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계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유령들의 귀환이군요. 서적의 역사와 함께한 고스트라이터들에 대한 환기, 제자의 시를 발굴해낸 마광수 교수의 망신, 그리고 거의 2년 전에 출판된 [요코이야기]의 이슈화.

뭐 저도 이런 책이 있다는 거 오늘 알았습니다만 [요코이야기]가 묻혀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워낙 책이 안 팔리는 세상인지라.... 한마디로 미국 학교에서 10여년 동안 교육용으로 쓰면서 서서히 중첩된 부작용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끝까지 사람들이 몰랐겠죠. 역설적이게도 그 교육적 위치 때문에 출간이 된 거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검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교육용이라고 하면, 돈이 되거든요. 그런데다 '미국 현지서 인정받은 역사 소설'이었으니까요. 실수였다고 하는 뉴욕타임스와 위클리 퍼블리셔의 우수도서 선정 딱지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이유랄까요.

출판사의 해명중 작가 아부지가 시베리아서 깜빵생활했다는 내용이 실린 미국판 후기를 뺀 이유가 한일관계에 대한 사전지식 여부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작가 아부지가 확고한 전범인 건 소설 내용에 걸쳐지는 작가의 개인가족사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지 한일관계라는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죠.... 그리고 이 작품이 역사서가 아닌 개인적 체험으로서의 소설임을 강조하는 출판사의 입장은 작품의 내용중 오빠에 대한 두군데를 빼고 모두 사실이라고 하는 작가의 자신만만한 입장과 충돌합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1&article_id=0001522717§ion_id=104&menu_id=104

 

뭐 문학동네서 밝힌 이 소설의 위치가 가지는 다양성이라는 놈의 근거가 얼마나 구라 같은지는 이 기사가 잘 정리해주고 있고.... 작가 할머니 대단하십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인간은 철판 까는 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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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만화 라이센스붐의 연장인가. 계약직 스튜어디스라고 할 수 있는 cabin attendant들의 삶의 애환...이라기 보단 좌충우돌 연애질에 더 촛점을 맞춘 만화. 드라마로도 있는데 별 관심이 안 생겨서 안 봤지만 만화 자체의 개그센스는 훌륭하다.

 

어느 가상의 적대중인 두 국가 사이에서 근육 야오이 취향의 동인녀들을 노린 듯한 떡대 디자인들의 간지 넘치는 액션을 그린.... 지겹지?

 

세상에 내가 [풀메탈패닉] 시리즈를 재밌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런데 다 읽고 나면 확실히 별볼일 없는 내용인데 재밌게 읽었던 말야....

생각해보니 단순히 그림이 맘에 든 거였다. 펜선과 디자인에서 에로만화적 색기가 물씬 풍겨서 좋았음.

 

재미없다.... 는 말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것이 더 비극적.

 

소재는 좋고 타겟도 보이나 그 모든 전개가 매너리티하다는 것이 작품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정보습득용으론 좋으나 그 모든 내용이 다른 어느 책에서 나왔다던지 하는 내용이라면, 만화로서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에는 어쩔 수 없이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공지영씨의 소설은 전부터 재미없었고.... 해서 안 읽었지만 영화는 이나영이 나오니까, 봤다.

이나영은 역시 이뻤다. 늙기 전에 CF도 팍팍 찍고 영화도 팍팍 좀 찍어놔줬음 좋겠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친분을 도모했던 어떤 여성분이 했던 말이, "썅, 내랑 사겼던 남자들은 죄다 이나영이 이상형이야, 지겹다."

암튼 예상대로 영화는 재미없었따.... 사형제 폐지라는 계몽적 목적으로서도 [데드맨 워킹]이 훨씬 나았고.

 

난 이 책의 제목이 좋아서 미칠 지경이다. 오래 전에 모리스 삐알라의 영화로 먼저 접했을 때부터 나는 저 음탕한 제목에 압도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영화는 프랑스영화 중 내가 졸지 않고 본 최초의 영화이기도 했다). 이 제목을 훔치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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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1-1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의 태양 아래 라면 저도 봤을지도…(그럴리가)
CA라고 불러줘요!는 백마탄 왕자님과 비슷한 느낌일거라는 오덕후(…)의 감이 들어 바로 집어들었죠. 좌충우돌 연애질이라… 책 뒤에 광고문구와는 좀 다른 것 같군요. 그래도 일단 샀으니 보렵니다. 흐흐흐.

ps. 그래도 임은경씨가 최고.

hallonin 2007-01-1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백마탄 왕자님을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두꺼비들만 만난다는 게 내용이죠.... 그리고 임은경은.... 음.... 하하하 거기까지.
 

마광수, 표절 도마위…"시집 폐기하겠다"
 
[매일경제 2007-01-04 20:02]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표절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책은 마 교수가 2006년 4월에 출간한 시집 '야하디 얄라셩'(해냄 펴냄)이다.

책을 출간한 해냄출판사측은 "이 시집에 홍익대학교 재학생의 시 한 편이 포함됐고 시집에는 그 학생이 썼다는 아무런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고 전하면서 "이 같은 사실은 출판사에서도 몰랐고 해당 학생이 모 언론사에 제보를 하면서 밝혀진 것"이라고 전했다.

마 교수의 시집 '야하디 얄라셩'은 성적 판타지와 자유로운 일탈을 통해 서정시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시집이다. 시집에는 모두 357편의 시와 영상시 '권태를 위한 메모'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가 된 대학생의 시는 '말에 대하여'라는 작품. 이 시는 당초 문제를 제기한 대학생이 홍익대학교 교지에 발표했던 시로 알려졌다.

마광수 교수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시집이 나온 뒤 두 달쯤 후에 학생에게 이야기했다. 조금 고치긴 했지만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 내 잘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착상이 신선한 작품이 사장되는 게 안타까워서 가져다 썼다"고 무단 수록을 시인했다.

또 마 교수는 "굉장히 잘못했다. 책은 전량 폐기처분하고 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하던가 아니면 인터뷰를 하던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잘못을 뉘우쳤다.

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 논란에 휘말려 옥고까지 치른 적인 있는 마 교수는 이번 무단 수록 문제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허연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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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떻게 매일경제신문에서 잡아내고 인터뷰까지 진행했다는 것도 신선해보이는데.... 아무튼 이것을 (문학적으로)정숙한 어느 대학교수의 충동이 빚어낸 주책맞은 해프닝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마광수 교수는 자신의 문학세계를 현실에서 의미본위가 아닌 실제적으로 체현해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마 교수가 양심적(이거나 소심한)인 분이어서 어떻게 빠르게 수습은 될 거 같습니다만, 부끄러움이 아마도 그의 남은 인생을 잡아먹겠죠. 동료들 만큼의 뻔뻔함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의 얘기입니다만.

 

뭐 요즘 문학판은 자신들의 치부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를 드러내려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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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면서 재밌다고 느끼기엔, 내가 너무 늙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해줘서... 고맙다-_- 클램프 만화의 가장 심심한 파트들을 모아놓은 거 같은 흐름에 보는 내내 닭살.

 

쉬지 않고 달려오던 이야기가 코간류 수장의 죽음으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이야기의 축을 지배하는 두 인물의 과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7권. 그런데다 다음권에선 어전시합 전에 한 판 미리 붙어서 겐노스케의 팔 한쪽을 날려버릴 예정인 듯.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그 짧다는 원작 가지고도 10권 채우고 더 나갈 수도 있겠다.

 

북박스에서 실험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한잡지 내에서 만화들을 통째로 라이센스 빼와서 레이블 만들기'인 시리우스 랜덤 코믹의 하나인 만화. http://boxcomics.egloos.com/594111 참고. [괴물왕녀]의 애니화 결정으로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려나?

만화 자체로 보자면, 이 시리우스 코믹에서 나온 것들 중 가장 맘에 들었다. 박력 있는 연출이나 적절한 완급조절, 정감 있는 캐릭터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향취까지. 현재의 트렌드를 지양하고 고전적인 옛 모험물의 아우라를 짙게 낸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느낌.

 

[천재 유교수의 생활], [불가사의한 소년].....

이런 경우를 가리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은 '원숭이도 나무 위에서 떨어져 골로 갈 수 있다.'

 

암튼 이런 거 보면서 순수와 재미를 동시에 느끼기엔 역시나 너무 늙어버렸다. 그리고 작가의 전력인 에로만화도 대강 별 일어날 거 같지도 않은 시추에이션에서도 기어이 일어나고 마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바굴휘였던 기억이 있어서, 보는 내내 언제 덮쳐버릴 것인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

 

얘기 들은지는 오래 됐으나 무척이나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잡게 됐다. 가슴 페티시들을 위한 너절한 청춘 동감 스토리. 그런데다 히어로물. 유감스럽게도 본인은 보는 것보단 만지는 게 좋기 때문에.... 뭐야 이거 내 얘기인 건가.

하하하 농담농담.

 

사놓고선 초반에 캉주대로를 달려가는 묘사에서 멈추길 수차례, 결국 거의 10개월 만에 완독했다. 이거 리뷰를 올려야 하나, 라고 생각은 했는데 나중에 맘바뀌면 생각해보고. 일단 책 뒤에 해설이 두 개나 붙어서 할 말을 거의 다 해주고 있기 때문에 달리 부연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

무엇보다도 재밌음. 이런 전쟁을 다룬 정극 드라마는 역시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데 [새의 노래]는 그중에서도 충분히 수위에 꼽힐 자격이 있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라는 걸 꾸준히 인지하게 만드는 처절한 현장감과 더불어 1차 세계대전사에서 상대적으로 언급이 안되었던 굴착병이란 인물군이 가졌을 절절한 감정, 지독한 상황묘사 등등이 진흙탕 참호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을 여기선 언제 무너질지 모를 토굴 안을 등과 배가 흙벽에 달라붙은 채로 기어가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 악몽 같은 땅속으로까지 끌고 내려간다.

구성상의 응용으로 1979년 현재 시점에서의 인생사 드라마도 하나 배치시켜 놓고 있지만 의도적으로나 효과적으로나 좀 진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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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6-12-31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사길 잘했군요. 덕분에 네거티브 목록을 잘 작성하고 있습니다. 완결도 안 난 책 애장판이 나온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인지 -.-;;
이제 내일이면 새해군요. 미리 새해 인사나 드려야 겠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누구나 받는 '복'은 이미 그 자체로 복이 아니지만… (세뱃돈은 적립금으로 주시면 됩니다) !!!!

hallonin 2007-01-0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적립금으로 주문한 나초칩이 3일째 상품준비조차 되질 않아서 슬픔에 빠져 있다는....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23141

 

얼마 전엔 마시멜론가 뭐시긴가가 시끌시끌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한젬마 차례인 모양이다. 그것에 관해선, 오래 전 기억이 하나 있다.

 

 

hardな dry

좀 의도된 바로 해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 일단 그의 이름은 C라고 해두자. 어차피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C는 나에게 지옥에 대해 들려줬다. 상상하던 것이 현실로 체현되는 것을 현장 당사자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은 악몽 같은 일이었다. 그는 내가 가진 모든 가치와 사고에 대해 비웃고 있었고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만남은 그리 길지 못했다. C는 바쁜 몸이었기 때문에 그를 꼭두새벽에 그렇게 잡아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미안하게 여겨졌다. 그는 연신 툴툴거리면서 문밖을 나섰다. 그에게 빚을 져버린 꼴이 되어버렸지만 이 부분은 본의가 아니었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여관에서 양말을 빨았다. 물을 짜낸 양말을 수건 걸이에다 걸어놓고 밖으로, 천호동 뒷 편으로 나왔다. 어쩐지 여관 안에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죄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난 누군가 나를 후려치거나 아니면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길 바랬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야했다.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TV에선 엄정화가 나오고 있다. 눈을 감은 뒤로 네 시간 정도 지나있었지만 양말이 아직 안 말라서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복숭아 넥타를 마시며 어제 인쇄한 단편의 초고를 수정했다. 어제 밤에 클럽 에반스를 갔었던가? 현실은 어떻든, 만들어내는 건 꿈이 해야할 몫이 아니던가....


 
2002/11/12 Tue 16: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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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6-12-2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이 대필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 알면서도 허용을 하지 않는다. 그게 국민정서다"
맞는 얘기죠. 이제 확실해 졌습니다. 돈 많은 출판사가 좋은 기획자(임프린트) 섭외해 좋은 네임 밸류를 가진 명사와 함께 기획하고, 대필 작가들 섭외해 대량으로 홍보해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의 시대라는 게 말이죠. (마침 오늘 나온 강남고 대졸 78% 교육을 통한 계급 고착화 기사와 묘하게 맞물려 떨어지는군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재미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만화판은 학습만화 정도를 제외하면 저 정도로 기획력과 자본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시장 조차도 성립이 안되니까요.
그에 덧붙여 대다수의 독자들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좋은 책이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하죠.

그나저나 이제 양말은 다 말랐나요? =)

hallonin 2006-12-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해두고 있는 초강력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누가 좀 사갔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은 '공무원이 되서 10억 만들기!' 어떻습니까. 제목만 봐도 삘이 빡 꽂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