트1

 


아파트2

 


아파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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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름다워요..금정산의 하늘..
근데 아파트는 어지랍네요, 핑글~ +_+;;

2005-09-26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5-09-2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정산, 참 넉넉하고 푸근한 산입니다. 어제는 더 하늘이 파랬다구요. ㅎㅎ
아파트는 핑글~! 크 처음엔 저도 무슨 철옹성 같아서 '여기서 어떻게 사람이 사나' 싶었는데, 또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익숙해지네요.

느티나무 2005-09-27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맞아요. 금정구할 때 그 산! 구포가 고향이라... 저는 지금은 그 근처에서 살아요. 저도 한 25년은 구포에서 살았죠. 딱 그래요. 25년인가 봐요. 그러고 보면 지금껏 대부분의 삶을 그 동네에서 살았군요. 어릴 때부터 하도 뛰어놀며 헤집던 곳이라 손바닥 보듯 훤 해요, 아직도. 여기로 이사온 지는 2년도 안 됐거든요. 그리고 부모님도 여전히 구포에 사시구요.ㅎㅎ(인터넷으로 구포 이야기를 하기는 처음입니다.) 가신 곳은 아마도 '용두산 공원'이었던 듯 하네요. 구포에선 꽤나 먼 곳인데, 친구가 멀리까지 모시고 갔었군요. ^^;; 이제는 부산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정든 곳이라... 아무튼 구포동 이야기가 나와서리! 태어난 곳은 다른 곳이지만 7살 때부터 쭉 살았으니 제 고향인 셈이죠. 아, 이카루님의 그 친구 분은 구포 어디쯤에 사셨으려나...ㅋㅋ
사진, 칭찬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사진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누리기만 하는데요, 뭘~~!
 

- 배한봉

  

아름답구나 일몰

노동 끝낸 농부의 휴식 물들이며

산과 들

강물 속으로 깃드는

한 풍경이여 눈물겹게 아름답구나

고단함조차 이런 때는

담배불 당기는 마음 아래 집 지어

어떤 생각의 무거움이 토하는 기침마저 씻어버리고

탱탱하게 차오르는 바람도

서걱서걱 뼈아픈 시절 곁에 눕지 않겠느냐

홀로 깊어진 시간의 층계에서

기우뚱 몸 굽히는 일몰

아름답구나 저기 농부 어깨 위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물무늬로 일렁이는

터엉 비어 가득 찬

무욕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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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9-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이 진짜 좋아요...
그냥요...
저 농부의 무욕의 얼굴...처럼... 그냥요..

느티나무 2005-09-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몰이 좋아요... 진짜루요.
아름다운 사람을 더 아름답게 보이는 배경이 되니까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사람들 옆에 서 있고 싶다는...
배경 같은 사람.
 

   연휴의 마지막 날, 작년 이맘 때보단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그래도 오늘은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오후에는 아버지께 빌린 자가용을 타고 가까운 금정산에 올랐다. 저녁엔 여동생 내외가 서울에서 내려올 예정인지라 뒤산에 오르듯이 편하게 금정산을 찾았다.

   우리가 산행 겸 산책을 하기로 한 곳은 금정산 동문에서 북문 가기 전에 있는 제 4망루까지, 내려오는 길은 망루에서 산성의 중문을 거쳐 국청사로 거쳐 산성마을인 금성동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가벼운 능선길이라 부담도 없었고, 숲 사이로는 이미 억새가 한창 올라와 있어서 산에는 가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출발-금정산성 동문 입구

 


유려한 동문 주변의 성곽

 


동문 주변의 등산길

 


도착지점인 금정산성 제 4망루(1)

 


도착지점인 금정산성 제 4망루(2)

 


망루에서 바라본 능선

 


망루에서 바라본 낙동강


  


억새밭 사이로 내려가는 길


 

   집에서 3시 반에 나선 산행이 6시가 되어 끝났다. 차를 타고 능선길까지 올라간 걸 생각하면 실제로 산책한 시간은 2시간 정도인 셈이다. 오전에 늦잠 자고, 점심을 먹고 나선 집안 청소며 쓰레기 치우는 일과 저녁에 다시 우리 집에 들러야한다(여동생이 서울에서 내려오니까)는 부담감으로 오후까지 계속 집에서 뒹굴었다면 사실 좀 억울할 뻔 했다.

   이제 금정산도 보름 정도 지나면 억새가 지천에 피리라 생각한다. 흠, 다음 주에도 금정산에 올라볼까나? 이번에 오른 곳은 모두 다 알고 있는 곳이니 그만 두고, 금정산의 비경(秘景)인 파류봉(파리봉) 근처로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제,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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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부담스럽지 않은 산행이었군요. 벌써 억새가 자랐어요? 아..여기서도 진한 풀냄새가 느껴져요. 그나저나 느티나무님, 이거 명절 인사를 못 드려 죄송해서 어떡합니까? 한가위 잘 쇠셨죠?

느티나무 2005-09-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도 한가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그리고, 얼핏 보니까 익산의 영흥동에 사시는 것 같은데...아닌가요? 흐, 영흥동인가 거기 정말 대단하던데요... 너무 번화가라서 ㅎㅎ

비로그인 2005-09-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잘 보냈어요. 아, 영등동 말씀하시는군요. 음..사실 제가 사는 익산이란 도시가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교통의 중심지이구요, 무엇보다도 지방 대학의 잘못된 소비문화가 팽창해서 도시전체가 거대한 유흥지대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해요. 노동자 문화도 제대로 발전하지 못해 그만 함께 휩쓸려버리는..사실 익산 주변만 나가도 서동요 설화라던가, 굴러다니는 돌 하나를 집어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오래된 유물이라는 사실에 놀랄 정도로 역사가 살아숨쉬는 고장인데 정말 크게 아쉬워요..음..이런 말 하면 좀 부끄러운데 서울 시민들 보구 저,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지역민들보다 대부분 옷차림이 검소하시더라구요..ㅜ,.ㅡ
암튼 전 그 번화가 한 쪽 귀퉁이에 찌그러져 펼 줄 모르는 퇴락한 어느 달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icaru 2005-09-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등동이...그런 지역적 풍색을 갖추었군요!~ (중간에 껴들어 아는 척!!)
금정산은 어디에 있는 산인지..여쫘오니...^^;;

느티나무 2005-09-2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그렇군요. 영등동이었군요. 아무튼 도보여행 다닐 때 그 휘황함에 깜짝 놀랐더랬지요. ㅎㅎ 새도시라고 익산의 중심지가 그 쪽으로 옮겼다고 하시더라구요.

느티나무 2005-09-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금정산은요, 서울의 북한산처럼 부산 시민이면 모르는 이 하나 없는 부산의 진산이지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닌 탓에 등산로가 빤닥빤닥하답니다. 야트막하게 펼쳐진 넉넉한 품이 참으로 후덕한 산입니다. 금정산 아래 범어사가 있구요.
 

* 지난 여름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 국어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아이 편으로 메일 주소를 보내주셨다. 국어 선생에게 가장 쉬운 질문인 것 같지만, 이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국어선생님들은 모두 잘 아실 것이다. 그 땐 여행가느라 시간이 없어서 대충 써서 보내드리고 언젠가 다시 고쳐서 한 번 써 봐야지 했는데 다시 고치려니 귀찮다. 그냥 내버려둬야겠다.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날씨도 더운데 평안히 잘 계십니까? 어제 OO이로부터 어머님의 메일 주소를 받았습니다. 국어 성적을 올리는 방법을 물으셨지요? 사실은 저도 정작 국어 공부를 잘 하는 남다른 방법은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부탁하신대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공부에 대해서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기도 하면서, 어려운 일이라고 일러줍니다. 여기서 쉽다는 말은 공부 말고, 돈 버는 다른 일을 해 본 사람은 모두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돈 버는 일보다 훨씬 쉽다는 공부도 사실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건 노력한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비유하자면, 우리가 우물 속에 돌을 던져 넣어 그 돌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도록 한다고 생각하면 좀 비슷할까요? 하루 이틀 공부하는 게 우물에 돌 하나 던져 넣는 것인데, 그게 금방 표가 안 나는 겁니다. 그러나 돌은 바닥에 점차 쌓일 것이고, 바닥이 탄탄히 다져지면 그 어느 날 내가 던진 돌 때문에 드디어 지금까지 던져 넣은 돌들이 물 위에 솟아오를 것입니다.(한 개의 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은 그 밑에 깔린 모든 돌을 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청소년기의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기다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우직한 기다림이 없으면 공부를 잘 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던지는 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오늘, 하루 돌을 던지는 행위가 나날이 이어져야 합니다.

 

국어공부 방법에 대해서

  '무엇이 진짜 국어 공부인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어머님께서는 OO이의 국어 성적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기에 저도 그런 방향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국어 공부도 여느 과목의 공부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학교나 전국 단위의 시험이나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시험 문제들은 단순히 국어와 관련된 지식을 묻는데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그대로 두고 국어 성적만 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어 시험 문제들은 사회, 역사, 과학, 수학, 논리, 예술 등 다른 과목의 개괄적인 지식과 일정 정도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외워서 기억하고 있는 국어 관련 지식만으로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어만 잘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봐야겠지요? 국어 과목의 성취수준도 다른 과목의 그것과 비슷하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에 책 읽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국어 공부의 가장 핵심은, 국어과에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교육 내용(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읽기-쓰기, 말하기-듣기, 문학, 국어 지식(문법)입니다.)이지만, 국어과 교육 목표에 담긴 국어 내용을 파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이해력(독해력)이고, 이해력은 기존의 배경 지식이 활성화되어 형성되는 것이니까요. 조금 더 풀어서 설명드리면, 낯선 글을 읽더라도 그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내가 다른 책에서 읽어본 분야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겠지요? 따라서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입문서를 읽는 것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모두들 말하지만 저 역시도, 국어공부를 위해서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환타지나 무협 소설은 국어 공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담긴 의도를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상대방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빠져있거나 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벼운 설명문이나 논리적인 글을 읽히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학생이 조금이라도 흥미있는 부분의 책을 고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냐면 또 그 의도를 잘못 파악해 놓고 자기는 다 이해했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통해서 대화에 집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습이 충분히 된다면, 국어 문제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문학 작품들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땐 문제는 염두에 두지 말고, 내용에 집중하는 일이 무엇보다고 중요합니다. 현대 소설들은 별로 부담이 없고, 한 번 읽은 글은 아무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배경지식이 있으니까 좀 더 편안하게 시험의 지문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배경지식을 넓혀가는 책읽기

   아울러 다양한 방면의 교양이나 상식을 꾸준히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책도 OO이의 수준을 맞추어서 권해 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런 책을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로 익힌 단어는 조금 더 어려운 글을 이해하는데 밑받침이 됩니다. 국어에서도 새로운 낱말은 영어 시험에서 영어지문을 읽을 때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공자님 같은 말씀이지만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사전을 뒤적여보아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읽는데 집중할 수 없으니까 문맥 속에서의 의미를 파악해 두어야 다음에 같은 단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정답입니다.

   그 외에는 문제집을 꾸준히 푸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가끔 국어를 잘 하는 학생에게 이 문제는 왜 이게 답이냐고 물어보면, 그 학생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답은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감’이라는 것인데요, 문제를 꾸준히 풀다보면 뭐라고 꼭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감이 생겨서 답이 보인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집 한 권을 하루 온종일 풀었다고 해서 감이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구요,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문제집을 푼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한 학기에 하나라도 끝까지 해 보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무엇을 가르쳤느냐를 기준으로 시험문제를 내거든요. 그리고 그 무엇이라는 것은 국가가 교과서를 발행하면서 미리 정해둔 기준이 있으니까 모의고사나 수능시험도 결국은 그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죠. 뭐 꼭 이론적으로 다 되는 것 아니겠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수업시간입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결국 성적도 좋습니다. 이런 학생을 두고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급한 마음에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모두들 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기초 없는 누각을 허물어지기 십상입니다.

 

   모쪼록 좋은 해법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마 어머님께서 이렇게 정성을 쏟고 계시니 금방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관심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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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9-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선생님이시군요~ 역사선생님인 줄 알았어요...왤까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퍼갑니다..

해콩 2005-09-15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교지에 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도 될까요? (여기서 그래도 될까요란 교지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께 살짝 정보를 제공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지요. 근데 이런거 말 안하고 제공해줘야할 것 같은데.. 그쵸?)

느티나무 2005-09-1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워낙 소심하고..그래서요. 그리고 국어샘들이 아닌 분들이 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끼리는 다 알지요. 저 글이 얼마나 별 내용이 없는 글인지..ㅋㅋㅋ
 

   며칠 동안 이곳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 학교를 나온 이후에도 늘 다른 일이 있는 나는 귀가가 늦은 편이다. 그러면 읽어야 할 책이 또 만만치 않고 해야할 집안 일도 꽤 있다. 눈으로 읽는 거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차분히 앉아서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온 생각을 집중해도 글 몇  줄 적기가 쉽지 않기에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루는 나쁜 버릇이 있는지라, 쓰고 싶은 리뷰가 꽤 되어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러다 제대로 된 리뷰는 쓰지 못하고 말 거다.

   어제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모임이 있었다. 늦었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른 2학기 첫 모임.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각자 생활 나누기를 하고 2학기에 중요한 일정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소모임별로 모여서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9시 30분에 먼저 자리를 떴다. 고등학교 선배가 부친상을 당해서 상가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만난 선배, 동기, 후배들이 꽤 모였다.

   우리끼리 빈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더 늦게 오는 사람도 기다리며 술잔도 기울였다. 그러다가 7년째 과외를 하고 있다는 한 선배가 학교 밖에서 본 '교사' 이야기를 꺼냈다. 워낙 직설적인 성격인지라 해 주는 말이 바로 귀에 꽂히는 것 같았다. 그 선배의 결론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게으른데다가 노력하지 않으며, 연구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생활'을 하려고 든다면서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었다. 별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 자신에게 되물어 보았다. 너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냐고? 사실, 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누가 자신있게, '나는 예외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을 때는 슬프다. 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관리자들이, 교사들이, 특히 나 자신이 좀 더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사실, 학교에서는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를 쓴다. 별다른 목적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릴 대도 많은데, 인터넷을 돌다가 본 이야기는 대부분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전해 준다. 나는 내 일터에서, 일하는데 조금 더 에너지를 쏟고 싶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가급적 알라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삼간다. 뭐, 점심시간이나 이런 때 해도 되지만 집중력도 떨어지고, 내가 뭘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불편하다.

(어느 친구, 학교에서 사적인 전화는 꼭 자기 전화기를 쓰거나, 학교 안에 설치된 공중전화로 통화했다. 멋지게 보여 나도 꽤 오랫동안 따라한 적이 있었다.)

   오늘 집에 오면서도-9시 50분에 저녁도 안 먹고 집에 들어와서 이제 저녁 먹고 나니 10시 30분이었다.- 가능하면 대한민국사3에 대한 리뷰를 써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도 틀렸다. 이래서 다시 하루가 밀리는 셈이다. 이러다 제대로 된 리뷰를 한 편이나 쓰려나? 아, 이젠 이 글도 접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마저 읽어야겠다.

   요즘 나에게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들도 제법 있고, 내가 있는 교무실에 자주 '놀러오는' 녀석들도  많아졌다. 나는 이 가을에 아이들에게 책을 좀 더 읽히고,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우리 반 친구들도 깊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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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9-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책을 빌리러 오거나 공부를 물어보러 오는 학생보다는, 급식카드 분실 확인서 써달라고 오는 학생, 먹을 거 없냐고 오는 학생, 화장실 가게 휴지 빌려달라고 오는 학생이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요즘은 수시원서 쓴다고 PC 좀 쓰게해달라는 학생도 늘었구요-_-;;

2005-09-14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5-09-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것도 좋은 겁니다. 애정의 표시지요 ^^

느티나무 2005-09-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이렇게 살면 무지 괴롭지 않을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