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현대시 100년, 사상 최고의 시인
김소월 지음, 백시나 엮음 / 천케이(구 티알씨)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시가 아닌 시집을 읽은 것은 얼마만의 일일까? 

그러고 보니 시는 너무 등한시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소월 시집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초혼' '엄마야 누나야' 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 정도로 유명한 시다.

물론 나도 김소월의 시는 그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그의 숨은 시를 더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이 시집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참 의아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시인이 아닌 엮은이의 사진을

표지로 장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여지껏 그런 책은 보지 못했고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시집을 다 읽은 후에야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집은 역시 김소월의 시집이다.  그런데 시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아야 할게다.

맨 마지막 6 chapter '시인 김소월' 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이 다시 엮은이를 통해 출판하게 된 이유인 셈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간 알려진 김소월의 사진(더 정확히 말하면 초상화)은

진위논란이 항상 있어왔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김소월의 생전 얼굴사진이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그것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기에 시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그 뿐 아니라 김소월의 사인은 자살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단다.

책은 김소월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기술된 바가 없어서

이리 쉽게(?) 밝혀질 사실이 그간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김소월의 자살에 관해서는 북한에 살고있는 가족의 증언에 의해서란다.

그렇다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듯 한데 왜 지금까지 몰라왔던 것일까?

어쩌면 그의 시만 줄줄이 읊었을 뿐이지

정작 시인에 대해서 알고자 열심을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다. 

 

짐작과는 반대로 그에 관해 열띤 연구가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낸것이라면

이 책은 문학사적으로도 아주 가치로운 책임이 분명할 것 같다.

 

김소월의 글을 보자면 평안도 사투리가 멋스럽게 녹아있다.

이런 걸 보면 지방마다의 특색을 담은 방언이나 사투리를 무시못 할 일이다.

뭐 이런 얘기를 하니 말인데 나는 '표준어' 에 대한 정의가 항상 미심쩍게 여겨진다.

'...(생략)...우리나라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

물론 표준어 사용을 반대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의라고 내세운 것이

자칭 교양 있다는 사람들의 편협한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그건 그렇고, 김소월의 시는 역시나 잘 알려진 시가 구성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김소월의 시론 '시혼'은 시에 관한 그의 관점을 잘 드러낸 글이라 참 재미나게 읽었다.

시인의 산문을 읽는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인데 시혼을 서술한 그의 문체는 참 단아하다.

이런 느낌은 비단 시혼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전반에 배어있는 것 같은데 

마치 갸냘픈 한 여인의 시와 같은 느낌을 갖게한다. 

그리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시 중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이 있었는데 

'옛낯' 이라는 시다.  그 시를 옮겨봄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겠다.

 

옛낯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어라, 이후부터,

우리는 옛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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