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현대시 100년, 사상 최고의 시인
김소월 지음, 백시나 엮음 / 천케이(구 티알씨)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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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가 아닌 시집을 읽은 것은 얼마만의 일일까? 

그러고 보니 시는 너무 등한시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소월 시집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초혼' '엄마야 누나야' 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 정도로 유명한 시다.

물론 나도 김소월의 시는 그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그의 숨은 시를 더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이 시집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참 의아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시인이 아닌 엮은이의 사진을

표지로 장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여지껏 그런 책은 보지 못했고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시집을 다 읽은 후에야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집은 역시 김소월의 시집이다.  그런데 시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아야 할게다.

맨 마지막 6 chapter '시인 김소월' 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이 다시 엮은이를 통해 출판하게 된 이유인 셈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간 알려진 김소월의 사진(더 정확히 말하면 초상화)은

진위논란이 항상 있어왔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김소월의 생전 얼굴사진이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그것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기에 시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그 뿐 아니라 김소월의 사인은 자살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단다.

책은 김소월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기술된 바가 없어서

이리 쉽게(?) 밝혀질 사실이 그간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김소월의 자살에 관해서는 북한에 살고있는 가족의 증언에 의해서란다.

그렇다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듯 한데 왜 지금까지 몰라왔던 것일까?

어쩌면 그의 시만 줄줄이 읊었을 뿐이지

정작 시인에 대해서 알고자 열심을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다. 

 

짐작과는 반대로 그에 관해 열띤 연구가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낸것이라면

이 책은 문학사적으로도 아주 가치로운 책임이 분명할 것 같다.

 

김소월의 글을 보자면 평안도 사투리가 멋스럽게 녹아있다.

이런 걸 보면 지방마다의 특색을 담은 방언이나 사투리를 무시못 할 일이다.

뭐 이런 얘기를 하니 말인데 나는 '표준어' 에 대한 정의가 항상 미심쩍게 여겨진다.

'...(생략)...우리나라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

물론 표준어 사용을 반대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의라고 내세운 것이

자칭 교양 있다는 사람들의 편협한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그건 그렇고, 김소월의 시는 역시나 잘 알려진 시가 구성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김소월의 시론 '시혼'은 시에 관한 그의 관점을 잘 드러낸 글이라 참 재미나게 읽었다.

시인의 산문을 읽는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인데 시혼을 서술한 그의 문체는 참 단아하다.

이런 느낌은 비단 시혼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전반에 배어있는 것 같은데 

마치 갸냘픈 한 여인의 시와 같은 느낌을 갖게한다. 

그리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시 중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이 있었는데 

'옛낯' 이라는 시다.  그 시를 옮겨봄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겠다.

 

옛낯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어라, 이후부터,

우리는 옛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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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책 같은 표지하며 '새빨간 사랑'이라는 표제는 솔직히 유치했다.  

그런데 이 책에 끌린 것은 확실했다.

호러틱한 로맨스라니.... 

그 하나만으로 확실히 읽고 싶었던 책이다. 

뭔가 색다를 것 같은 기대감.

 

근데 책을 읽고 난 지금 너무 혼란스럽다.

과연 이런것을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뭐랄까?  어떤 기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음....  적절치 않은 예일지도 모르겠다만 한 가지 들어보자면,

도저히 문학가라는 칭호를 붙이고 싶지 않고 오히려

국어를 훼손시키는데 일조하는 '귀여니' 에게 느끼는

경멸과 비웃음보다 더 큰 것을 느꼈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것 자체에 구토가 일 지경이다. 

  

이런 것을 감히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상식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저질스런 이야기 덩어리' 도 오로지 책으로 출판되었기에

서점의 책장 한 켠에 얹혀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학이라고 불러주어야 할까?

 

나는 정상적, 비정상적이라는 통념으로 무언가를 구분짓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그것을 인식하는 각 자의 아주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크로토모필리아. 

이것은 팔, 다리가 없거나 사지가 절단된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일종의 성도착등 환자들을 일컫는 말이란다. 

아크로토모필리아인 연인에게 하나의 존재가 되기 위해 멀쩡한 팔을 잘라내는 여주인공.

내가 이해하는 것은 상식이고 그 밖의 것은 비상식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속이 메슥거린다.

 

이 책은 5편의 단편모음집인데 모두 저질적이며 변태적인 이야기들이다.

혼외정사, 사지절단, 도벽, 매춘 뿐만 아니라 시간(姦)에 대해서도 거침없다.

호러틱 로맨스?  말이 좋아 호러틱 로맨스지 화장실 벽에 남겨진 음담패설보다

더 가치없는 너저분한 삼류 작가의 정상적이지 못한 얼룩진 이야기일 뿐이다.

 

이야기 뿐만 아니라 책 또한 얼마나 무성의하게 만들어졌는지 기가 찼다.

교열작업도 제대로 안되있다.  찾을려고 쌍심지를 켠 것도 아니고 건성으로 훑어도 4개다.

아니, 그 이상이겠지.  교열작업에 발견되지 않은 채 버젓이 책으로 발간될 때까지

버틴 몇개의 표기 오류나 띄어쓰기도 아주 기본적이라는 것에 아연실색했다.   

대체 교열작업을 하긴 했나??  그마져도 의심스럽다. 

 

서평을 약속으로 무상으로 받은 책이라고 해서 아첨하는 글로 판매고를 올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쓰다보니 너무 혹평을 한 듯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온유하게 쓰고 싶지는 않다.

결론은 어이가 없는 이야기의 어이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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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오류]

p. 71       밑에서 세번째 줄

하루기에게 능욕을 당하고 있는 여자는 유리카였다.

하루키에게 능욕을 당하고 있는 여자는 유리카였다.

    (외국어 표기라 문제될 건 없지만 하루키로 칭하기로 했다면 통일해야지.  명백한 오타로 보임)

 

[조사사용 오류]

p. 108      밑에서 일곱번째 줄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유령소녀 주리 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이야.

┗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유령소녀 주리 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이야.

 

[띄어쓰기 오류]

p. 214      위에서 네번째 줄

나 같은 여자랑 이야기를 하려고 그만 한 돈을 쓰려고 했으니까요.

┗ 나 같은 여자랑 이야기를 하려고 그만한 돈을 쓰려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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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ciel 2007-05-25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기 오류 가운데 맞는 게 하나 있네요. 47쪽 '찾아봬서'가 맞습니다. '찾아뵈어서'를 줄인 말이거든요. '찾아뵈어'도 맞고요. '찾아뵈서'는 틀린 말입니다. ^_^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매우맑음 2007-06-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

loveciel 2007-06-0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에 글 올리셨다 지우셨나 봐요.. ^_^ 알림 메일이 왔어요.. 고맙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_^

매우맑음 2007-06-0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님께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썼었는데
다른 분께 여쭤봐서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
그래서 지웠답니당. 고맙습니다~
님두 즐거운 휴일 잘 보내세요 ^^
 
봄의 오르간 - 쉼표와 느낌표 3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유모토 가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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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전 헌책방에서 데려온 11권이 책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순전히 '그냥' 골랐다.

저자인 유모토 가즈미라는 일본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읽었다거나 하는 일도  없이  그냥, 그냥이다.

 

이 책은 마치 표지 속 나무 오르간을 직접 만지는 듯한

약간 거친 느낌의 종이로 된 표지다.

떡 하니 놓인 풍금, 거친 느낌, 초록빛으로 새겨진 제목.

왠지 서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책이려니....

 

역시 일본인들은 그들만의 냄새와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나' 도모미와 동생 테츠의 이야기다.  더 넓게 보자면 가족의 이야기인데 전체로 뭉뚱그려 보았을 때야 가족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 책 속 이야기들은 도모미와 테츠의 이야기다. 

오르간은 이 가족들의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물건일 뿐 실제 이야기는 화두는 아니다.

 

나는 책장을 넘기고 얼마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선생님을 '놈' 이라며 증오하는 도모미의 모습.

옆 집과의 땅덩어리의 소유권 문제로 손해를 보게 된 일에 앙심을 품고

옆 집 할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만치 저주하는 두 남매의 모습들.

그리고 옆 집 할아버지가 싫어하는 고양이 시체를 일부러 던져놓는 영악함과 발칙함.

 

나는 이것들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을 증오할 수도 있으며 물론 옆 집 할아버지를 미워하는 일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도모미와 테츠는 어린 아이들이다.  이제 초등학생 즈음?  테츠는 그보다 어린 듯 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미움과 증오의 대상에게 품는 구체적이고 숙련된 악의. 

이것은 마치 젖먹이 아기가 허공에 달린 흑백의 모빌을 바라보며

'모빌들이 참 기하학적이군' 하는 생각을 품는다는 것처럼 억지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등장인물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인물묘사와 대사, 감정표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은 어린 아이들이요,

그들 속의 담긴 감정은 성인의 그것이다.  

발에 맞지 않는 엄마구두를 신고 어른흉내를 내는 여자아이의 모습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읽지 않고 덮어버리고픈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한 번 펼친 책은 절대 놓지 않는 내 순조롭지 못한 성격 탓에 끝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수록 작가의 스토리는 그런대로 구색을 갖춰가는 것 같았다.

와해된 가정의 두 아이.  옆 집 할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은 고양이를 찾아 다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돌보게 되며 자신들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리고 가족, 건전하고 화목한 가정의 소중함을 더불어 일깨우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녹차의 맛' 이라는 일본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발랄하고 잔잔하게 그렸는가 하면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을 두 아이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두 작품이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모두 할아버지의 비중이 크다. 

두 작품에서 할아버지는 추억을 상기시기고 부모와 아이들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이야기나 작가의 의도는 괜찮았으나 

등장인물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의없는 인물묘사로 그 재미와 사실성을 반감시켰다.

작가의 후기에서 보니 이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작가는 어린시절에 일어난 '일' 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당시의 어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은 기억을 못했었나 보다.

책의 표지와 제목처럼 잔잔하고 따사롭기만 하리라 기대했던 나의 예견도 완전 빗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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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보들레르
이진성 지음 / 건국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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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중학교때 읽었다.

그 시집을 읽고 엄청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시라는 건

자고로 아름다워야 하며 은유와 운율이 살아있어야 하며 

감동적이고 함축적인 시어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들레르의 시는 악마의 시 그 자체였다.

물론 충격이야 크게 받았지만

실은 보들레르의 시를 읽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의 시는 악마의 시라는 대중들의 평.  

그 이후 줄곧 그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의 시를 잘 이해하기에는 어렸지만

뭔가 통속적이지 않은 느낌은 분명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와 그의 시의 세계를 다룬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2004년도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 도서' 로 선정되었다는 이 책의 경력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샤를르 보들레르에 관해 기술된 책은 많지 않았다.

 

학창시절 문제집이나 참고서에서 익히 보았음직한

주석과 해설 따위.  그리고 연과 행 분석, 시어의 의미, 작가의 생애 등등.... 

이 책은 마치 교과서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을 따분하지 않게 읽었던 이유는 

오로지 보들레르에 대한 나의 관심의 힘이었던 것 같다.

도서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내용의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저서들을 읽을 때 곁에 두고 참고서 마냥 읽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으며 그들이 그의 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문학을 지향했는지에 대해서만이라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으로

이 책의 충분히 제 몫을 다했으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권의 책으로 만난 보들레르에 대한 약간의 메모를 남겨두는 것이

나의 짧은 기억력 앞에서 겸손한 짓이 아닐까 싶다.

34살 차이의 부모 아래 태어난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예술적 감성은 부모님들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런걸 보면 역시 유전이나 부모의 기본적인 소양은 무시할 것이 못된다.

부친의 미술에 대한 애정은 보들레르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보들레르는 시가 아닌 미술과 음악을 비평하는 글로 먼저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빚을 져가면서 까지 미술작품을 사들이든데 재산을 탕진하고

급기야 법정 후견인까지 두고 평생을 금치산자로 살게 된다.

 

필자의 말을 빌자면 에드가 알렌 포우(Edgar Allan Poe)를 마음의 '큰형님' 처럼 여기고

그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힘쓴다.  차후 그의 시에 있어서도 포우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메스트르(Maistre)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보들레르의 저서로 가장 유명한 <악의 꽃>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특히 6편의 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게 된다.

지금이나 예나 보들레르는 만만찮은 인물은 아니었나보다. 

당대, 보들레르는 시문학의 악동(?)이었다.

 

그리고 그의 많은 시들은 그의 여인들에게 바쳐졌는데

첫째, 잔느 뒤발이라는 흑인 혼혈 창녀.  많은 시가 그녀에게 바쳐지고 지어졌다.

그리고 사르티에라는 한 살 연상의 여인. 

잔느 뒤발이 육감적인 매력을 지닌 여자라면 사르티에는 정반대 였다. 

그러나 사르티에와 하룻밤을 지낸 후 '그대도 역시 여자이구나' 라는 실망감에

그녀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그의 마지막 여인 연극배우였던 마리 도브랭. 

그리고 그는 매독으로 40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이 책을 읽으며 보들레는 시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시인인지 알 수 있었다.

고귀하고 순결하고 누가보듯 아름답기만 한, 읽혀지는 이들을 위한 시를 그는 쓰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시였으며 시를 위한 시를 쓴 시인이라는 점은 참된 예술가답다.

외롭고 고독한 예술가 답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크게 공감했으며 감동을 받은 그의 말과

그의 시문학에 신적인 존재였던 에드가 앨렌 포우의 입을 빌어 서평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시의 목적이 어떤 종류의 교육에도 있지 않으며, 의식을 강화하거나 사회 도덕을 진작시키거나 유용한 어떤 것을 입증하는데 있지 않고(...) 시는 그 자체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으며(...) 쓰는 기쁨만을 위해서 쓰여지는 시가 진정 위대하고, 진정 고상하며, 진정 시라는 이름에 걸맞는다"

                                                                              『 테오필 고티에론 中  - 샤를르 보들레르』

 

"시는 스스로 존재하며, 시는 시일 뿐이며 그 이상 어떤 것도 아니며, 시만을 위해 시는 쓰여진다" 

                                                                              『 에드거 알렌 포우가 말한 시의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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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2009-08-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들레르에 대해 구글에서 찾다가, 이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들레르에 대해 써야하는 숙제가 있는데, 맨 마지막 보들레르의 말을 써도 될까요;ㅎㅎ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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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은희경의 신간이다.  은희경 작품으로는 <마이너리그>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에 이어 세 번째인데

이 책은 '행복한~' 과 마찬가지로 단편모음집이다. 

  

뭐랄까?  은희경은 단편이 가장 그다운 것 같다. 

이 책은 등단한지 12년만에 9번째 책이라는데

작가로서 나쁘지 않는 성적이다. 

말은 똑바로 하자.  좋은 성적이지, 암~

이제는 한국현대문학에 '은희경' 이라는 장르를

따로 구축해도 될 성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은희경이 어떤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강박.  그것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짊어지게 되는 문제인지도 모르겠으나 예전의 은희경과는 사뭇 다른 글들이었다.

내보기엔 은희경만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 주인공들도

모두 한 가지씩 강박증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우연, 고독, 육중한 몸, 가난, 곰, 지도에 대한 강박등.... 

 

은희경은 이번 소설집에서 새로움과 남다름에 고심하다보니

이야기들이 모두 몽롱한 느낌으로 비현실적인 세계에 닿아있었다.

어찌되었건 이것은 그녀의 강박을 덜어줄 새로운 시도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었다.  구태여 이름 대신 이니셜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어떤 이미지를 철저히 차단함으로

자신이 가공한 인물에 십분 빠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그렇지 않으면 깔끔하고 지적인 느낌을 잘 살려내기 위해?

이유나 어떳든....  그러면 지금부터 모두 곱씹어 보자.

 

 

[1 segement - 의심을 찬양함]

어느 날 이유진은 잘못 배달된 사과 한 상자로 기묘한 인연을 얻게 되는데

그 사과는 옆 동 같은 호에산다는 동명이인의 이유진이라는 남자가 동을 빠뜨리고 주문해

잘못 배달된 사과라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일을 연유로 사과를 보낸 남자의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동생이라는 작자와의 대화는 상당히 불쾌했다.

만약 그런 일이 내게 있었다면 나는 그런 무례하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하는 상대와는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소설 속 이유진은 나와 다르기에

그 남자와 오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거기서부터 작가는 의도적으로 혼란을 불러온다. 

내가 봤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내게 사과를 보낸 이유진이 진짜 이유진인지,

이유진이 있기나 한 것인지 온통 헷갈리게 만들어 버린다.

실체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어떠한 답도 주지 않은채 끝이 난다.

 

단순명료하고 깔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점을 발견할 때 그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를테면, 읽고 있는 책이 같다거나 이름이 같다거나 똑같은 핸드폰 벨소리를 하고 있다거나....

이 chapter에서 실존하는 것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2 segement - 고독의 발견]

고시원에서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K는 오래전 함께 하숙하며 지내던 J를 만나게 되는데

J는 K에게 예전 하숙집 주인이 경영하던 여관의 열쇠를 맡기며 그 곳은 부탁한다.

그 곳에서 '젤소미나' 를 만나게 되는데 이 여자는 가끔 자기가 다른 곳에서

여러 개의 자기로 나누어져 있다는 공상을 하곤한다.

 

K는 한 커피숍에서 J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S의 생일파티라는 일상적인 현실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이야기는 꿈같다.  작가는 K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지만

나는 틀림없이 K가 꿈을 꾸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연인 S가 떠나버린 후 K는 외로웠다.   젤소미나도 그의 꿈 속에 등장하는 여인인 뿐이다.

나는 젤소미나가 또는 예전의 K가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가 떠올랐으며

여러개의 자기로 나누어진 것 같다는 젤소미나에게서는 영화 도플갱어가 떠올랐다. 

 

 

[3 segement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이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서는 가장 현실적이었다.  이 책은 뚱보들의 단상이다. 

보띠첼리의 비너스에 집착하는 화자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종일관 이어진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주 적은 량을 먹고 있는 뚱보를 보고는

"저 사람은 뚱뚱하기 때문에 저렇게 조금만 먹고 있는거야" 라고 하고

아주 많은 량을 먹고 있는 뚱보를 보고는 "저렇게 먹으니 저 지경이지" 라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만한 신진대사에 대해서도 믿음이 가는 글이었다.

지방대신 오히려 탄수화물을 줄이라고? 

흠....  어느새 다이어트 교본을 읽고 있는 듯한 내 자신을 발견. ㅋ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며 훌훌 벗을 여름이 다가와서인지

수영복 몸매에 대해서도 슬슬 생각할 때가 된 듯하다.

 

뚱뚱한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날렵한 몸이 더 좋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4 segement - 날씨와 생활]

소년소녀 세계명작을 할부로 구입한 소녀에게 책값을 독촉하는 한 남자가 학교로 찾아온다.

물론 책은 소녀가 산 것은 아니고 그녀의 어머니가 산 것이긴 하지만....

경제적 실무를 감당할 사람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역시 부모일테니 말이다.

 

이 소녀는 그 남자를 순순히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일부러 걸어(잠시 도주도 했다가) 집에 도착한다.

책값을 종용하는 남자에게 엄마는 시원한 물을 내주며  고생많다며 격려 아닌 격려는 하는

모습을 보고 목덜미 뒤 어른의 큰 손바닥을 자욱으로 남긴 소녀는 괴이한 웃음을 웃는다.

 

그리고는 이야기는 다시 날씨에 관련된 짧은 기억들을 풀어놓고 있다.

그 뒷 이야기들은 어쩐지 세계명작 도서값을 종용하던 한 남자와

집으로 돌아온 소녀의 이야기와는 구색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5 segement - 지도중독]

블로그에 친구 M에 대해 발랄한 포스팅을 하는 B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M은 애니어그램 9번 유형의 사람.  여행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M.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일상에 모두 녹아있기에 여행할 필요도 없다는 M

그가 친구 그리고 친구의 선배와 함께 캐나다로 여행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M은 여행 내내 '곰'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P선배.  그는 지도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둘이서 곰을 보게 되는 이야기. 

곰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천연함과 위엄까지 느껴졌다.

 

제목은 구태여 지도중독이지만 모두 중독된 자들이다.

블로그질에 중독된 B, 곰에 중독된 M, 지도에 중독된 P, 와일드 로즈에 중독된 곰....

중독이야기.

 

 

[6 segement -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삶의 이야기를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에 빗대어 이야기 하고 있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 최초의 비행사가 된 것은 지구로 먼저 귀환했기 때문이란다.

우주에서 소멸되었거나 공단을 떠돌고 있을 비행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출판사 사장.   그리고 은숙이라는 여자와의 만남. 

15년전 약속을 통해 출판사 사장은 자신의 예전 기억으로의 귀환에 성공한다.

 

나도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그러니까 내 나이 15살.  그럼 1993년도인가?

아무튼 그 즈음 나는 절친했던 친구와 2003년 11월 X일(아, 일자는 잊어버렸구나) 오후 2시

서울 성북구에 위치하고 있는 놀이공원 드림랜드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물론 나는 그 날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장소에 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약속 따위는 기억치 못할꺼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녀가 그 자리에 나왔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 나처럼 약속을 뭉개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몇 해전 다시 연락이 되는 친구이긴 하지만 그 약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이야기 속 15전전의 약속에 대해 불현듯 떠오른

10년 후에 약속이었으며 지금은 4년전의 약속이 되어버린 그 약속에

나는 아직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어설픈 잡념들.

결국 나는 우주공간에 떠도는 수많은 비행사들의 넋과 함께 뒤섞여 있는 듯한 망각.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종착점에 귀환하지 못하는 나의 어설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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