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살림지식총서 194
김윤아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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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총서는 처음 잡아본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살림총서가 300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궁금증이 생겨났다. 오늘 퇴근하고 나서 서점에 들러 300권 중 한권을 샀다. 3,300원이라는 책값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100쪽도 안 되는 두께는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한시간이면 보겠지 싶었는데, 실제로는 두시간쯤 걸렸다. 비디오 한편 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슷한 종류인 책세상 문고와 비교해보았다. 책세상 문고는 값이 5,900원이다. 두께도 좀 있다. 보통 읽는 책의 반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에 견주면 살림총서는 보통 책의 3,4분의 1 정도 되겠다. 부담이 없어서 좋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 맛보기로 사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은 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 왜 이런 사진을 넣었는지 일단 이해가 안 된다.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사진이 많은데도 왜 이런 사진을 넣었는지 모를 일이다. 책의 내용도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기 작품들인 <원령공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내용적으로 분석하는 책인 줄 짐작하고 보았는데 내 생각과는 책의 흐름이 좀 달랐다. 그래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에 대한 시각, 90년대 일본경제의 불황, 최근 일본의 우경화 경향을 분석하고 있는 시각들이 일면 어려웠지만 일면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세 작품 모두가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둔 작품들인데, 그 성공의 바탕에 깔린 대중적 감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이 흥미를 끈다. 그것은 일단 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에 벌어진 '잃어버린 10년'동안 일본사회가 보인 자신감 상실을 메꿀 어떤 기제가 필요했는데, 그것에 부응한 것이 <원령공주>,<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원령공주에 나오는 사슴신을 천황의 상징이라고 보고, 고다마(숲의 정령들)들을 대중 혹은 카미카제특공대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처음에는 '설마'하는 생각이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모든 예술은 사회와 교감하는 법이니까. 더구나 성공한 대중예술은 그 근저에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것이니까.

글쓴이가 자기의 논지 전개를 위해서 끌어들이고 있는 학자들로는 가라타니 고진, 조셉캠벨, 엘리아데, 팩스턴, 스튜어트 홀 같은 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세 작품의 신화적인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 조셉캠벨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파시즘의 위험을 거론하기 위해서 팩스턴을 끌어대는 부분은 분석이 좀 미약하다 싶다. 서경식 같은 재일교포 지식인들의 최근 글을 통해서 보는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 준 파시즘 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글은 그런 분석들이 좀 근거가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내가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이 문제고, 글쓴이도 자기 주관을 너무 강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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