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은 단단한데, 뭐가 급했는지 하드커버에 붙은 속지 가장자리에 채 덜 닦인 풀이 찔끔찔끔 번져있다. 덕분에 은근히 깝짝껍쩍.

 

2. 공개된 영화판 트레일러와 비교해보면 영화판이 린 발리의 색감을 그대로 옮기려고 꽤 신경썼음을 알 수 있다. 슬로모션으로 가득 채워진 트레일러를 보건데 짧은 이야기를 메꾸기 위한 이미지적인 적극성이 영화판의 주요 포인트일 듯.

 

3.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소설과 비교해볼 때, [불의 문]이 페르시아 포로가 된 스파르타 노예의 눈에서 시작되는 반면 [300]은 살아남아서 다시 싸우려는 스파르탄의 입장에서 구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 기조의 차이를 알 수 있을 듯.

 

4. 여기서 레오디나스는 자유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죽어갔다고 지껄이는데 스파르타가 어떻게 굴러갔는지를 안다면, 이건 뭐 전형적인 서구우월주의에 근거한 지금까지의 역사관과 스파르타인들의 근육에 정신없이 취해버린 프랭크 밀러의 오버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마하니 이런 얼굴이 화끈해지는 부분에 감동받을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그냥 낄낄거렸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혹하는 듯. 암튼 당시의 민주주의와도 완전히 달랐던 깡패국가였던 스파르타 덕에 그리스식 민주주의가 지켜졌다는 것은 역시나 평화와 이면의 폭력 사이에 관한 전형적인 역사적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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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녕 절망선생] 6권이 작은 화제가 됐었습니다. 그 안에서 나왔던 대사중 한토막, "피해자인 척 하는 나라..."에 대한 논란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은근히 우리나라를 비꼬았다고 하는 것으로 다수 네티즌들은 받아들이고 분개했었던 건데. 뭐 일단 중국도 들어가겠죠 범주를 따지면.

그런데 워낙 쿠메타 코지라는 작가가 니챤네루 루저적인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대로 다 까버리는 것에 자기 정체성을 걸고 있고 그에 충실하게 일본 내의 사건 사고 인간들을 닥치는대로 깠다는 걸 기억하자면 저런 발언이 안 나온 게 되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게 근거가 되서 "아, 뭐 그 인간은 원래 그런 인간이야" 라는 의견이 제시되서 그럭저럭 정리는 됐습니다.

 

그런데 일본 애니나 만화, 혹은 오타쿠 계층이 보여주는 우익적인 면모들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뭐 [감벽의 함대] 같은 얼굴에 철판 깐 애니도 있었고, 모토미야 히로시 같은 작가나 에가와 타츠야의 [러일전쟁 이야기] 같은 만화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꽤 정열적인 편이죠. 실제로 우익정계와 연이 있는 케이스도 있고. 그런데 이 양반들은 쿠메타 코지의 포지션과는 좀 다른 영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좀 더 돌아가서 [우주전함 야마토]붐과 거기서 파생된 오타쿠들에 대한 정치적 비판들을 생각해봅니다. 이 비판을 요약하자면 오타쿠들은 단순히 그들의 미적인 심취 때문에 정치적으로 우익인 것들을 신나라고 내세울 수 있다.... 라는 것이 주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현상적으로만 보자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현실정치에서의 우익적 노선과 이어지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그런 정치적인 컬러들은 철저하게 오타쿠적인 유희의 연장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일전에 아즈마 히로키가 말했던 오타쿠 계층의 모에습관, 즉, 정치적 발언이나 의지 같은 것들마저도 소위 모에화로서, 유희로 인식되고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건덕지가 발견되지 않아서 전반적인 무기력감에 절어있다고 얘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치적 의지가 어떤 식으로 발현되느냐의 문제는 꽤 미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지지를 하느냐 부정을 하느냐는 개인적인 차원의 선택이죠.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적 의지가 결여된 환경에서 꼴통우익이나 꼴통좌익과 같은 뭉치기 좋아하는 극단론자들이 권력을 잡았다는 걸 기억해보자면, 일본 오타쿠 계층의 유희적 태도나 정치성의 결여가 그리 반가워보이지 않는 게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노골적인 우익스러움이 이제는 개그의 대상이 된 시대라는 걸 생각해보자면, 그 다음으로는 적어도 일본이라는 땅에서의 전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그들의 현실인식의 정도를 가늠해봐야 할 문제겠지요. 언제나 2D 매니악이나 고어영화들에 대한 매니아들의 선호를 볼 때 궁금해지는 건 그들이 거기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특히 후각까지 자극하게 된다면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까 라는 것이었는데, 딱 그정도 수준에서 그런 일련의 파생물들이 가상적인 욕망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게 막 나가버리면 미야자키 츠토무 같은 인간이 튀어나오게 되는 거지만.

 

뭐 그리고 이건 고전적인 진리인데 노골적으로 노는 걸 보면서는 웃어줄 수 있지만, 그에 비하면 제국주의에 환장한 역사에세이를 역사서로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교묘한 작업 같은 것들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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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2-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쿠는 천성적으로 우익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들이 즐기고 있는 것들은 다 이 세상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자신들이 포용될 수 없는 밖의 세상에는 냉소적이지만, 자신들까지 포함된 전체의 세계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현실을 다루면 히키코모리물이 되면서도, 언제나 거대 줄거리물에서는 뭔가 지키고 싶어하는 작품들 역시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망상이 님의 글을 보니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필요없이, 그냥 이렇게 즐기며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니까요.

ps. 그리고 마지막 "제국주의에 환장한" 역사에세이를 역사서로 만들어주는 교묘한 작업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거라는 지적에 뼛속 깊숙이 동의합니다. 대략 캐안습입니다.

hallonin 2007-02-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질적으로 이쪽 관련 업계에서의 거대담론은 에바 이후론 실종 상태죠.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쉽게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구축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까요. 탈오타쿠를 부르짖었던 에바가 되려 오타쿠문화의 기폭제이자 모에의 시작이 됐다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작금의 트렌드는 점점 고도화된 개인적 취향의 세계로 잠입하고들 있는 중이죠.

체리우드 2007-08-1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선생보려고 왔는데 마지막의 로마인이야기부분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갑니다. 제국주의에다가 영웅주의(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카이사르빠...-_-;;) 일신교에 대한 지나친 반감 등으로 인해 점점 읽기 불편했었던 시리즈였죠. 개인적으로 로마인이야기 1권은 참 좋았는데...
 

전부터 기대를 품고 있던 두 작품이 오랜 시간을 거쳐 돌아왔다. 굳이 오랜 시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여기 얘기하는 [방랑소년]은 2003년부터 연재가 시작됐던 작품이며(무려 4년 전) [건스미스 캣츠 버스트]는 그보단 현재에 가까운 시간에 시작됐지만 역시 7년이라는 간극을 넘어온, 전작의 연재기간과 합치면 10여년을 훌쩍 뛰어넘는 기간을 차지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둘다 단행본수를 어느 정도 확보한 다음에야 출판하기로 한 듯, 각각 일본에선 3권까지 출간됐다.  

 

 

 

 

 

 

여기 다시, 시무라 타카코의 방황하는 아이들이 돌아왔다. 소년과 유년기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얘기했던 전작 '쌕쒸가이(우와 이 제목 진짜 싫어 썅)'보다 더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가서, 성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아이들을 얘기하는 [방랑소년]은 시무라 타카코 자신의 작화가 어느 정도 제 틀을 잡은 상태에서 그리기 시작했던만큼 작가 특유의 깔끔하고도 귀여운 캐릭터들의 소소한, 그러나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여정을 보여준다(생각해보면 전작에서 이미 나날이 어려지는 자신의 그림체에 대한 한탄이 있었던 바, 이번엔 아예 대놓고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탈색된 노스탤지어를 가진 이들을 위한 저염도 크래커의 맛.

 

시카고의 전설적인 인도계 총잡이 여자는 여전히 CZ75를 휘두르며 현상금 타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전작과 다를 바 없는 음모와 배신과 총과 자동차의 사중주를 보여주는 [건스미스 캣츠  버스트]의 미덕은 이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전작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도 충실하게 짜여진 이야기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니챕터로 넣은 총기개조 에피소드는 소노다 켄이치의 밀리터리혼이 어느 정도로 뻗쳐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정보성 에피소드.

 

 

아쉬운 공통점이라면, 둘다 종이질이 그지 같다는 것. 값 올렸으면 종이질이라도 올려줘야 할 거 아녀.... 이런 걸 보면 블루오션을 찾아 방황하지만 종이질 하나는 같은 가격 대비 최고급수인 북박스의 마인드가 대견스럽다.... 지만 이것도 과거 얘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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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상하다. 그 모든 넘쳐나는 이미지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동선은 굳어있고 몽타주를 이끌어내기 위한 촬영법은 같은 시퀀스에서의 약간씩 달라진 연기와 동세를 찍는 미묘한 반복을 계속하며 이야기는 결정적으로 공허하다.

 

어떤 매체에선 이것이 천박한 중화주의의 절정이라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장이모우는 이 비싸게 만든 영화가 헐리웃 블럭버스터에 맞서는 중국적 블럭버스터 기능성의 일례임을 인터뷰 때마다 일깨워줬다. 원제가 '황금갑'인 의미와 더불어 어떤 이들은 이 영화의 결론이 민중의 실패를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영화 안에서 쓰이는 국화가 저항의 상징인 것도 그렇거니와 '황금갑'이 민중봉기를 소재로 한 시의 한구절이란 것, 그리고 황후의 반란이 그런 요소들에 대응된다고 밝힌 감독의 말을 감안해보자면 이 영화의 결말은 분명 민중봉기의 실패를 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영화에서 우리가 얻는 심적 요소는 결국 근친상간으로 이뤄진 욕망관계와 권력다툼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드러나는 왕실의 추악함과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불쾌감이다. 그 모든 양식적인 화려함과 쏟아부은 돈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공허함은 영화외적으로 [황후화]에 대한 지지를 끊임없이 유보하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중국공산당이 돈을 퍼부었지만 대내외 선전물이기가 힘든 이 영화에 대해 불쾌해하는 이유이며 '관객을 조롱하는 허무맹랑한 상업영화가 아니고 형식만을 강조한 중국식 블록버스터의 극단으로 치닫지도 않았지만 웬지 관객들과의 욕망의 접합에서 실패하고 있다' 는 마이데일리의 지적에 부합되는 부분이다.

 

어째서 이 눈요깃거리가 확실한 영화는 양쪽에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 그것은 이 장대한 공상극과도 같은 영화가 장이모우 자신의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개인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중요한 걸 꼽자면 주윤발이 연기한 황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윤발을 황제로 정해놓고 썼다. 그가 맡은 황제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권력과 권위를 한손에 쥐었지만,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는 실패한 인물이다. 그 때문에 가장 고독한 인물이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실패자로서의 그의 모습이 뻔히 드러나는데도 그는 마치 혼자서만 자기가 뭔가 성공한 것처럼 가장한다.'

-화려함으로 비극의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황후花> 감독 장이모
 
[씨네21 2007-01-31 08:00]
 


 

여기서 들려주는 실패한 아버지로서의 황제의 모습은 그가 전작 [천리주단기]를 찍은 후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자신에 대해 술회한 발언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즉, [황후화]에서의 황제는 장이모우 자신의 아우라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극이었던 [천리주단기]를 찍은 후에 다시 맡게 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전략적 선택의 노선'인 블럭버스터에서 그는 실패한 아버지인 자신을 비춘다. 그리고 실패한 아버지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영화의 그런 태도가 정치적으로는, 역시나 폭군으로서 경멸 받는 입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해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영웅]의 전체주의적 성격으로 승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찬란한 이미지들과 건축적인 화려함만을 중독적으로 추구한 결과로 [황후화]는 궁극적인 불쾌감과 허무를 던져준다. 이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기능성'에 대해서 쉬이 판단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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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7-02-1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윤발은 나이가 들면서 멋져지더군요. 영화가 보여주는 일련의 결과들은 어쩌면 제목처럼 꽃이 피어있는 그 한순간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또 탕진하는데 전력을 다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몇몇 군데에서 의견이 나온 것처럼 그림 자체적인 면에서의 질을 따지라고 하면, 아무래도 저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배경에서의 펜사용이 줄고 디지털 작업으로 대체되서 민감한 사람에겐 좀 공허하다고 느낄 공산이 커졌죠. 그런데 이건 어찌보면 연출적인 면에서의 문제와 이어집니다.

컷에 있어서도 예전에 써먹었던 같은 씬을 고대로 가져온 것들이 다수 보이는데 여기서 4권 전반의 연출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왜냐면 전체적으로 4권이 스토리적으론 정체된 상태에서 점점 골이 깊어가는 레이첼과 윌리엄의 관계를 보여줘야 하는 건데, 말하자면 3권에서 생겨난 파문이 계속 이어지는 상태인 거죠. 그런 연출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반복적인 몽타주를 통한 심상의 재고가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작품의 배경 대부분이 정사가 벌어지는 어둠 속-윌리엄의 방과 빛으로 가득한 오후지만 경계가 흐릿해진 레이첼의 시선으로서의 낮으로 극명하게 구분되서 극단적으로 혼돈스러워진 레이첼의 의식을 따라다니는 사이코드라마적 기조를 보인다는 것도 주지해둘만 합니다). 아울러 이런 신경증적인 내용 하에서 너무 세밀한 배경은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가가 게을렀을 수도 있는 거고(사실 몇몇 컷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뭐 연출의 방향성이란 측면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할 듯.

펜선의 문제를 보면, 몇몇 컷에서 보통의 컷과는 달리 유달리 여러겹으로 칠해서 두꺼워진 컷들이 보이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론 들쭉날쭉한 느낌을 주게되는 이런 펜선의 차이가 어떤 분명한 연출상의 목적을 가지고 나오는지는 발견 못했고.... 특히 그런 겹칠된 펜선이 자주 드러나는 게 와이드샷이 아니라 소소한 조그마한 컷들에서만 보인다는 점에서, 뭐 펜선 담당하는 어시가 새로 바꼈다던지? 라고 관대하게 생각도 좀 해보고. 아니 그런데 165페이지에 나오는 레이첼의 등짝 누드씬은 확실히 좀 문제가 있습니다. 엉덩이가 유난히 펑퍼짐하게 그려진 몸매야 뭐... 레이첼이 원래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펜선 자체가 후들후들. 이희재 만화의 미학이 아닌 한 이런 건 음.... 실은 작가가 수전증이었나?

[언더더로즈]는 숨겨진 명품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빅토리아시대라는 저 괴이한 낭만의 시대, 세세한 손그림으로 그려지는 그 시대정경과 고답적인 아우라에 매혹된 이들에게 이번 4권에서의 그림 퀄리티 저하는 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가가 워낙 기본 실력이 있다보니 평균점 이상은 유지합니다. 스토리야 만족이고. 3권 말미까지 읽었을 땐 보는 사람 미쳐버리게 만들 거 같더니만 4권 오니까 어느 정도 면역도 되고 쌍둥이도 등장하고 해서 긴장감은 좀 떨어졌음.

보다보니 생각난 게 윌리엄이 레이첼과의 섹스를 후배위로만 하는 걸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장 자끄 아노가 만들었던 [불을 찾아서]가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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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2-04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제 정도는 어떤가요?
일부 책들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긴 하지만, 원화강세에 힘입어 이젠 일본어판이 더 싼 지경에 이르렀더군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한 해에만도 수백억 달러어치씩 수입만 하는 데도 왜 엔화가 원화에 비해 약세인 건지는 수수께끼. -..-;;

hallonin 2007-02-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판과 한국어판 두권 다 구입한 사람 말에 따르면 크게 삭제된 부분은 없고 유두부분에 화이트칠이 된 정도라더군요.
일본은 1경에 달하는 부채와 비틀린 정치상황 때문에 경제 상태가 정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사람들도 이것과 관련해서 고민이 많더군요. 여러 곳에서 꽤 재밌는 토론들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아마 엔화 약세는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