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파워 -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을 못 이기는 진짜 이유!
찰스 더버 지음, 김형주 옮김 / 두리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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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읽은지 두 달도 더 되어서 글을 쓰려고 하니 글이 잘 안나간다. 책을 읽고 난 그 순간 느꼈던 어떤 희열 같은 것이 사라진 상태에서 글쓰는 것은 좀 고통스럽다. 글쓰기 위해서 다시 책을 뒤적여보니 그것도 시험끝난 뒤 책보는 것 같아서 마뜩찮다. 여하튼 밀린 방학숙제하는 심정으로 책읽은 소감을 몇 자 적어본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미국에서는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8월10일이었다. 미국에서의 반응이야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 보인 반응도 잘 모르겠다.내가 강하게 느낀 것은 추천사들이었다.  첫째는 촘스키의 추천사이고, 두번째는 박원순의 추천사다. 특히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추천사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서 이 책을 사보게 되었다. 방금 책을 보니 김호기교수의 발문도 있다. 역시 우리는 자기가 영향받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영향을 받는가 보다. 박원순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현실과 실체를 이토록 명징하게 파악해 낼 수 있을까.(중략)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진보세력에게도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과연 이 책에는 진보세력이 얻어야할 교훈이 있는가?

첫번째 교훈. 민주주의는 중립적이지 않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이름이 포괄하는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도 자신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고 칭했다. 공산주의도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거부감 없이 통용되는 말이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른바 중산층과 서민-혹은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이라고 해도 되겠다-이 행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다. 교육과 주택,의료,노후, 주거를 사회나 국가가 상당부분 책임질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만 대중은 민주주의를 신봉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목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두번째 교훈. 대중의 급진적인 사회운동과 결합하지 않는 정당은 필연적으로 정치엘리트의 직업소개소로 전락하고 만다. 더불어 정치도 오락으로 소비되고 만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대중의 강렬한 욕망이 정치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며 체제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포퓰리즘 운동과 뉴딜시기의 대중운동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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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심낱말 - 법인체신비주의, 사회세력과 정당의 결합, 체제변동, 뉴딜, 포퓰리스트, 프랭클린루즈벨트, 민주주의, 파시즘라이트, 불안에떠는 노동자계급, 오락으로 소비되는 정치.
(2) 내용요약- 미국역사의 체제변동은 다섯번 있었다.지금의 체제는 3차 법인체 체제다. 법인체 체제의 주인은 시민이 기업체다. 그 사실은 은폐되어 있다. 체제변동을 위해서는 네가지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체제가 균열하고 붕괴하고 있는 시점이다. 반동적인 파시즘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고, 시민사회의 힘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가 나타랄 수도 있다. 선거의 덫에 걸린 민주당은 체제변동을 이루기 어렵다. 사회운동세력과 정당이 결합하여 체제를 바꾸기 위해서 투쟁할 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3) 기억에 남는 문장들
-아인슈타인은 "세상이 험악해지는 것은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93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법은 뉴딜 체제의 핵심적인 업적이었는데, 사회보장의 민영화는 뉴딜의 유산에 대한 공격의 중심축이었다. 뉴딜체제의 사회보장제도는 뉴딜정신의 핵심이었다. 즉 세대간의 계약이라는 가정, 모두를 위한 은퇴 후 양질의 생활을 보장하는 부의 재분배, 그리고 미국적인 개인주의는 공동체와의 연대라는 강력한 책임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뉴딜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이었다.  부시가 도입하려는 사보험제도는 성별 간, 계급 간 부의 재분배 수준을 격감시킬 수도 있다. 은퇴 후 생활보장을 각 개인의 책임으로 개별화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루스벨트는 미국에서 유럽스타일의 사회민주주의를 출범시킨 첫번째 대통령이었다. 루스벨트의 새로운 사고가 자본주의를 구원했으며, 그는 정치적 대화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켰을 뿐이었다.
-뉴딜의 큰 사고란 국내에서 참여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외교정책에서 평화와 인권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신뢰의 위기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타나고 대통령의 신뢰가 손상될 때에는 이미 체제가 종말에이른 것이다.
-테러리즘은 거의 당연하게 야만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테러리스트의 행동은 문명에 반하는 것이며, 체제가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문명을 수호하는 가장 고귀한 형태라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굳이 할리우드의 스토리 작가까지 필요하지 않다. 테러리즘은 항상 우리 주분에 있으며, 따라서 영구적 전쟁을 가능하게 해준다.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계급은 사회적 소외가 주는 공포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글은 히틀러 시대 독일의 하층계급의 불안, 분노와 공통점이 있다. 현행 체제의 흑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퍼갠더는 독일의 하층계급과 비견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소외된 계급을 그 자양분으로 한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법인체의 주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력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락으로서의 정치는 집 안에서 하루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수동적이고 개인화된 문화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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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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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텔레비전을 안 본지가 한 해가 되어가니 세상사에 어두워진다. 오바라만 사람이름도 신문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되었다. 그가 미국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사람이고,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같은 유명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것도 신문을 통해서 얻은 정보다. 이번에 오바마의 평전을 읽게 된 것은 오바마의 아버지가 케냐 사람인데, 어머니는 미국의 백인이라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부러 책을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반납코너에 있던 이 책을 우연히 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옳겠다. 머리말만 훑어보고 나서 곧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살아있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나온 힐러리의 두꺼운 두권짜리 자서전에 비하면 책의 두께는 얇은 편이다. 713쪽이나 되는 책이다. 참고로 나는 힐러리 전기를 못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앞부분 100쪽 정도만 읽고 대출기한이 차서 돌려주고 말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이틀 만에 거의 다 읽었다. 630쪽 정도를 토,일요일에 읽었다. 마치 감동적인 소설 한편을 읽는 그런 느낌으로 책 속에 빠져들었다. 오바마의 글솜씨는 정치가라기보다는 작가에 가까울 정도다. 책을 끝내기 전 80쪽 정도를 남겨두고 책을 옆에다 밀쳐두었다. 잠을 자야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열흘 정도를 못 읽었다.이상하게 그 책에 허기가 들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서 책읽기를 멈춘 셈인데, 그쯤에서 어지간한 문제들은 다 실상을 드러내고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바마의 어린시절, 대학시절, 지역활동가로서 보낸 시절, 케냐에서 아버지의 핏줄들을 만나면서 아버지와 형제, 고모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까지 어지간한 비밀들은 이미 이야기되었던 것이다. 열흘 뒤인 오늘에야 도서관 열람실에서 남은 부분을 마저 읽었다. 책의 뒷표지에도 나오는 구절이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고 나자 마음 속에서 그가 오랫동안 맞닥뜨렸던 자기 인생의 수수께끼-나는 누구이고, 또 내가 누구를 돌보고 보살피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닌 문제인지에 대한-를 해결한 순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구절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오바마가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오바마는 건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해피 엔딩을 위하여"

이 책의 지은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1961년 하와이 섬 태생이다. 하와이의 명문 사립학교인 푸나호우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옥시덴탈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카고의 흑인밀집지대에서 지역활동가로서 몇년의 삶을 살았으며, 나중에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1996년에 일리노이주의회 상원의원을 지냈고, 2004년에는 미국연방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로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40대 후반의 정치인이다.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출신의 흑인이었고, 어머니는 미국출신의 백인이었다는 것이다. 혼혈이지만 그의 정체성은 명백한 흑인이었다. 아버지는 케냐에서 미국 하와이로 유학온 아프리카의 지식인이었다고 나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하와이의 대학교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한다. 거기서 버락 오바마가 태어난다. 그 때 아버지는 이미 케냐에서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미 자식이 둘이나 있는 상태인데도 백인여자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버락이 태어난뒤 몇 해 뒤에 아버지는 하버드대학교로 유학을 가버린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다시 케냐로 돌아간다.

버락 오바마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하와이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어머니는 하와이에서 인도네시아 출신의 남자를 만나서 다시 결혼을 하고 인도네시아로 삶터를 옮긴다. 버락은 어린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다. 청소년 시절 무렵 어머니는 버락을 하와이로 보낸다. 버락을 미국식으로 교육시켜야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하와이에서 버락은 청소년시절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그 시기에 버락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겪게 되고, 마약도 하게 된다. 그보다 좀더 어린시절에 버락은 자신의 아버지를 하와이에서 만나 얼마간을 같이 지내게 된다. 이것이 그가 아버지와 함께 지낸 유일한 기간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1부인 '뿌리, 혼란과 두려움의 시작'이다.

혼란스런 청소년기를 보내고 난 뒤에 오바마는 옥시덴탈 칼리지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게 된다. 졸업 후에 그는 시카고에서 지역공동체 활동가로 일하게 된다.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은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을 일관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지역활동가로서 보낸 시기의 이야기가 이 책의 2부를 구성한다. 2부의 제목은 '시카고, 구원을 찾아 나서다'이다. 과연 그는 시카고에서 자기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목표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구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south side)라는 지역에서 그가 지역공동체를 일구어내는 과정이 나와있는데, 한 사람의 활동가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어떻게 대중 속에서 활동할 것인가를 배우는 데 쓸모있는 자료가 될 수 있겠다. 하나하나의 서술이 어찌나 자세한지, 오바마란 사람은 사람에 대한 관찰, 심리에 대한 통찰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반의 활동가가 지역의 교회,학교,공공기관들을 두루 다니면서 조직작업을 하는 과정이 과장없이 잘 나타나있다. 이때의 활동이 오늘날 정치인 오바마를 만든 토대가 된다. 오바마는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상원의원에도 당선되었다고 한다.

3부는 '케냐, 화해의 땅'이다. 시카고의 활동을 접고 나서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입학을 결정지어놓고 나서 비는 시간에 그는 아버지의 땅인 케냐로 건너간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기를 한번 가보시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거기서 오바마는 자신의 반쪽 뿌리를 확인한다. 거기는 여전히 아프리카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면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이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할머니, 삼촌, 조카를 비롯한 수많은 친척들을 만나서 그간에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친족간의 우애를 경험한다. 모두들 그를 오바마 집안의 소중한 아들로 반기는 경험을 하면서 그는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할아버지대의 이야기들은 식민지시기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케냐인들은 영국에 대해서 느끼고 있다. 우리의 식민지 경험과 비교해서도 참 재미있게 읽힌다. 오바마의 아버지가 살아낸 삶도 참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준다.  

오바마는 젊은 시절에 자기가 평생 있어야 할 곳과 삶의 목적에 대한 해답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시카고에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삶을 헌신하겠다는 것을 확신한다. 케냐에서는 평생 자기를 괴롭히던 아버지의 신화로부터 해방된다.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확인하면서 그는 비로소 온전히 자기자신이 된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다는 대목에서 그는 마음 속에서 어떤 동그라미 하나가 닫히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말하자면 마음의 구멍 같은 것이다. 어린시절 그에게 아버지는 온통 신화적인 존재였다. 십대의 어느날 그에게 나타난 아버지는 한달여 만에 다시 그의 삶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그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영원한 신화속의 존재로 있었던 것이었다. 케냐에서 그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확인한다. 아버지의 어린시절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아버지가 그 여인들에게서 낳았던 자식들도 만난다. 오바마의 할머니는 아버지와 고모를 낳고 난 뒤 할아버지에게서 도망친다. 아버지는 그 때문에 도망간 자기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이것이 아버지의 삶에 어떤 근본적인 결함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들에게서 난 자식들-버락 오바마의 형제들-을 모두 만나면서 그는 비로소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아버지가 케냐에서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나중에는 알코올에 중독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 역시 결함이 많은 보통의 인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알게 되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이면서 기쁨이지만 무엇보다도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2008년 11월에 한다고 한다. 오바마란 정치인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난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부러운 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오바마란 사람은 일단 자기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대선은 싱겁게 끝났지만 미국 대선은 오바마란 인물 때문에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재미있는 10회짜리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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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시대 - 우리는 정말 이건희를 알고 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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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선거라는 전국최대의 게임에 들어가있는 중이다. 모두들 이 게임에 신경을 쓰느라 파묻혀 가고 있는 중요한 쟁점들도 많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보아도 '외고 입학시험문제 유출 사건','연세대총장부인의 편입학 관련 뇌물수수사건','삼성비자금사건','국가보훈처 차장의 부정'등이 있겠다. 하나하나가 충격적인 것들이다.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에 대해서 묻게 만드는 문제들이다. 그 중에서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따지라면 단연 삼성비자금 사건이 가장 무겁다. 그러나 그 중대성에 비해서 언론이 다루는 정도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삼성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무릎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막강한 돈의 힘. 제4의 권력기관이라는 언론도 광고를 매개로 한 돈의 힘 앞에는 힘을 쓸 수 없는 것 같다.

강준만의 이 책을 읽은 것은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책읽고 난 뒤 일주일 쯤 지난 뒤에 삼성비자금 사건이 터졌다. 강준만이 책의 모두와 말미에서 지적하고 있는 삼성의 문제들이 드디어 곪아터져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이 망할 수는 없다고 한다면 삼성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독소들이 밖으로 들어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강준만의 이 책은 사실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의 삼성엑스파일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에 나온 것이다. 벌써 2년쯤 전인 2005년 8월에 나온 책이다. 그래도 읽어보면 현재성이 있다.

강준만은 정말 시대상황에 맞는 문제적인 저작들을 던진다.1997년 대선 전에 나온 <김대중 죽이기>를 비롯해서<서울대의나라>,<노무현과국민사기극>같은 책들은 시대의 물꼬를 튼 책들이다. 이책도 삼성의 문제를 조목조목 건드린 책인데, 예전의 책들에서 보이는 신랄함이 좀 모자란 느낌이다. 강준만도 이건희 천재적인 경영과 삼성의 거대한 힘앞에 좀 몸을 사리는 느낌도 든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삼성과 이건희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예전에 나는 삼성과 이건희를 생각하면 황제경영과 아들 이재용의 변칙상속,무노조경영, 불법정치자금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서는 삼성과 이건희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선 삼성이 차지하는 대한민국 경제 내의 위치다.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국민경제의 비중이 20%에 가까울 뿐더러,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반도체, 엘시디 등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는 자부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 되었다. 이런 모든 성과의 선두에 이건희라는 사람이 서 있다. 황제경영이라는 부정적인 면 이전에 그의 천재경영, 디자인 중시, 인재중시, 본질주의 같은 것은 현시대세계 경제를 꿰뚫는 힘 같은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긍정만 할 수 없는 것은 이번 비자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에서 삼서이 가지는 순기능이 역기능에 추월당할 정도의 위치까지 왔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주고,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법위에 군림하고 선출되지 않는 권력을 국민에게 행사할 수는 없는 거지. 제 아무리 그가 세금을 많이 내고 우리 같은 소시민들이 내는 세금은 쥐꼬리만큼 된다고 해도 국민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오히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시민들의 국가기여도가 그보다 더 클 것이다. 이것은 결국 오늘날의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이냐,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이며 무슨 쓸모가 있는냐의 문제를 제기한다.

삼성에 대해서 읽은 책이 겨우 이 책 한권에 불과한데 무슨 소리를 많이 하겠는가. 하다보니 말이 많아졌는데, 강준만이라는 우리 시대의 길눈이를 따라가면서 삼성문제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좋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이건희와 삼성에 대한 공부를 하는 데 기본 교과서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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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살림지식총서 194
김윤아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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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총서는 처음 잡아본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살림총서가 300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궁금증이 생겨났다. 오늘 퇴근하고 나서 서점에 들러 300권 중 한권을 샀다. 3,300원이라는 책값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100쪽도 안 되는 두께는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한시간이면 보겠지 싶었는데, 실제로는 두시간쯤 걸렸다. 비디오 한편 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슷한 종류인 책세상 문고와 비교해보았다. 책세상 문고는 값이 5,900원이다. 두께도 좀 있다. 보통 읽는 책의 반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에 견주면 살림총서는 보통 책의 3,4분의 1 정도 되겠다. 부담이 없어서 좋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 맛보기로 사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은 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 왜 이런 사진을 넣었는지 일단 이해가 안 된다.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사진이 많은데도 왜 이런 사진을 넣었는지 모를 일이다. 책의 내용도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기 작품들인 <원령공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내용적으로 분석하는 책인 줄 짐작하고 보았는데 내 생각과는 책의 흐름이 좀 달랐다. 그래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에 대한 시각, 90년대 일본경제의 불황, 최근 일본의 우경화 경향을 분석하고 있는 시각들이 일면 어려웠지만 일면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세 작품 모두가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둔 작품들인데, 그 성공의 바탕에 깔린 대중적 감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이 흥미를 끈다. 그것은 일단 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에 벌어진 '잃어버린 10년'동안 일본사회가 보인 자신감 상실을 메꿀 어떤 기제가 필요했는데, 그것에 부응한 것이 <원령공주>,<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원령공주에 나오는 사슴신을 천황의 상징이라고 보고, 고다마(숲의 정령들)들을 대중 혹은 카미카제특공대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처음에는 '설마'하는 생각이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모든 예술은 사회와 교감하는 법이니까. 더구나 성공한 대중예술은 그 근저에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것이니까.

글쓴이가 자기의 논지 전개를 위해서 끌어들이고 있는 학자들로는 가라타니 고진, 조셉캠벨, 엘리아데, 팩스턴, 스튜어트 홀 같은 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세 작품의 신화적인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 조셉캠벨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파시즘의 위험을 거론하기 위해서 팩스턴을 끌어대는 부분은 분석이 좀 미약하다 싶다. 서경식 같은 재일교포 지식인들의 최근 글을 통해서 보는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 준 파시즘 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글은 그런 분석들이 좀 근거가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내가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이 문제고, 글쓴이도 자기 주관을 너무 강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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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사보았던 기억이 있다. 몇 부분 뒤적이다가 말았는데 어느새 책이 책꽂이에서 사라져버렸었다. 느낌표에서 이 책을 추천할 때도 한번 읽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은 했더랬는데 그 때는 웬지 마음이 나지 않았다. 막상 책을 서점에서 산 것은 1주 전이다. 술먹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길가에 있던 서점에 들러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샀다. 술먹고 고르는 책인데도 여러권의 책을 물망에 올라놓고 골랐던 기억이 난다. 초판본과 맺은 인연으로 치면 15년 정도 되는 셈이다. 내가 산 책은 2006년 2월 118쇄본이다. 많이도 팔렸다. 소설이 100쇄를 넘긴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사람들 가정에 대부분 한 권 정도는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책을 한번 손에 잡으니 세시간 정도는 그냥 간다. 마치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다. 아니면 말 잘하는 친구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듯이 그냥 술술 훌러간다. 어제 오늘 이틀 만에 다보았다. 재미있는 소설의 특징이 그렇듯이, 다음이 궁금해서 책을 덮어놓고 다른 일을 하기가 싫었다. 결국 오전에 끝장을 보고 말았다. 무언가 가슴이 뿌듯하고 아련해오는 게 있다. 이런 게 감동이 아닐까 싶다. 문학에서 우리가 얻기를 바라는 위안 같은 것을 나는 받은 느낌이다.

박완서는 막 쉰살을 넘긴 나이에 이 소설을 썼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소설과 자서전의 성격이 골고루 들어있다고 느꼈다. 50살 정도가 되면 보통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픈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60살이 되기에는 아직 10년을 남겨둔 나이지만 이 때쯤이면 자식들을 대부분 다 키워서 대학에 보내고 난 뒤의 나이다.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지위에 도달해 있을 즈음이다.  박완서는 개성 시골에서 자란 유년시절의 기억과 서울로 이사와서 겪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한국전쟁 직후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다. 삶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소설가의 어린시절도 즐거움과 괴로움이 골고루 섞여있다. 세살무렵에 아버지를 갑작스런 병으로 잃어버리고 난 뒤의 여자아이는 할아버지와 숙부들의 그늘에서 아버지없는 설움을 특별히 겪지 않고 자라난다. 그러나 서울로 가서 성공하고픈 욕망이 강했던 어머니의 결단에 의해서 서울로 이사를 하고, 거기서 초등학교와 여고(중고등학교가 통합된 6년과정)시절을 겪는다. 그 기간은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시기와 8.15해방, 한국전쟁 전의 혼란기였다. 그 시절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이 어린시절, 청소년시절은 똑같이 겪게된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나 할 것 없이 인생은 겪을 것을 다 겪어야 성숙하는 법이다. 단지 1950년의 그 격동기는 스무살의 처녀가 겪어내기에는 너무도 혹독한 것이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는 한편의 풍경화나 풍속화처럼 느껴진다. 일제하에 면서기로 지역민들을 수탈했던 큰숙부와 얼음장사와 밀매로 장사를 해나가는 작은 숙부, 젊은 혈기로 좌익운동에 빠져드는 오빠와 그것을 말리는 어머니, 그 밖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당대의 그림을 형상화하는데 꼭 필요한 인물들이다. 나는 언뜻 리영희의 <역정>을 떠올렸는데, 그 와는 또다른 맛이 있다. 워낙 모든 이들의 삶을 뒤흔든 대사건이었다보니 그 시대를 살아낸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전형적이다.

박완서 문학의 원체험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이어지는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를 안 읽을 수가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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