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몇몇 군데에서 의견이 나온 것처럼 그림 자체적인 면에서의 질을 따지라고 하면, 아무래도 저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배경에서의 펜사용이 줄고 디지털 작업으로 대체되서 민감한 사람에겐 좀 공허하다고 느낄 공산이 커졌죠. 그런데 이건 어찌보면 연출적인 면에서의 문제와 이어집니다.

컷에 있어서도 예전에 써먹었던 같은 씬을 고대로 가져온 것들이 다수 보이는데 여기서 4권 전반의 연출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왜냐면 전체적으로 4권이 스토리적으론 정체된 상태에서 점점 골이 깊어가는 레이첼과 윌리엄의 관계를 보여줘야 하는 건데, 말하자면 3권에서 생겨난 파문이 계속 이어지는 상태인 거죠. 그런 연출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반복적인 몽타주를 통한 심상의 재고가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작품의 배경 대부분이 정사가 벌어지는 어둠 속-윌리엄의 방과 빛으로 가득한 오후지만 경계가 흐릿해진 레이첼의 시선으로서의 낮으로 극명하게 구분되서 극단적으로 혼돈스러워진 레이첼의 의식을 따라다니는 사이코드라마적 기조를 보인다는 것도 주지해둘만 합니다). 아울러 이런 신경증적인 내용 하에서 너무 세밀한 배경은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가가 게을렀을 수도 있는 거고(사실 몇몇 컷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뭐 연출의 방향성이란 측면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할 듯.

펜선의 문제를 보면, 몇몇 컷에서 보통의 컷과는 달리 유달리 여러겹으로 칠해서 두꺼워진 컷들이 보이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론 들쭉날쭉한 느낌을 주게되는 이런 펜선의 차이가 어떤 분명한 연출상의 목적을 가지고 나오는지는 발견 못했고.... 특히 그런 겹칠된 펜선이 자주 드러나는 게 와이드샷이 아니라 소소한 조그마한 컷들에서만 보인다는 점에서, 뭐 펜선 담당하는 어시가 새로 바꼈다던지? 라고 관대하게 생각도 좀 해보고. 아니 그런데 165페이지에 나오는 레이첼의 등짝 누드씬은 확실히 좀 문제가 있습니다. 엉덩이가 유난히 펑퍼짐하게 그려진 몸매야 뭐... 레이첼이 원래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펜선 자체가 후들후들. 이희재 만화의 미학이 아닌 한 이런 건 음.... 실은 작가가 수전증이었나?

[언더더로즈]는 숨겨진 명품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빅토리아시대라는 저 괴이한 낭만의 시대, 세세한 손그림으로 그려지는 그 시대정경과 고답적인 아우라에 매혹된 이들에게 이번 4권에서의 그림 퀄리티 저하는 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가가 워낙 기본 실력이 있다보니 평균점 이상은 유지합니다. 스토리야 만족이고. 3권 말미까지 읽었을 땐 보는 사람 미쳐버리게 만들 거 같더니만 4권 오니까 어느 정도 면역도 되고 쌍둥이도 등장하고 해서 긴장감은 좀 떨어졌음.

보다보니 생각난 게 윌리엄이 레이첼과의 섹스를 후배위로만 하는 걸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장 자끄 아노가 만들었던 [불을 찾아서]가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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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2-04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제 정도는 어떤가요?
일부 책들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긴 하지만, 원화강세에 힘입어 이젠 일본어판이 더 싼 지경에 이르렀더군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한 해에만도 수백억 달러어치씩 수입만 하는 데도 왜 엔화가 원화에 비해 약세인 건지는 수수께끼. -..-;;

hallonin 2007-02-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판과 한국어판 두권 다 구입한 사람 말에 따르면 크게 삭제된 부분은 없고 유두부분에 화이트칠이 된 정도라더군요.
일본은 1경에 달하는 부채와 비틀린 정치상황 때문에 경제 상태가 정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사람들도 이것과 관련해서 고민이 많더군요. 여러 곳에서 꽤 재밌는 토론들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아마 엔화 약세는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