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학생의 날에 교무실 앞에 붙인 게시물과는 별개로 수업 시간에 나눠주는 국어 학습지의 여백을 이용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전달해 준 학생의 날의 의미에 대한 글입니다. 혹시 내년에도 쓰일까 싶어서 나의 보물창고인 알라딘에 올려둡니다.
2005년 11월 3일은 제 76주년 학생의 날!
광주학생운동과 학생의 날
- 우리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1953년 10월 문교부령으로 이 날을 학생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11월 3일을 학생의 날로 정하게 된 계기는 일본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29년 10월 30일 오후 5시 30분경, 광주를 떠난 통학 열차가 나주역에 도착해서 학생들이 개찰구를 걸어 나가고 있을 때, 광주중학교의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였습니다. 이를 본 조선인 남학생이 꾸짖자, 곧 조선인 학생 30여명과 일본인 학생 1백여 명의 집단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통치에 우리 민족은 큰 고통을 당하고 있어, 일본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때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열차에서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모두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조선인 학생들만 꾸지람을 듣게 되어, 분노의 감정이 더욱 쌓여만 가던 차에 11월 3일, 이 날은 일왕의 생일이었고 음력으로는 개천절, 드디어 누적된 민족 감정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여학생 학생 희롱 사건에 대해 광주고보생을 일방적으로 꾸짖는 기사를 실었던 광주일보사를 습격, 편파 보도에 항의하고 신사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 1.2차에 걸친 대대적인 싸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선인 학생들만 일방적으로 처벌을 받자 광주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으니, 이것은 단순히 광주의 학생 운동으로 그치지 않고 전국적인 학생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입니다.
광주 학생 운동은 통학 열차 안에서의 우연한 충돌 사건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 대한 분노가 그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 넓게는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올바른 정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날을 정한 것도 단순히 11월 3일의 광주 학생 의거만을 기념하자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 항상 깨어 있으면서 민족을 올바로 이끌어 왔던 젊은 학생들 모두를 기억하고 그러한 젊은 학생들의 자기희생 정신을 길이 계승하기 위한 의미로서 학생의 날이 정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4년 6월 10일, 전국의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광주 서중학교(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에 ‘광주 학생 운동 기념탑’을 세우고 다음과 같은 말을 새기었습니다.
《우리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학생의 날에 느티나무가 여러분들에게
◇ 제 76회 학생의 날을 여러분과 함께 축하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세상을 비추는 빛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러분들을 매일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여러분과 제가 서로 함께 배우고 가르쳐서 더불어 숲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2005년 11월 3일 학생의 날에... 느티나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