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주말의 일과가 아주 단순해졌다. 보통 토요일은 오후, 혹은 저녁까지 약속이 잡혀 있는 날이지만 일요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구는 날이 많아졌다. 아마도 6월 중순부터 그랬나 보다. 나에게는 모처럼 생긴 휴가인 셈이다. 이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못 참고 일을 만들겠지? ㅋㅋ (그 때까진 이 나른함을 맘껏 즐겨야겠다.)

   어제는 학교 앞 거리에서 '지역문화축제' 같은 걸 하던데 저녁 늦게 약속이 있어서 구경을 못 했다. 토요일 오후 늦게 학교에 남아 한 일이라고는 음악 듣고 낮잠 자는 것. 토요일 점심 시간에도 도서실 문을 열었다가 아이들이 다 돌아간 오후, 책을 읽다가 도서실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도 몽롱한 정신 상태와 갈증이 느껴져 깼다.

   서둘러 짐을 챙겨 학교를 나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조금 늦었다. 그러나 약속 장소의 사정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는데 내가 사 간 김밥을 시청 앞 광장에서 먹고 대학교 근처의 찻집으로 갔다. 지하철 입구에 내려 활기찬 부산대학앞 거리를 걸었다.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옛날에 가끔 다녔던 찻집에서 모인 선생님들과 '지난 1학기를 아이들과 어떻게 살았나'는 이야기를 했다. 나야 올해 담임이 없어서 그냥 듣기만 하는 편이지만 내년에는 또 담임을 맡게 될 지 모르니 그 때를 위해서 열심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늦게 시작한 모임이라 더 늦게 끝났다. 이제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런 때 꼭 바람 잡는 사람이 있기 마련! 모처럼 온 학교인데 한 바퀴 돌아보자는 분이 있었다. 모두 같은 마음인지라, 정문 앞에서 샌드위치와 와플파이 하나씩을 물고 '넉넉한터'를 거쳐 인문관, 문창회관 근처를 돌아 내려왔다. 학교 밖은 몇 달 만에 못 알아 볼 만큼 변해도 대학 안은 내가 다닐 때랑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가 그리운 것 같다.

   이번 토 일요일에는 읽고 있던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고 했다. 읽고 있던 책은 '절집나무'와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인데, 두 권 다 처음 내 눈에 띈 책은 아니었으나, 서재를 돌아다니다 괜찮다고 추천한 책이다.(그래서 이제부턴 더 서재주인들의 안목을 신뢰하기로 했다.ㅋㅋ) 그런데 '절집나무'는 다 읽고 리뷰까지 썼으나,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은 리뷰는 커녕 다 읽지도 못 했다.(그러면서 '절집나무'를 다 읽은 기념(?)으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집어 들었으니, 앞의 책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집에서 탱자탱자 놀면서 책도 안 읽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가 생각해도 걱정이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나눠줄 '방학 때 공부하는 방법'(메시지님의 서재에서 본 글)을 다듬고 덧붙여서 짧은 편지글을 담아 학생들에게 나눠줄 복사물을 만들 것이고, 도서구입목록도 완성해야할 것이며, 3학년 4반 아이들에게는 '수박먹기대회'를 하자고 이야기도 해야겠다. 그럼 월요일 하루가 금방 지나가겠다. 그러나, 방학이 코앞이라 수업하는 건 너무 힘들어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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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교시 연속 수업! 기진맥진해서 교무실로 내려왔더니만 어느 선생님께서 "샘, 같이 냉면 먹으러 갑시다!" 하시기에 따라 나섰답니다. 그제도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던지라 좀 그랬지만 이왕 나선 걸음이니... 최근에 개업한 제법 큰 집에 갔습니다. 냉면보다는 에어컨이 더 시원한 집인데요, 그 집에서 즉석 경품권을 나눠주더군요. 냉면 먹기 전에 살짝 긁었더니, "냉면 시식권 2장 당첨!" 다음에 또 그 집에 가면 공짜로 먹을 수 있겠군요. 어제 느림님 영화시사권 당첨된 걸 축하드리고 왔더니만, 이런 일이 생기네요.

   이제는 7,8,9교시 연속 수업이 있습니다. 7교시는 클럽활동 시간이니 학생들이랑 도서실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고, 8,9교시는 지겨운 보충학습시간! 요즘 3학년 학생들이 수업하는데 너무 힘이 없습니다. 별로 해 줄 게 없는 저도 참 답답하구요.

   방학 같지도 않은 방학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방학이 기다려지나 봅니다. 이제 딱 일주일 후면 방학입니다. 한 이틀 쉬었다가 방학내내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누구나 다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고, 그러니 참고 견디라고, 말하고 지나가기에는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혼자 안 하려고 해도, 모두가 다 그리하니 두려움이 크겠지요.

   고민이 쌓여가는 방학 일주일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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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7-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시식권 당첨!! 축하드려요.. ^^

느티나무 2004-07-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사시면 보내드릴텐데요 ^^;

▶◀소굼 2004-07-0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방학이 그립습니다; 보충수업..훔훔...
저녁 자율학습시간에 찐옥수수 먹다가 들켜서 밖에 나가서 옥수수 먹었던 기억이;

느티나무 2004-07-0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고 보면 좋은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비로그인 2004-07-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
 

   지난 토요일에 학교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즘 지갑을 잃어버린 이후로 돈은 가방에 넣어다니기 때문에 가방을 뒤져서 돈을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내 생각에는 한 7만원 정도 있었는데, 다들고 나기기는 그래서 2만원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 돈은 그 때 읽는 책에 꽂아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가방은 물론이고, 최근에 내가 읽은 책 여러 권의 책. 심지어 책상까지 다 뒤졌으나 5만원의 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정말 또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이제 슬슬 걱정이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 책상 서랍에 넣어뒀겠지'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없다.

   그러면 남은 가능성은 바지주머니인데, 글쎄 바지 어디에도 없던 걸... 큰일이다. 누구는 리뷰에 당선되어 5만원이 생기기도 하던데, 나는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글 그만 쓰고 빨랑 찾아봐야겠다. 다른 일은 좀 신중한 편인데 지갑 잃어버리고 이런 건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손전화는 언제 찾을 수 있을까? 손전화 없이 지낸 것도 한 달이 다 되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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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7-0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놀기의 진수로구나~! 내가 글 쓰고 내가 코멘트 달고... 음, 아직 돈은 구경도 못하고 있다. 어디쯤 있을까? 빨리 나와라, 내 돈아!
 

   오늘 하루 종일 쉬고 났더니 그 새털같이 많았던 평소의 일요일엔 무엇을 한다고 그리 바빴나 싶다. 하기야 언제나 할 일은 쌓여 있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놀았다.

   어제는 모처럼 영화를 보았다. -- 아는 여자 : 난 영화를 보면서 항상 다음 대사가 무엇일지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사랑은 무엇일까' 하는 자문을 한 번쯤은 할 것 같고, 연인끼리 보러온 사람이라면 '이 여자(남자)를 왜 사랑하지?',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 서로에게 묻게 하는 영화였다. 아마도 답은 없거나, 아니면 이 세상 사람들 수만큼 많은 답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사건의 인과 관계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인물의 설정과 환타지적인 상황 제시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영화 속 인물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 메세지의 내용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고.

   아무튼 영화이야기는 다음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민들레는 사라졌다는데 지금 이곳에는 바람이 씽씽 분다. 오늘은 내 방 대청소를 했더니 깔끔한 게 잠이 잘 올 것 같다. 빨리 자야겠다. 그래야 낼 수업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니!

 

[ 나는 왜 요즘 화가 났는가?]

   나도 우아하게, 유쾌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영화도 자주 보고, 책을 열심히 읽으며 감동도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텔레비전도 재미있게 보고, 친구들과도 만나 즐겁게 맥주잔이나 기울이며 '총각'의 주요 관심사인 결혼'에 대해, '10억 벌기'에 대해 희망찬(?) 꿈도 꾸고 싶다.

   아니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보충 수업해서 개인적으로는 '돈도 벌고' 아이들한테는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수업해 주시는 '선생님'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동료들로부터는 '성실하고 착하다'는 입에 발린 칭찬도 들으며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들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는 분명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고, 자기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슬쩍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서 자기의 이익만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 나는 온갖 허위와 가식이 싫다. 이런 허위와 가식은 내 주위에 널려 있어서 학교 밖의 내 '일상'까지도 답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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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아주 잘 놀았고, 오늘(7월 2일) 학교에서 황당무계한 일도 있었고-이제는 야만적인 행동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감각하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하다- 집에 오자마자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을 꼬박 잤다. 그래서 잠이 안 오는데... 이젠 자야할 시간인 것 같다.

   내일이 시험 마지막 날! 두 시간 시험 감독하고 한 시간은 자습감독이다. 음... 오늘 시험감독은 무척 재미있게 시간을 잘 보냈는데... 뭐냐면 학생들이 번호순서로 앉아 있기 때문에 혼자서 학생 이름 외우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평소엔 잘 몰랐던 이름들을 하나 하나 얼굴과 연결시키면서 외우니까 재미도 있고, 다음 수업에 내가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신기해 하겠지? 내일도 세 반이나 들었으니 열심히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며 외워야겠다.

   이젠 진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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