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에 공짜 영화표가 두 번 생겼다. 그런데 한 번은 어쩌다 보니 날짜를 놓쳐 버린 셈이 되었고, 이번에 받은 것은 내년 1월 11일이 마감이니, 날짜가 넉넉해 여유가 있다.

   사실, 이번에 받은 공짜 영화표 때문에 나는 아주 기쁘고, 행복하다. 나는 공짜라는 말을 믿지 않으며, 따라서 당연히 공짜로 준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싫어한다. 오죽하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건네는 '선물'조차도 받/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러니까 나와 조금이라도 직업적 관련이 있는-예를 들면 학부모- 사람들이 보내는 어떤 '선물'도 단호하게 받지 않는다. 그런 걸 받고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자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이 영화표는 좀 특별하다. 그 날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아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영화관 복도를 걸어오다 영화관 직원과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어~어~'하며 멈췄다. 이럴 때 내 머리 속은 재빨리 눈앞에 보이는 이 녀석의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찾느라 분주하다. 그렇지만 대체로 실패하고 미안하지만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 날도 그랬다. 악수를 하며,

- 네 이름이 뭐더라?

- 성준이요.

- 성준이...? 아, 그 박성준!

- 예. 이OO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너, 그 1학년 때 8반이던 그 성준이네. 우와~ 반갑다. 여기서 일해?

- 네. 군대 갔다와서 아르바이트 한 지 서너달 됐어요.

- 그래 훌륭하다. 혹시, 김OO 선생님과 연락은 하니?

- 아니요. 선생님, 잠시만요...

   그러다 완전히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발령 받은 첫 해에 내가 국어를 가르쳤던 녀석이다. 교무실 옆자리에 앉았던 처녀 선생님이 맡았던  반의 학생이었는데, 그 선생님을 제법 힘들게 했던 녀석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손에서 영화표 두 장을 내밀었다. 순간, 말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전해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뿌듯함이라고 해야할 듯 싶다.

   내 생활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디를 가도 이처럼 내가 가르친 아이들을 곳곳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아내와 점심을 먹으러 갔던 스파게티 가게에서도 그랬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그렇고, 수퍼에 들러도 그렇다. 내가 담임을 맡았던 녀석들은 주로 전화로 약속을 잡고서 '술집'으로 나를 부르지만, 내가 이름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 녀석들-이 녀석들은 아마도 내가 자기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꼭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보지 않으면 금방 이름을 잊어버리기 싶다.-이 나를 보면서 먼저 인사를 건넬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내 손을 거쳐간 아름다운 보석이 세상 곳곳에 뿌려져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 영화표로 어떤 영화를 볼까 아내와 궁리 중이다. 어떤 영화면 어떠랴?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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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보다 동료교사들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뻔한 사실을 의뭉스럽게 아니라고 우기는 인간들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슬퍼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가 못 하다.

   결혼식에 주례를 봐 주신 선생님께서 학교에서 불의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불쌍하게 생각하라고 하신 말씀이 다시 한 번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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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하루하루는 몹시 바쁘다. 그 바쁜 시간들이 돌아보면 그리 큰 의미를 남기는 것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그 바쁜 순간을 놓치고 나면 나에게 남을 것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면 역시 바쁜 순간을 피하지 않고 바쁘게 사는 게 온당한 일인 듯 하다.

   지난 한 주는 시험기간이었다. 아무래도 시험기간엔 퇴근이 빠를 수 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학교에 남아서 무엇이든 할 일을 챙겼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좀 시큰둥하고, 컴퓨터 세상이다보니 인증서만 이동식 디스크에 복하해 다니면 꼭 학교에 남아야할 이유가 없어지기도 했다.

   월요일은 모처럼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처럼의 데이트라며 즐거워했다. 화요일은 남산고에 계시는 정OO 선생님을 뵈었다. 여전히 참교육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셔서 부러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교사의 마음 먹기에 따라서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로 소풍 다녀온 이야기하며, 학급 문집에 대한 계획하며 모두가 부러운 것들이었다.

   수요일은 올해 대학입시 재수를 한 신OO을 만났다. 신OO은 작년에 졸업을 하고 학원엔 다니지 않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했다. 가끔씩 연락을 했었는데, 모처럼 시간을 내서 만나 밀린 얘기를 풀었다. 노력한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목요일은 저녁에 아내와 영화를 봤다. 영화는 예쁜 이야기 전개와 노골적인 상황 설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듯 했고, 내 느낌에 결과적으로는 좀 빈약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금요일은 공부방 가는 날! 공부방도 일요일에 있을 학기말 마무리 잔치 준비로 술렁였다. 큰공부방을 아이들이 그린 작품과 만든 성탄 카드로 꾸미는 일을 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무엇에 그토록 바빴는지 느낌이 잘 안 와 닿는다. 그래도 그 순간 순간은 마구 밀려드는 일상의 파도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그런 버둥거림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 이렇게 짧게 나마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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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이 기말고사 문제 제출 마감일이었다. 주말 내내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신경을 못 쓰다가 월요일에야 시험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월요일 저녁은 야자감독하는 날이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았다.

   어제는 처가에 가서 저녁을 먹느라 집에는 좀 늦게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문제를 내기 시작한 시간은 밤 11시 정도였다. 그 때부터 오늘 새벽 5시까지 꼬박 문제를 만들어 냈다.

   조금 다듬을 부분은 오늘 학교에서 마무리했다. 같은 학년을 맡은 국어선생님들과 함께 문제를 검토해 보고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담당 선생님께 문제를 넘겼다. 

   게다가 오늘 야자감독까지 하게 되어 지금 무척 피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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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투루판 지도


 

▲ 2천년 전 차사전국의 도읍지였던 교하고성. 두 하천 사이로 치솟은 30m의 벼랑 위에 세워진 면적이 약 43만평에 이른다. 남쪽 입구에서 성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도로가 곧게 뚫려있다. 고성 안에는 불탑, 현장 법사가 머물렀다는 불전, 사원, 관청, 감옥과 민가의 흔적이 남아 있고 주변에는 많은 탑의 잔해가 남아있어 신비로운 분위기이다.

 

▲ 고창고성 안에 있는 장방형의 돔 사원터. 현장 법사가 불교 경전을 구하려 인도로 가던 도중 들러 국왕의 간청으로 한달간 설법한 곳이기도 하다. 

 

 

▲ 499년 한족 출신 국문태가 세운 고창국의 대표 유적인 고창고성. 투루판 시내 남동쪽에 있다. 우산으로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선 관광객들 뒤로 500미터 높이의 봉우리들이 무려 100km나 늘어서 있는 화염산과 만년설이 뒤덮여 있는 톈산(천산)이 보인다.

 사진 : 한겨레신문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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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2-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지않아 꼭...가뿐히 다녀오실 수 있기를...!

BRINY 2005-12-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고파요!

느티나무 2005-12-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고 싶어요 ^^ 정말루요. 저 사진 속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느티나무 2005-12-0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여행사에 전화했더니 추워서 못 간다고 하네요. 실크로드 여행은 여름에만 한다고 합니다. 내년 여름에 갈 수 있으려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