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남자는 불끈불끈]의 지지자마저 등을 돌렸다.

 

10권으로 완결될 듯. 스토리적으로 크게 진행되는 건 없는 중간기착지적인 9권. 도시괴담의 태생이 현대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철근콘크리트식 악몽의 훌륭한 구현.

 

[돌연변이(사토라레)]의 작가 사토 마코토가 그려내는 성형외과 만화. 괴짜이며 야인인 성형외과 의사인 주인공이 사연 많은 인물들과 만나서 성형의학으로 인생의 새 길을 열어준다는 매너리티한 스토리. 성형의학의 장점을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 나름 독특하지만 워낙 가는 길이 뻔해보여서 재밌다고 하긴 힘들다.

 

천사가 인류를 멸망시킨 장본인이었다.... 라는 부분까지의 [바스타드]가 보여줬던 전복적인 상상력은 어린 나로선 꽤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기본이 되는 뎃셍과 캐릭터들의 노출도가 훌륭했다. 그러나 지금은? [천상천하]와 더불어 가장 해독하기가 난해한 작품이자 아직까지도 연재가 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물건.

 

의외로 오타쿠, 특히 철도오타쿠혼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만화였음. 어디선가 나는 이 만화가 스토리작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개그물인양 소개된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사실 사사키 노리코의 전작을 보면 이쪽이 더 이해가 쉽다) 그래서인지 거의 개그만화의 독법으로 읽어냈다. 물론 추리물이라는 바탕은 지속이 되긴 하는데 그 신본격스러운 부분은 마치 정석 수학 문제집 푸는 것처럼 진행된다. 그런 도식성이 기본적으로 집중도를 떨어뜨리거니와 그에 더해서 가끔씩 예의 추리물적 요소들을 충분히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사족들이 너무 정성스럽게 붙곤 한다. 특히 여주인공의 호들갑은 소위 일본드라마 하면 사람들이 쉬이 연상하는 만화적 연출 속의 히로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바람에 왜 저러고 살지.... 가 아니라 아무튼 납득하기 힘든 동세를 천연덕스럽게 보여줘서, 작품의 긴장감(그것이 추리물적인 부분이든 코미디적인 부분이든)을 바닥까지 떨어뜨린다. 사사키 노리코의 장점이었던 것이 여기선 독이 되는 느낌.

한 번은 읽어볼만 하겠으나 소장용으로는 글쎄올시다. 개그물로서는 배시시 웃을 수 있음. 뭐 난 맘씨 좋은 양반 덕에 공짜로 얻었으니 괜찮다 헝헝.

 

마이조 오타로는 완전히 날아다닌다. 글쓰기에 있어서 그는 정말로 거리끼는 게 없어보인다. 비록 그 결과에 대해서 완전하게 좋다, 라고 말하긴 힘들어도 내가 정말 부러운 것은 그러한 태도 자체다. 만화적 상상력과 문학적 진정성의 결합이라는 그의 확고한 지향성은 작가들의 고답성에 대한 통렬한 한 방이며 동세대 작가들의 머뭇거림에서 훨씬 더 날아가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아쿠타가와상 후보까지 올려놨다가 결국은 떨어뜨려버린 일본문학계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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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1-3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지뢰하나 피해갈 수 있겠군요. 낄낄낄… 잘 피하겠습니다.
월관의 살인은 다른 건 몰라도 책 자체는 정말 정설들여 만든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장하고픈 욕구가 올라간다면 그건 정말 굉장한 X@#$!겠죠.(글자가 제대로 안 보이는 건 데이터가 전송 도중에 훼손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몇 단락에 걸쳐서 겨우겨우 적은 걸 겨우 한 문단에 넣으시다니… (먼 산)

hallonin 2007-01-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편집자라면 표지만 보고도 지뢰를 피해갈 수 있는.... 아, 아니려나 이건.
삼양이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은 유난히 신경쓰는 거 같습니다. 장정도 단단하고 식자도 유달리 신경 쓴 결과들이고, 대작가 대접을 확실하게 해주는 느낌. 사사키 노리코로선 간만의 홋카이도 복귀작일텐데, 기대엔 다소 못 미치는군요....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공갈빵 하나라도 더 먹자.

 

가락시장 남문쪽에서 파는 공갈빵은 1개에 700원. 3개에 2000원.

 

 

...뭐 제가 볼 땐 라이트노블의 정의에 대한 논란은 산업적 태생에 억지로 장르적 속성을 붙일려고 하니 만들어진 딜레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라이트 노블은 에로게임과 태생적인 면에서 궤를 같이 하는 듯 해 보입니다. 에로게임 또한 성인용이라고 하는 철저하게 산업적인 분류법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나름의 코드, 소위 모에라고 불리우는 일련의 성향들을 고도로 발달시킴과 동시에 게임형식에 있어서 마이너 레벨의 진화를 성취해냈으니까요. 그러니까 에로게임이라고 하면 이제 사람들은 FPS라든지, RPG라든지 그런 장르적, 시스템적인 것들 보다는 소재, 코드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런 결과는 흔히 일반 대중이 라이트노블에 대해 은근하게 가지고 있는 일련의 고정관념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죠. 즉, 그 은근한 '덕후삘' 코드라는 것.

아무튼 라이트노블은 무어냐, 하면 이제는 이것도 라이트노블 저것도 라이트노블 아니면 말고, 하는 거의 조삼모사식으로 되버렸긴 하지만, 뭐 일단은 그게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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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야 가론이 스토리를 썼다고 선전을 때리고 있는 만화로... 소재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데(사실 이야기적으로도 좀 낡았다는 느낌이랄까) 그걸 풀어가는 솜씨가 너무 평이. 소재의 매력을 확실하게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연출능력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재확인할 수 있는 모범케이스.

 

본격적인 욕구불만과 생활고 문제로 가득 채워진 2권. 스튜어디스를 바라보는 시선이란 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별 다를 게 없다는 것도 꽤 신선. 시종일관 남자에 걸신들린 듯한 주인공의 행동거지에 눈살 찌푸리는 여성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 정도로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여자를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양키드라마 보는 것만치로 시원시원하게 표현된 건 썩 자주 접한 적이 없어서. 어쩌면 이러한 '섹스앤더시티스러운' 태도 자체가 보편적인 우리나라 현실에선 일종의 환타지일지도 모르겠다. 뭐든 이해할테니 솔직하게 다 얘기하라고 해서 과거 다 고백하고나면 나중에 싸울 때마다 꺼내서 닦달해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게임 원작. 다케다 신겐쪽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로 유키무라가 일단 주인공 역할. 뭐 별로 재미는 없고 파격을 원한다면 우에스기 겐신 꽁무니에 집중하는 전국란스나 합시다.

 

루미코의 인어연작은 뒤로 가면서 표현적으로는 점점 과격해지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인어의 숲]이 보여줬던 이야기의 섬세함이 사라진 [야차의 눈동자]는 꽤 안타까웠음. [1파운드의 복음] 완결편을 기대해야 할 듯.

 

묶여가던 실타래가 중간에서 풀려버리는 느낌. 쓰는 내내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가공해낸 듯한 그 모든 과정의 사려깊은 섬세함들.

 

아이돌 오덕후가 나와서 헉헉거리길래 이거 의외로 아키하바라계열인가 하고 반가워했....

...다기보단, 불안정한 사춘기의 한때에 대한 무척이나 섬세하고 감수성 짙은 일기장. 과장하자면 토마스 만의 팝스러운 틴에이지 버전? 자기자신마저도 애써 속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아쿠타가와상이란 무게감, 문학상 천재 마케팅의 음모, 최연소 수상작가라는 거추장스러운 간판은 옆으로 좀 치워두고라도 이 부담없는 이야기의 끝이 공허감이 아닌 앞날을 보장 못할 기쁨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면, 이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애써 놓치려했던 것이 다 늙어서는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새삼 쌔달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보면 여고생이 아니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진퉁 여고생 소설.

 



우리나라 웹을 들끓게 만들었던 사진 한 장.... 인데 뭐 진실은 역시 사진이란 각도와 표정과 빛의 예술이라는 거 그렇다해도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야 나도 하악거릴테다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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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오]의 3권 말미가 보여주는 급작스러운 전개는 독자에게 동의의 문제를 불러온다. 갑작스러운 입단, 맘대로 입은 하나오의 복장. 그리고 연출과 이야기마저 폭주한다. 하나오와 아들은 경기장이 제집 구석인 것처럼 격렬한 대화를 나누고 컷들은 신경질적으로 분할되며 그 모든 결과들은 해피엔딩으로 미친듯이 달려간다. 마치 폭탄을 터뜨린 다음 그 자리를 애써 수습하려는 것처럼.

낯설다. 사람에 따라서 이런 급작스러운 전개는 분명 거부감마저 일으킬 것이다. 분명 나마저도 그 거부감에서 자유롭진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이어질 글은 [하나오]의 불균형한 구조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다.

영웅의 등장과 문제의 극적인 해결이라는 구조, 삶의 한자락을 보낸 이들의 달관한 표정과 선문답적인 대사와 같은 요소들은 우리들로선 후속작인 [핑퐁]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이며 사실 [핑퐁]에서 더 고도화되어 완성된 모습으로 드러나있었다. 그에 비하면 [하나오]는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슬랩스틱의 유예된 순간에 대한 포착과 징후에 대한 효과적인 연출을 빈번하게 활용하며 야구동화 [하나오]를 만들어낸 마츠모토 타이요는 현실과 꿈에 대한 두 명징한 상징의 대비를 통해 극적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비현실적이고 망상에 가까운 꿈, 민폐와도 맞먹는 낭만을 상징하는 하나오는 현실에 느슨하게 제 몸을 걸친 존재다. 그래서 이 존재의 영향력이 현실을 틈입해 들어왔을 때 현실은 난리가 난다.

2권 102페이지. 주니치에서 물러나게 된 이성적인 투수친구는 하나오 앞에서 완전히 무장해제된다. 그에 이어지는 20화는 하나오의 영향력이 현실에 미치게 됐을 때 한바탕 요동치는 현실을 에피소드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보여준다. 하나오가 친 공은 마을의 온갖 소란을 일으키고는 결국 아들내미에게까지 그 피해가 가게 만든다.

그러니까 마지막화에서 하나오가 세상에 몸을 드러내는 것은 말그대로 핵폭탄이 현실로 직격하게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공 한 번 친 게 마을 하나를 들었다놨다 했을 정돈데 그런 인간의 데뷔식은 어느 정도 스케일이어야 하겠는가. 이것이 클라이맥스의 내러티브적 다급함에 대한 완전한 변명이 되리라 생각치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하나오]에서 즐거움을 느껴던 부분들을 재확인해 볼 순간이 될 수 있다. 그래피티 스타일로 꽉 짜여진 [하나오]의 지금까지 도정에서 당신이 미소 짓고 웃었던 부분들이 과연 어떤 부분들이었는지. 그 공상의 힘과 동화적 상상력이 구현된 씬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인지. [하나오]는 [터치]가 아니며 마츠모토 타이요는 아다치 미츠루가 아니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말은 줄이되 스타일로 밀어부치는 터프한 인간이다(여자라곤 히로인이 될 수 없는 아줌마 한 명, 그리고 문방구 할망구 한 명 해서 둘밖에 안 나온다).

준비된 해피엔딩을 통해 어두운 기운은 상쇄되고 영웅은 그 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은 유쾌해진다. 이미 로드무비님의 리뷰에서도 확인되는 바이지만 낭만의 승리를 예찬하는 [하나오]의 독법은 그림동화의 그것에 위치하고 있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어깨에 힘을 풀고 소박하게 꿈에 대해 얘기하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길 한가운데는 따스한 것들로 가득하다. 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그림들이 그토록 정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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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된 만지를 구하기 위해 결국 린은 목숨을 건 '신의 의술'을 발동하고.... 야마다 선생은 그런 린의 모습에 현 의료계의 실태를 오버랩하는 바람에 자신의 지난 여생을 후회하며 시간낭비를 하게 된다. 그와중에 부란도는 5호실에 잠들어있던 궁극의 환자를 깨워냄으로써 그들을 절망케 만드는데...!




물론 뻥.


드디어 의료만화로서의 [무한의 주인]은 이번 20권으로 끝. 어이쿠 전내 길었어요 암튼. 그림 보는 재미로 상당 부분 버텼지만. 예전에 코믹테크에서 [무한의 주인]은 결투씬 같은 거 없이 등짝만 봐도 지루하진 않다고 그랬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 그런데 20권은 그동안 배째고 팔 자르는 거 보여주느라 안 나왔던 액션씬들로 원없이 채우고 있습니다.


존나쎈 카기무라가 한번쯤 나와서 칼부림 좀 보였으면 했는데 그러면 얘기가 너무 길어진다 생각했는지 아니면 물에 쓸려 익사해버렸는지 단 한 컷도 안 나옴.


끝내면서도 뭔가 복선을 이것저것 깔아놨는데 하나는 불사신 부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시라 등장. 그런데 그와 관련해서 아주 예전에 나왔던 캐릭 하나가 간만에 재등장합니다. 솔직히 좀 깼음. 나쁜 의미도 좋은 의미도 아니고 암튼 좀 깸.


부록으로 실린 게 웃기는데 만화계를 오염시키는 저질만화가 사무라 히로아키의 진실에 대한 편집부 제작의 구라기사. 편집부가 쌓인 게 많았던 듯.... 만화가를 뮤지션에 비유하자면 단행본은 CD, 잡지연재는 라이브라는 명언이 나오는데, 암튼 사무라 히로아키도 빵꾸내기로 유명한 모양.

 

단행본은 CD, 연재는 라이브라구 이 사람아!

오늘도 여단과 변종개미애들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 우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graphicnovel/298

그건 그렇고 예상했던대로 프랭크 밀러의 [300]이 정발될 예정인 듯. [씬시티]를 낸 세미콜론에서 2월달에 출간하겠다고 홈피에다 공지 띄웠더군요. 3월달에 개봉하는 영화판은 스토킹도 열심히 하면 인정 받는다는 걸 알려준 모범사례인 해리 놀즈가 작년에 이미 보고선 침으로 범벅을 해놓은 리뷰를 이미 올려놓은 상태고.... 여러 모로 시너지 예상중.

페이지수가 88페이지라 한권으로 끝난다는 것도 미덕이라면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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