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
김민식 지음, 이우일 그림 / 행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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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창비라디오 문화다방>을 즐겨 듣는다. 한 사람의 예술가, 혹은 문화인사를 불러놓고 3시간 정도의 대담을 진행하는 프로다. 은근히 재미가 있다. 기억나는 사람만 들어볼까. 황석영, 이자람, 이윤택, 승효상, 김명곤,유세윤, 유하, 문성근, 정성일, 신해철, 임옥상, 김미화, 구본창, 허지웅,박혜진. 소설가, 사진가, 평론가, 화가, 가수, 코미디언, 연극인, 아나운서 등 참으로 다양하다.

 

진중한 사람도 있고, 통통 튀는 사람도 있다. 저음의 목소리가 있고, 박혜진 아나운서처럼 공명이 잘 되는 고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감상하는 재미, 그들의 살아온 이력을 듣는 재미,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해보는 재미가 자못 쏠쏠하다. 제일 말을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황석영과 김민식을 들고 싶다. 황석영은 워낙 유명할 뿐더러 여러 군데서 인터뷰도 듣고, 작품도 여럿 읽어서 익숙한 작가이다. 그런데 김민식이라는 사람은 금시초문이었다. 최민식인줄 알고 내려받았다. 듣다가 보니 최민식이 아니라 김민식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했더니 문화방송의 피디라고 한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보니 이 사람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말이 정말 수도꼭지에서 물나오듯이 술술 나온다. 가만히 두면 하루종일 떠들라고 해도 떠들 것 같은 입심이다.

 

'문화다방'의 김민식 편을 다 듣고 나서 나는 뒤늦게 '엠비씨 프리덤'을 유튜브로 보았다. 재미있었다. 김민식이 문화방송 파업 때 노조부위원장이었는데, 국민과 더불어 즐기는 파업을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짧은 영상이다. 더불어 '엠비씨 프리덤'의 원조격인 '이태원 프리덤'도 보았다. 뒤늦은 감상이었지만 재미는 여전했다. 다음으로 김민식이 저술한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다행히 도서관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세시간 만에 다 보았다. 중요한 부분은 발췌해서 메모해놓았다. 정말 미친듯이 메모했는데, 지금 그 메모를 찾으려니까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문화방송 피디인 김민식이 세상을 즐겁게 사는 법을 다루어 놓은 책이다. 독서, 연애,여행, 영어공부, 방송, 취업,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에 대하여 김민식이 경험하고 실행해본 알짬이 담겨있다. 읽어보면 대단히 실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본다면 좋은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우선 팟캐스트 <문화다방>의 김민식 편을 들어보고 나서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러면 책이 훨씬 빨리 넘어간다. 말과 글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김민식은 역시 말발이 글발보다는 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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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 이덕일의 한국사 4대 왜곡 바로잡기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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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체가 10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일곱개 장이 고조선사에 관련된 글이다. 나머지는 노론사관 비판, 정조어찰과 정조독살설, 국사교과서에서 비중이 희미한 무장투쟁사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고조선사에 대한 것은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과 식민사학,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의 기본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었다. 얻은 정보도 많지만, 그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진 측면도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관련도서를 더 읽어봐야 내 나름대로의 시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생긴 의문도 있다.  도대체 식민사학의 뿌리는 무엇이고, 그게 아직도 살아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김상태나 이덕일에 따르면 동북아연구재단 같은 한국사 방어기구조차도 그런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긴데.

 

고조선사의 기본문제는 기록이 너무 적고, 기록의 대부분이 중국사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록이래야 <삼국유사>가 거의 전부인데, 이 책은 정통역사서라기보다는 설화집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의지하게 되는 것은 중국의 역사서들에 나오는 고조선 관련 기록들이다. <사기>나 <삼국지>같은 기본 사서를 통해서 우리는 위만조선이니 기자조선이니 하는 기록들을 얻어듣게 된다. 중국인들의 시각으로 쓴 기록이니 과연 진위가 무엇인지도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근래에 발견된 <한단고기>같은 책은 단군조선의 역사를 세밀하게 기록했다고 하지만, 위서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래저래 사료를 통하여 고조선의 문제를 접근하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혁신적인 지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동아시아 1000년의 시간동안 당연시되던 주류사관을 뒤집었다. 고조선의 중심지가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에 있었다고 과감히 주장한 것이다. 중국과 고조선의 경계인 요하가 오늘날의 요하가 아니라 난하라고 본 점이다. 난하는 중국본토에 상당히 가까운 강이다. 그 밖에 진시황과 한무제가 중국을 순행하면서 들렀다는 갈석산의 위치가 어디냐 하는 점도 치열한 논쟁이 있는 부분이고 흥미롭다.

 

재미있는 부분은 한사군의 핵심이라고 하는 낙랑군의 위치가 어디냐 하는 점을 둘러싼 논쟁이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평양지역 유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결국 그것이 일제에 의한 유물위조가 아닌가 하는 점으로 이어진다. 글에 의하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연과학자들에게 데이터 조작의 유혹이 크듯이 사회과학자들이나 역사학,고고학을 하는 이들에게도 사료위조의 유혹은 크다. 심지어 인류학자들도 자료를 소설 쓰듯이 위조하기도 한다. <뿌리>로 유명한 알렉스 헤일리는 실제 자기 조상 이야기인것처럼 드라마를 찍었지만, 이야기를 상당 부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서 영구퇴출되었다고 한다.

 

율곡의 십만양병설이 노론에 의해서 조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십만양병설의 핵심은 서인의 종주인 이율곡이 임진왜란을 내다보고 병력증강을 주장했던 반면에, 이를 반대했던 남인의 유성룡은 임진왜란을 대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세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조선후기의 주류인 서인과 그를 이은 노론세력이 자기들의 선조인 이율곡을 높이고 남인의 북극성인 유성룡을 깎아 내리는 역사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사료를 들어서 비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이 있으면 한번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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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 - 식민사학과 동북공정을 둘러싼 주류 강단사학의 '흑막'
김상태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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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상당히 두껍다. 564쪽에 달한다. 저자의 입심도 상당하다.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열정과 분노가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책은 엉터리와 가짜에 대한 분노를 담아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덕분에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고조선과 식민사학의 문제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 신채호와 <조선상고사>에 대해서 새로이 인식을 하게 되고, 이병도, 노태돈, 리지린, 윤내현 같은 학자들의 오랜 세월에 걸친 대결과 연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논증이 너무 세밀하다보니 따라가기가 벅찼다. 절반 정도를 읽고 나니 책을 대충대충 넘기게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긴 있었는데, 책이나 논문에 대한 세밀한 비판은 계속 따라가면서 읽기에는 좀 힘이 들었다. 저자인 김상태는 이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고 하지만 아마추어의 입장인지라 갈짓자 걸음이 많고, 중언부언하는 말들이 많다고 느꼈다. 한국의 상고사와 식민사학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책 읽는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덕일이나 성삼제의 고조선 관련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이덕일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을 보았는데, 훨씬 문제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고조선사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좀 갖추게 된 상태에서 독서를 하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이덕일의 고조선 관련 책을 먼저 읽고 김상태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신채호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준 점이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고, 신채호의 평전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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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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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의 이름은 신문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초기작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는 임승수란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대표작이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차베스를 국제면의 한 인물에서 우리에게 연관된 한 인물로 다룬 최초의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에 그는 경향신문에서 2013년에 '뉴 파워라이트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기사를 통해서 그가 꾸준히 글쓰는 작업을 해 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글쓰기나 책쓰기 관련해서 인터넷 서점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책쓰기에 관해서 좀 더 실제적인 조언을 해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책은 안성맞춤이었다. 읽어보니 좋은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상당히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책제목을 상당히 잘 지었다. 임승수의 말처럼 책에서 제목은 독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제목은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해주는 최고의 홍보니까. 이 책 제목은 삶과 책을 연관짓는다는 점에서 한번쯤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책이란 것과 삶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저자의 말인즉슨, 책을 쓰고자 하는 자에게는 책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게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간절한 욕구는 오로지 자기 삶으로 밀고가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삶의 구체과 간절함이 없이 막연하게 책 한 권 쓰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는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는 임승수의 삶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양념처럼 나온다. 임승수의 삶은 책을 쓰기 전과 책을 쓰고 난후로 나뉜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던 평범한 공학도의 삶을 살던 그는 대학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만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모피어스가 주는 빨간약을 먹고 난 뒤 진짜 세계를 만나게 되었듯이 마르크스는 그에게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야를 주었다는 것이다. 임승수는 이후에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고(2004년 무렵이다. 민노당이 최고로 주가가 높던 시절!) 또 차베스라는 21세기의 사회주의자를 파고들면서 새로운 책을 한 권 써내게 된다. 우석훈이 <88만원 세대>로 기억되듯이 임승수는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그는 5년간의 벤처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인문사회분야 저술가로 전업하게 된다. 그 뒤 9년간의 작가 생활 동안에 10권이 넘는 저술 작업을 하고, 각종 강연과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임승수에게는 <자본론>과 맺은 인연, 그리고 거기서 생긴 에너지로 저술한 두 권의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말한다. 2부에서는 실제로 책을 쓰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되는 기획서 쓰기, 목차쓰기, 글쓰는 요령, 제목 짓기 등을 다룬다. 3부는 계약서 쓰기, 인세, 책홍보, 강연, 인터넷 연재 등의 책쓰기 전후에 실제로 부딪치는 상황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글의 사이사이에 9개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자기만의 내용으로 책을 쓰고 이제 막 작가가 된 이들과 일본만화 번역가, 편집자들을 만나서 책쓰기에 대하여 실제적인 고민들을 들어본다. 이것도 볼 만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고조선에 대해서 다룬 김상태라는 작가, 예스24 블로그에서 껌정드레스란 필명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드디어 역사분야 저술가로 독립한 박신영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이란 결국 200자 원고지 1,000매를 쓰는 일이다. 그 정도면 300쪽 안팎의 분량을 가진 책이 나온다. A4용지로 글을 쓴다면 125장 정도다. 매일 2장씩 쓰면 2달 정도에 초고가 완성된다. 이 책에는 초고 완성 이후에 퇴고하는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온다. 아마도 인문사회분야 저술가라서 그런지 문장에 대한 고려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 퇴고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문장을 중시하는 작가와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실용적인 책의 작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는 기획안과 목차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기획안과 목차 속에 작가가 쓰고자  하는 책에 들어갈 생각이 상당부분 드러난다는 것이 출판사 편집자들의 생각이란. 보통 논문이나 책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머리말과 목차를 써보라는 것이다. 머리말이 일종의 기획안에 해당하겠다. 목차에는 책에 들어갈 글의 짜임새가 나타난다. 건축으로 치자면 설계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책을 인쇄할 때 보통 2,000부 정도 찍어낸다고 한다. 책이 잘 팔려서 인쇄를 거듭하면 2쇄, 3쇄로 계속 나간다. 초판을 찍어낼 때 출판사는 저자에게 계약금을 지급하는 데 이것이 일종의 선인세다. 대개 1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보통 책값의 10% 정도를 인세로 받는다고 한다. 15,000원짜리 책을 냈다고 치자. 초판 1쇄 2,000부에서 마케팅용 300부를 제외한 책인 1700권의 10%를 받는다면 255만원 정도를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초판이 다 팔렸을 때를 전제했을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책 한 권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보통 1년 정도로 본다. 다치바나 다카시 말처럼 책 한 권을 쓰려면 10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열심히 읽고, 쓰고 퇴고하는 과저을 거쳐서 버는 돈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좀 허무할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라는 소리다. 그렇지만 책을 쓰는 데서 얻는 무형의 에너지와 책을 쓰고 난 뒤에 겪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 저자에게 자꾸 새로운 책을 기획하게 만든단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책만 써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책을 쓰게 되면 별일을 다 겪게 된다고 한다. 책읽기도 몇 시간짜리 모험이지만, 책쓰기는 그보다 더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단다. 그것은 저자가 겪은 지난 9년간의 삶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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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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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사로 쓰인 사무엘 베케트의 시도했었다/ 실패했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가 마음에 쏙 든다. 해병대의 안 되면 되게 하라비슷한 느낌도 나지만 베케트의 이 말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것, 용감하게 다시 도전하는 자가 되라고 격려하는 점이 좋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더 잘 실패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깨달음이 오고 환희가 온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지은이는 독자를 밀실에서 입구, 미로, 출구를 거쳐서 마침내 광장으로 인도한다. 밀실은 책읽기를 통해서 작가가 되는 꿈을 꾸는 곳이다. 입구에서는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광만이 아니라 고독과 굶주림, 재능에 대한 회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견뎌야만 작가는 만들어진다. 미로에서는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다룬다. 문법적으로 바른 글을 쓴다는 것, 매일 의무적으로 글쓰기, 일기 쓰기, 여행을 통해서 낯선 자기와 대면하기를 통해서 작가는 단련된다. 출구는 작가가 가야할 길을 일러준다. 자기만의 문체를 갖춘다는 것과 등단의 길, 문학하는 자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인 광장은 제일 두껍다. 장석주가 고른 12명의 작가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김연수,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허먼 멜빌, 피천득, J.D.샐린저, 다치바나 다카시, 최인호, 박경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가 그들이다.

 

장석주의 방대한 독서량은 그냥 방대하다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는 시인이면서 비평가, 수필가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서광이다. 책읽고 글쓰는 삶에서 희열을 느낀다. 글을 쓰는 것에서도 기쁨을 찾겠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다는 것에서 원초적인 충만함을 얻는다. 25,000권의 책을 갖춘 서재와 하루 4시간은 글쓰고 8시간은 책을 읽는다는 그의 삶은 모든 독서가에게 이상향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되는가? 부지런히 읽고 쓰면 되는가? 장석주는 작가란 무엇이고, 왜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자의식이 옅은 사람은 작가의 관문을 뚫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자기를 구원하는 일이라고 한다. 글을 통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구원의 길에 이르게 된다.

 

사람에게 구원이란 무엇이냐는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성공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남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면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구원받았다고 하지는 않는다. 구원의 문제는 이른바 행복의 문제, 깨달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약간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느낌도 나는 말인데, 책읽기나 글쓰기에서 말하는 구원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 이상 자기를 죽일 듯이 괴롭히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다. 책을 통해서 말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기만의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소리를 듣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게 옛날의 무의미에서 벗어나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구원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박경리든, 김연수든, 헤밍웨이든, 다치바나 다카시든 간에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자기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은 작가들이 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 같이 자기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없이 시종일관 냉정했을 것 같은 작가조차도 청춘의 표류를 겪었다지 않은가. 문제는 그들이 어느 순간에 단단한 땅에 도착해서 거대한 성채를 쌓아올렸다는 점이다. 그들의 작품은 모두 표류와 불시착, 노동의 흔적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했는지 알고 싶으면 장석주처럼 읽고, 읽고 또 읽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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