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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김삿갓.  

김삿갓하면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인기 몰이를 한

가수 홍서범의 '김삿갓~ 김삿갓~ 나는 좋아 김삿갓~' 하는 노래가 떠올랐다.

 

전부터 김삿갓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왔으나

나는 그가 전설 속의 한 인물인 줄만 알아왔다.

마치 허균이 만든 홍길동처럼....

그런데 김삿갓이 실존 인물이며 그의 본명은 김병연이라는 사실.

역사에 무지한 탓도 있었겠지만 관심이 없었다는게 더 솔직할테다.  

 

이 책의 첫인상.  약간은 따분해 보이는 표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라는 말이 있고

속된 말로 우리는 얼굴이 반반해야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 표지도 좀 더 세련된 얼굴로 세상에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굳이 책 표지까지 이렇게 들먹이는 건 '참 괜찮은 책' 하나가

좀 더 예쁜 겉치장을 하고 나오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는 이야기다. 

 

여느 책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휘뤼릭 넘기며 훑어 보았다.

한자가 섞인 고시도 있고....  흠....  더디 읽히지 않을까 염려를 했는데  그와는 정 반대였다. 

엄청난 속도로 읽혔고 오른쪽의 책장보다 왼쪽이 두툼해지자 아쉽기 까지 했다.

 

홍경래의 난에서 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김병연이 김삿갓이 되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어졌다.

김삿갓....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도는 시를 읊는 부랑자. 

증조부 김익순의 반역의 죗짐을 자신의 것인냥 지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불운한 사나이.

 

만약 그가 번듯하고 허물없는 사대부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생을 살았다면 그는 지금과 달랐을까?

반역자의 자손이며 조상을 욕되게 한 시로 평생을 죄책감에 살며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김삿갓이 안스럽기도 했으나 솔직히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여자인 것이다. 

처자식을 던져두고 홀로 유랑하며 사는 모습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 없이 보였다.

더군다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기생 가련과 다른 여인을 취하여 사는 것은

자신 하나 바라며 길 떠나는 자에게 노잣돈까지 쥐어주며

홀로 아이를 낳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한 여인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또 아들 익균을 두 번이나 만났건만 홀연히 떠나버리는 모습은 비정했다.

어찌 그라고 자신의 피붙이가 그립지 아니하며 내칠  수 있겠냐마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속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 그런데 김삿갓의 시로 소개되는 시는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들은 내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갔다. 

김삿갓이 살아있다면 언제 집으로 청하여 술이라도 대접하고프며

평생을 알고지낼 친구로 삼아도 좋으며

그와같은 고시(古詩])를 짓고픈 마음이 불일듯 일었다.

조만간 김삿갓, 김병연의 시를 더 읽어보아야겠다.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나무 밥상에 올려놓은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오락가락하는구나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주인 양반 무안해하지 마오

吾愛靑山到水來    오애청산도수래

청산이 물에 비치니 그 아니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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