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편해 하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나아지는데 내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 했을 때, 아니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 그런데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 상황이 해결되어 나에게 도움이 될 때, 나는 몹시도 부끄럽다.

   아이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 하고 윽박질러야 할 때, 아닌 건 알겠는데 왜 아닌지 이해시킬 수 없을 때, 아이들에게 돈 내는 일을 시킬 때(수련회, 보충수업...), 아이들에게 가는 피해나 부당함을 알면서도 내 일이 아니라고 돌아설 때, 나는 몹시도 부끄럽다.

   아직도 학교는 왜 이렇게 나에게 부끄러움을 강요하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5-04-0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느티나무님 처음 인사재요. 저는 엊그제 수련회를 갔다왔는데 애들데리고 수련회는 처음이었어요. 늘 수학여행만 따라다니다가,,,, 힘든 수학여행과는 다르게 수련회는 정말 편하기가 천국이더군요. 하지만 몸은 무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하고 부끄러운 날들이었습니다.
내가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학교... 아직 멀까요?

느티나무 2005-04-0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반갑습니다. 교사들이 아이들 앞에 부끄러움 없이 설 수 있는 학교요?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삽니다. 가끔 나아질 희망이 보일 때 기운도 나고 그렇지 않습니까? ㅎㅎㅎ
 

   며칠 전부터 감기 몸살 기운으로 학교 생활하는데 힘이 좀 들었다. 그래도 이래저래 가야할 모임도 생기고 학교에서도 해야할 일이 밀려오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좀 쉬면서 책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토요일이 2분 남은 지금껏 책은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일찍 퇴근했으나, 계속되는 기침과 몸살 기운으로 축 늘어져 있다가 5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저녁에는 부모님께서 우리집에 오셔서 저녁을 드시기로 했기 때문에 안해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눈치였다. 그래도 몸이 아프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깨고보니 시장도 혼자 다녀왔는지 거의 음식 준비를 끝냈다.

   나도 일어나서는 지금껏 밀린 집안 청소를 대충 하고, 저녁 차리는 것을 도왔다. 부모님께서는 저녁 7시에 오셔서 저녁을 드시고 조금 앉아 계시다가 가셨다. 그리고 안해는 몹시 피곤했던지 지금껏 방에서 자고 있다. 나는 텔레비전도 보면서, 심심하면 인터넷도 하면서, 커피도 마셔가며, 군것질도 하며 쉬엄쉬엄 설거지를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12시를 넘겼다. 이제부터는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이다. 어제 그 아픈 와중에도 최순덕의 성령충만기를 읽다가 웃음도 나왔는데, 오늘 그 책을 마무리 하고 이번에 산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 할까보다.

   내일은 가까운 화훼단지에 나가서 꽃나무를 몇 그루 사려고 했는데 오늘 일기예보에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었다. 지금도 밖에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봄밤이 후딱 달아나기 전에 얼른 책 속으로 달아나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04-07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7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걸리버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 해누리기획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2 - 이산의 책 33
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김수영 옮 / 이산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 - 이산의 책 32
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 이산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 에코리브르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에코리브르

   이번에 주문한 책이다. 하~ 정말 요즘은 부끄럽게도 거의 책을 읽지 못 했다.  저번에 산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몇 번 뒤적이다가 그대로 던져둔 채로다. 그래도 이번에 다시 또 굳은 결심을 하고 책을  사기로 했다.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O, 잘 지내고 있지? 


   거긴 너에게 낯설고 물설은 곳이라 견뎌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척척 잘 해 나가리라 믿는다. 예전에 너에게 주기로 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다른 사람의 차지(OO)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고른 책이다. 책상 위에 두었다가 언젠가 네 처지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도 좋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견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아직은 네가 이해하기엔 실감나지 않는 말이겠지?) 간난신고를 겪고도 그 끝엔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한다.

   언제나 나만 옳다고 믿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교사라는 점은 네가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게 아주 작은 차이였을지라도 말이다.

   너의 건강과 즐거운 학교 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안녕.

- 느티나무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5-03-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O이에게서 책 고맙게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멋진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도 열심히 했으면 한다. ^^
 

   어제는 3월 공부방 교사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 1시에 수업이 끝났지만, 학교로 찾아오신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2시 반이 넘어서야 학교를 나설 수 있었다. 점심도 거른 탓에 집에서 싸온 빵을 먹으며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갔다.

   지하철을 타고 공부방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45분. 그 때까지만 해도 영도 봉래산 중턱(공부방이 있는 곳)은 해가 쨍쨍했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가 밖에서 '눈 온다'는 소리를 질렀고, 우리는 호기심에 밖으로 나가 햇살이 비치는데 눈이 내리는 광경을 신기한 듯, 어이 없다는 듯 그렇게 장난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들 공부방에 앉아 열띤 교사모임이 진행되었다. 회의에 집중하느라 그 이후엔 눈이 오는지도 잘 몰랐는데 한참이 지나서 들어온 선생님이 눈 내리는 게 장난이 아니라는 귀뜸을 해 주셨다. 회의는 2시간 정도로 마치고 창문을 여니 이미 햇빛은 들어갔고, 눈은 펑펑 내려 바닥에 두껍게 쌓이고 있었다.

   그래도 별로 걱정은 없었다. 눈앞에 맛있게 준비된 밥상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리며 밥을 맛나게 먹고, 언제나 남자선생님들의 몫인 설거지도 깔끔해게 끝냈다. 그 때쯤에서야 슬슬 집에 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공부방은 산중턱-집들이 있는 맨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마을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가려면 10분 정도 걸어내려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 때쯤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마을버스가 다니는 중복도로는 통제되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모두들 서둘렀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중복도로까지 내려오는데도 20분 정도가 걸렸다. 모두들 엉금엉금 기어서 가파른 길을 내려온 탓이다. 여전히 눈은 펑펑 내리고, 길은 빙판이었다. 그나저나 중복도로가 막혔으니 걸어서 시내버스가 다니는 산복도로까지 가야하는데, 이런 날씨라면 산복도로도 버스가 다닐지 의심스러웠다.

   눈이 내리는, 가파른 빙판길을 다시 40분이나 걸어서 산복도로로 내려왔으나 가물에 콩 나듯이 시내버스가 다녔다. 우리는 버스를 타는 거나 걷는 거나 비슷할 것 같아서 지하철 남포동역까지 걷기로 했다. 대부분 서너번씩 넘어진지라 웃음도 묻혔고, 눈을 많이 맞은 탓에 옷도 젖어 무겁고, 손이 무척 시렸다. 내려오면서 오늘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공부방 교사모임이 될 것 같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살면서 두고두고 말하게 될 그런 교사모임이 아닐까?

   공부방에서부터 거의 2시간을 걸어서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졌다. 머리도 눈이 녹아 물이 줄줄 흐르고, 옷은 젖었고, 도무지 사람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 음료수를 사러 들어간 가게에 이번에 졸업한 OO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 OO의 친구인 혜은이도 그 가게에서 놀고 있었다. 참고로 혜은이는 지난 금요일에 내가 이번에 옮긴 학교로 놀러온, 귀여운 녀석인데 다음주 토요일에 우리집에 놀러오기로 약속까지 해 두었다. 이제는 어른스럽게 우리집 앞까지 나에게 우산을 씌워준 혜은이.

   집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었다. 공부방에서 출발한 게 오후 7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으니까 세 시간이 좀 넘게 걸린 셈이다. 눈 덕분에 아주 기나긴 하루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적시니 몸이 노곤해서 잠이 몰려왔다.

   눈이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나무 2005-03-07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나이라... ^^ 저도 딸아이와 밤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강아지도 데리고 나가서 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답니다. 사람들이 눈인지 강아진지 구별이 안된다면... 하얀색 강아지라... 녀석.. 난생 겪어본 눈밭에서의 산책. 개평생 기억에 남을겁니다.

느티나무 2005-03-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라... 후후 개가 평생을 인식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푸른나무님 잘 계시지요? 여전히 열심히 살림하시고, 글쓰시고, 가무를 즐기시고, 또 바쁘신지요? 벌써, 그 때 그 시간들과 그 공간이 그리워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