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책은 단단한데, 뭐가 급했는지 하드커버에 붙은 속지 가장자리에 채 덜 닦인 풀이 찔끔찔끔 번져있다. 덕분에 은근히 깝짝껍쩍.
2. 공개된 영화판 트레일러와 비교해보면 영화판이 린 발리의 색감을 그대로 옮기려고 꽤 신경썼음을 알 수 있다. 슬로모션으로 가득 채워진 트레일러를 보건데 짧은 이야기를 메꾸기 위한 이미지적인 적극성이 영화판의 주요 포인트일 듯.

3.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소설과 비교해볼 때, [불의 문]이 페르시아 포로가 된 스파르타 노예의 눈에서 시작되는 반면 [300]은 살아남아서 다시 싸우려는 스파르탄의 입장에서 구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 기조의 차이를 알 수 있을 듯.
4. 여기서 레오디나스는 자유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죽어갔다고 지껄이는데 스파르타가 어떻게 굴러갔는지를 안다면, 이건 뭐 전형적인 서구우월주의에 근거한 지금까지의 역사관과 스파르타인들의 근육에 정신없이 취해버린 프랭크 밀러의 오버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마하니 이런 얼굴이 화끈해지는 부분에 감동받을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그냥 낄낄거렸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혹하는 듯. 암튼 당시의 민주주의와도 완전히 달랐던 깡패국가였던 스파르타 덕에 그리스식 민주주의가 지켜졌다는 것은 역시나 평화와 이면의 폭력 사이에 관한 전형적인 역사적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