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이곳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 학교를 나온 이후에도 늘 다른 일이 있는 나는 귀가가 늦은 편이다. 그러면 읽어야 할 책이 또 만만치 않고 해야할 집안 일도 꽤 있다. 눈으로 읽는 거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차분히 앉아서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온 생각을 집중해도 글 몇  줄 적기가 쉽지 않기에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루는 나쁜 버릇이 있는지라, 쓰고 싶은 리뷰가 꽤 되어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러다 제대로 된 리뷰는 쓰지 못하고 말 거다.

   어제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모임이 있었다. 늦었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른 2학기 첫 모임.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각자 생활 나누기를 하고 2학기에 중요한 일정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소모임별로 모여서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9시 30분에 먼저 자리를 떴다. 고등학교 선배가 부친상을 당해서 상가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만난 선배, 동기, 후배들이 꽤 모였다.

   우리끼리 빈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더 늦게 오는 사람도 기다리며 술잔도 기울였다. 그러다가 7년째 과외를 하고 있다는 한 선배가 학교 밖에서 본 '교사' 이야기를 꺼냈다. 워낙 직설적인 성격인지라 해 주는 말이 바로 귀에 꽂히는 것 같았다. 그 선배의 결론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게으른데다가 노력하지 않으며, 연구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생활'을 하려고 든다면서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었다. 별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 자신에게 되물어 보았다. 너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냐고? 사실, 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누가 자신있게, '나는 예외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을 때는 슬프다. 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관리자들이, 교사들이, 특히 나 자신이 좀 더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사실, 학교에서는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를 쓴다. 별다른 목적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릴 대도 많은데, 인터넷을 돌다가 본 이야기는 대부분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전해 준다. 나는 내 일터에서, 일하는데 조금 더 에너지를 쏟고 싶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가급적 알라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삼간다. 뭐, 점심시간이나 이런 때 해도 되지만 집중력도 떨어지고, 내가 뭘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불편하다.

(어느 친구, 학교에서 사적인 전화는 꼭 자기 전화기를 쓰거나, 학교 안에 설치된 공중전화로 통화했다. 멋지게 보여 나도 꽤 오랫동안 따라한 적이 있었다.)

   오늘 집에 오면서도-9시 50분에 저녁도 안 먹고 집에 들어와서 이제 저녁 먹고 나니 10시 30분이었다.- 가능하면 대한민국사3에 대한 리뷰를 써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도 틀렸다. 이래서 다시 하루가 밀리는 셈이다. 이러다 제대로 된 리뷰를 한 편이나 쓰려나? 아, 이젠 이 글도 접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마저 읽어야겠다.

   요즘 나에게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들도 제법 있고, 내가 있는 교무실에 자주 '놀러오는' 녀석들도  많아졌다. 나는 이 가을에 아이들에게 책을 좀 더 읽히고,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우리 반 친구들도 깊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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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9-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책을 빌리러 오거나 공부를 물어보러 오는 학생보다는, 급식카드 분실 확인서 써달라고 오는 학생, 먹을 거 없냐고 오는 학생, 화장실 가게 휴지 빌려달라고 오는 학생이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요즘은 수시원서 쓴다고 PC 좀 쓰게해달라는 학생도 늘었구요-_-;;

2005-09-14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5-09-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것도 좋은 겁니다. 애정의 표시지요 ^^

느티나무 2005-09-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이렇게 살면 무지 괴롭지 않을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