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우연히 찾아냈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곳은 또한 우리 동네의 어느 부분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집에서 걸어서 고작 20분 거리인, 내가 몰랐던 장소.
중국음식을 파는 가겔 들어가면 묘한 냄새가 난다. 향신료와 차잎내음, 밀가루냄새가 섞여서 만들어진 것 같은, 중국음식을 파는 가게 특유의 무엇.
좋아 보자. 좁디좁다. 땅콩과 고춧가루와 뭔가 알아볼 수 없는 것을 마구 섞어놓은 비닐 포장 안주(추정), 냉동 만두, 차잎, 향신료 더미, 월병, 냉동 양고기, 알 수 없는 밀가루 음식들, 중국맥주. 고량주, 맥주, 맥주. 오 좋아. 가게 안의 물건들은 대개 건류 아니면 냉장류였다. 예상했던 것처럼.
내가 도착하기 전 와 있던 요란스러운, 어눌한 한국어로 증명되는 조선족인 듯한 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들려온다. 그들은 그들이 구입한 물품을 끊임없는 수다 속에서 놓았다 뺐다 더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주인 아줌마는 약간의 피로를 동반한, 상황에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구입한 물건은 두둑했거든. 술 몇 병과 월병, 그리고 선물용 종이봉투를 잔뜩 채운 것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손을 따라 명동을 다닐 때, 어머니는 나를 곧잘 중국 과자와 음식을 파는 가게로 데려가곤 했다. 월병들, 튀김과자들, 그리고 냄새. 그 냄새만큼은, 어딜 가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수 년 전에 갔던 인천 차이나타운의 가게에서도 맡았던 그 냄새.
맥주. 칭따오 맥주는 캔이 1500원 610밀리리터 병이 2000원. 비싼 가격이 아녔다. 이마트에서의 가격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볼 때 싼 편이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하얼빈 맥주. 그리고 3000원 짜리 월병.
월병은 튀김밀가루 안에 땅콩과 잣과 해바라기씨, 건포도, 젤리와 그외에 달콤한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하얼빈 맥주는 그지같은 칭따오 맥주보다 훨씬 좋았다. 더없이 깔끔하고, 뒤에 부담없이 살짝 남는 맥아의 텁텁함.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글은 그 맥주를 마시며 적고 있는 중이다.
위안을 구하라. 뇌 속에 담겨있는 신에게. 복부에 차오른 포만감과 머릿 속을 아리는 기이한 행복. 찌릿지릿하게 뒤통수가 울려온다. 붉게 달아오른 배때지와 늘어진 성기와 쳐진 눈, 기억과 있을지 없을지 모를 염병할 미래를 위하여.