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하루하루는 몹시 바쁘다. 그 바쁜 시간들이 돌아보면 그리 큰 의미를 남기는 것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그 바쁜 순간을 놓치고 나면 나에게 남을 것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면 역시 바쁜 순간을 피하지 않고 바쁘게 사는 게 온당한 일인 듯 하다.

   지난 한 주는 시험기간이었다. 아무래도 시험기간엔 퇴근이 빠를 수 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학교에 남아서 무엇이든 할 일을 챙겼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좀 시큰둥하고, 컴퓨터 세상이다보니 인증서만 이동식 디스크에 복하해 다니면 꼭 학교에 남아야할 이유가 없어지기도 했다.

   월요일은 모처럼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처럼의 데이트라며 즐거워했다. 화요일은 남산고에 계시는 정OO 선생님을 뵈었다. 여전히 참교육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셔서 부러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교사의 마음 먹기에 따라서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로 소풍 다녀온 이야기하며, 학급 문집에 대한 계획하며 모두가 부러운 것들이었다.

   수요일은 올해 대학입시 재수를 한 신OO을 만났다. 신OO은 작년에 졸업을 하고 학원엔 다니지 않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했다. 가끔씩 연락을 했었는데, 모처럼 시간을 내서 만나 밀린 얘기를 풀었다. 노력한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목요일은 저녁에 아내와 영화를 봤다. 영화는 예쁜 이야기 전개와 노골적인 상황 설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듯 했고, 내 느낌에 결과적으로는 좀 빈약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금요일은 공부방 가는 날! 공부방도 일요일에 있을 학기말 마무리 잔치 준비로 술렁였다. 큰공부방을 아이들이 그린 작품과 만든 성탄 카드로 꾸미는 일을 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무엇에 그토록 바빴는지 느낌이 잘 안 와 닿는다. 그래도 그 순간 순간은 마구 밀려드는 일상의 파도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그런 버둥거림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 이렇게 짧게 나마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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